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 제작기 [1]
2006-02-15
정리 : 이다혜

어린아이와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거의 항상 함께 등장해야 하는 일곱 아이들과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벌레들이 필수적이라면 촬영현장 모습은 어땠을까? 엄마를 잃은 천방지축 일곱 아이들의 삶에 등장한, 마법을 쓸 줄 아는 무서운 유모 이야기를 그린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에서 내니 맥피 역을 맡은 (그리고 시나리오를 쓴) 에마 톰슨이 쓴 일기는 정신없는 촬영현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아역배우 캐스팅에서부터 파이 던지는 장면 촬영에 이르기까지, <내니 맥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월22일/ 아역은 장난이 아니야

아역배우 캐스팅을 시작했다. 어리고 체구가 작은, 희망에 찬 수백명의 어린이들과 놀이하듯 오디션을 본 뒤, 이제야 우리는 몇명을 선정, 카메라 앞에서 대사를 읽어보게 했다. 매력적이고 똑똑한 동시에 재미있고 현명한 아이들을 찾고 있는데, 아이들 대부분이 우리가 찾는 점들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말을 잘 알아듣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재능만이 아니라 캐릭터에 맞는 일관성을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성인배우들에게도 요구되는, 녹록지 않은 요구사항이다.

1월23일/ 첫째 아이를 찾았다! 일곱째는 누가할까?

사이먼 역의 토머스 생스터

토머스 생스터(<러브 액츄얼리>에서 리암 니슨의 아들로 출연, 첫사랑에 빠진 소년을 연기했던)에게 사이먼 역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생스터는 대사를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엄마의 죽음으로 상처를 입고 분노를 삭이지 못한 사이먼은 <내니 맥피…>에 나오는 아이들의 리더로, 창의적이고 영리하며 이해력이 빠른 아이다. 생스터는 훌륭한 어린 배우라 안심이 되지만, 이제 사이먼과 함께 연기할 나머지 아이들을 찾아야 한다. 일곱 번째 아이는 갓난아이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야 하기 때문에 캐스팅이 어떻게 될지는 정말 신만 아실 노릇이다. 대체 갓난아이를 어떻게 캐스팅하란 말이지? 아기들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기일 뿐이니까. 살려줘!

2월17일/ 정말 시작하는 것 같죠?

<내니 맥피…> 감독인 커크 존스가 파인우드에서의 워크숍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목수들이 진짜 나무를 잘라 세트를 짓기 시작했다. “정말 시작하는 것 같죠?” 존스가 어깨에 살짝 힘을 주고 나를 보며 말하기에 반문했다. “시작하다니, 뭐가요?” “영화 말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서로에게 엄지를 치켜들어보였다. 하지만 존스는 지금껏 만든 어떤 영화보다 까다로울 <내니 맥피…>의 제작에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듀서인 린제이 도란은 이 모든 과정을 총괄했는데, 지금껏 해본 영화 중 가장 어려운 프로덕션을 거쳤다고 말했다. 우리는 만우절에 촬영을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촬영장에 가보면 모든 게 사라지고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3월18일/ 이 집이 진짜가 아니라고요?

야외 세트를 보고 왔다. 세트는 펜 마을이라는 아름다운 곳에 있었다. 브라운 하우스는 거대한 집으로, 진짜 사람들이 사는 곳 같았다. 막상 집안에 들어가 계단을 오르다보면 2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겠지만. 1층에 있는 방 몇개는 오래된 시트와 소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역배우들은 집을 보더니 자기 눈을 믿을 수 없다며 깜짝 놀랐다. 세바스천 역의 샘은 “이 집이 진짜가 아니라고요?”라고 물었다.

3월19일/ 볼살 붙이고 사마귀까지…

내니 맥피로 분장 중인 에마 톰슨

<내니 맥피…>를 위한 메이크업 테스트가 있었다. 무척 신경이 쓰였다. 내 코 분장은 무섭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모든 것이 역할에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떨칠 수 없었다. 피터 킹이 분장디자인을 맡았는데, <반지의 제왕>으로 오스카를 탄 지 얼마 안 돼서인지 머리 뒤로 후광이 보이는 것 같았다. 분장팀장 바로 아래 조수인 제레미 우드헤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내 분장을 완성했다. 머리를 올린다. 머리의 절반에는 가발을 붙인다. 귓불, 코, 눈썹, 사마귀를 순서대로 붙인다. 핏줄이 돋은 듯한 피부 톤을 희미하게 그린다. 이빨을 넣고 볼 아래쪽에 늘어진 턱을 붙인다. 여기까지 하는 데 2시간 반이 걸렸는데, 거울을 보니 정말 내니 맥피가 되어 있었다. 여기에 살이 쪄보이는 분장용 옷을 입고 거드름 피우듯 걸으며 사악한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니 나의 원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자들은 내 모습이 변한 것을 보고 대부분 놀라거나 슬퍼하는 등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젊은 남자들은 대개 손가락질하며 웃었다. 오늘 늦게 <제시카의 추리극장>에 나온 배우 안젤라 랜스베리를 만나 차를 마셨다. 그녀는 영화를 20년이나 하지 않았다고 했다. <늑대의 혈족>이 그녀의 마지막 영화라고. 그녀는 매우 늘씬한데다 젊고 활기찼다. 그녀를 아들레이드 아주머니로 캐스팅할 수 있었던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3월26일/ 내니 맥피, 넌 누구냐

카메라 테스트를 해보니 이빨을 분장으로 만들어 넣은 것 때문에 발음이 좋지 않다. 입에 넣는 보형물을 손봐야 할 듯. 대사를 할 때 보형물이 잇몸을 스치는 탓에 아직도 입 안이 아프다. 내니 맥피는 나이 든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계급도 불분명하게 들려야 하고 언제나 차분하게 대사를 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내니 맥피는 모호한 대상이다. 아이들의 세계관은 뒤틀려 있는데, 그래서 내니 맥피의 사마귀는 아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 아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내니 맥피가 점점 예뻐지는데, 예뻐지는 이유가 그녀가 예뻐지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그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4월1일/ 뭐? 내니 맥피에 섹스신이 있었나?

촬영 첫날은 순조롭게 끝났다. 아역배우들은 순수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잘 잡아냈다. 갓난아이마저 행복한 표정을 유지했는데, 삶은 양배추 약간이면 아기의 기분을 달랠 수 있었다. 세바스천 역의 샘은 늘 먹는 아이를 연기하는데, 먹는 게 힘들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샘은 닭 먹는 장면을 85번이나 촬영했다.

존스는 촬영 중반에 내게 불쑥 다가오더니 크리스티나 역의 6살 난 홀리와의 대화를 들려주었다.

홀리: 커크, 섹스신은 언제 찍어요?
커크: 뭐라고?
홀리: 섹스신은 언제 찍냐고요?
커크: (심한 충격을 받아) 무슨 섹스신?
홀리: 우리 모두가 침대에 앓아눕는 장면 있잖아요. 아픈 장면이요. (그는 그만 sick scene을 sex scene으로 알아들은 것이다.)

글 에마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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