[TV 가이드]
MBC 드라마 ‘궁’ 의 황태자비 역 맡은 윤은혜
2006-01-23
글 : 김진철 (한겨레 기자)
“언니·딸 같은 편한 이미지가 좋아요”

1999년 데뷔. 중3 때였다. 벌써 여덟해째다. 아직 볼에 젖살도 안 빠진 어린 모습이지만 8년간의 연륜이 가려지진 않는다. 연기자로선 신인급이지만 댄스그룹 ‘베이비복스’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엿보이기는 솔직담백한 성격임에도 못잖은 노련함이 버틴다. 문화방송 <궁>에서 황태자비로 나오는 윤은혜(22)다.

솔직하다. “잠깐 병원 갔다 왔는데 너무 기사가 오버해서 나왔더라고요.” 기자들 30명은 족히 모인 자리가 윤은혜의 이 한마디에 웃음바다로 바뀌었다. 내숭 떨기가 본능인 다른 여성 연기자들보다는 낫다고 봤을까? 스트레스성 장염 증세로 5시간 링거 주사를 맞은 일을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윤은혜의 모습이 대견해 보인 걸까?

잘 운다고 ‘양파’라는 별명이 붙었다지만, 어리고 약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궁>에 출연하기 전, 이른바 ‘안티 팬’들의 혹독한 비판 세례를 받았지만, 방송이 시작된 뒤 비교적 여유로워 보인다. “원작 만화를 안 보신 분들은 드라마 형식이 재밌다고들 하시고요, 만화 보신 분들은 잘 어울렸다, 밝고 명랑하고 귀엽다고 얘기해주시더군요.”

겸손함도 잃지 않는 건 노련함이다. “연기는 할만해서 하는 건 아니지만 재밌게 촬영하고 있어요. 아직 신인이라 연기가 부족하다는 말도 듣죠. 그런데 나중에 (연기가) 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 좋은 말일 수도 있잖아요. 부족한 부분들 고치려고 노력해요.”

자신의 연기 수준을 정확히 알아야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다고 할 때, 노력은 구체적이다. 연기 연습을 특별히 따로 하진 않았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면서 이럴 때 손 동작은 어때야 하고 표정은 어때야 하는지 혼자 연습을 하죠. 제가 기초가 없어서요, 기술적인 것들을 많이 배워요.”

스스로의 장단점에 대한 파악도 진솔했다. 단점은 “몸을 많이 안 움직이고 발음도 부정확”하다는 것. “남들이 못 느끼는 부분에도 단점이 많다”고 말할 땐, 바라는 바가 채워지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마저 전해졌다.

다른 말로 욕심이랄 수도 있겠다. 그의 말을 빌면, “한가지를 특별하게 잘 하진 못하지만 이것저것 다 하고 싶어하는” 마음일 터다. 그런데도 과감히 “지금으로선 다시 가수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수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주어진 것에만 열심히 하는 편”인 단순한 성격 탓이다. 그래서 연기자로서 목표가 뭐냐는 질문에도 “이런 배우가 돼야지 하는 건 없어요. 너무 연예인 같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언니 같고 딸 같다는 말들을 듣는데요. 편한 이미지가 좋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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