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 제작기 [2]
2006-02-15
정리 : 이다혜

4월6일/ 아홉은 너무 많아

아홉명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깨달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아홉명이 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많지 않으면 다행이랄까. 게다가 내가 한번 열이 오르면 열을 식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문제다. 살을 쪄 보이게 하려고 입은 라텍스 옷 때문에 열이 잘 오르는 것 같은데, 붙인 코가 체열 때문에 흘러내릴 것 같으면 서둘러 어두운 구석으로 가서 잠시 열을 식힌다. 그럴 때는 마치 내가 열 오른 코끼리가 된 것 같다.

4월14일/ 표정이 풍부해서 곤란해

애들 아빠 역의 콜린 퍼스와 에반젤린 역의 켈리 맥도널드의 호흡은 환상적이다. 둘이 오랜 친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전에 진지한 역을 주로 했던 퍼스는 이번에는 코믹하고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퍼스와 맥도널드는 너무나 편하게 나를 대해주기 때문에 별 노력 없이도 우리는 흥미로운 대화를 이어가면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 영화는 가볍지만 매우 감성적이며, 재미있지만 사실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게 얼마나 복잡한지! 셀리아 아임리는 세트 안팎에서 아이들의 연기를 지도해주는 훌륭한 연기 코치인데, 그녀는 내니에 대해 매우 중요한 지적을 해주었다. “마스크를 쓴다고 생각하고 연기해보세요.” 대단히 유용한 이야기다. 얼굴 표정을 너무 풍부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한다. 초콜릿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콜린 퍼스
셀리아 아임리

4월19일/ 벌레들, 연기가 좋구나

셀마 역의 아임리와 퍼스가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연기는 마술과도 같다. 아임리는 정교한 풍자적 톤으로 연기하는데, 너무나 그럴듯하다. 정말 드문 재능이다. 오늘 아임리는 거미를 포함해 많은 곤충들을 씹어먹는 연기를 해야 했다. 내가 생각해낸 것은 지렁이었다. 작고 분홍색의 지렁이들은 꿈틀거리지 않을 때는 토마토 조각처럼 보였다. 문제는 아임리가 지렁이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며 샌드위치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 소품 담당인 미치는 “벌레는 풀로 붙일 수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는 동안 거대한 거미가 아임리의 머리 위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거미와 벌레 둘 다에 대해 병적인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순간 그녀는 머리쪽으로 손을 가져갔다가 실수로 거미를 만지고 말았는데 놀라서 펄쩍 뛰어올랐다. 아임리만큼 놀란 사람은 거미 담당인 마크(문신을 한 마크는 친절한 사람이다)였는데, 그의 말이 걸작이었다. “내가 걱정한 건 당신이 아니라 거미라고요. 거미는 무척 섬세하거든요.” 그는 거미에 대한 걱정으로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 의상 담당인 멜은 거미 공포증이 엄청나게 심하다. 이날 촬영분에 내가 등장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거미 공포증인 멜 때문에 나는 나체로 촬영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마침내 아임리는 벌레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녀는 꿈틀거리는 벌레를 씹지 않고 볼쪽으로 몰아놓고는 씹어 삼키는 척했다. 컷 사인이 나자마자 불쌍한 아임리는 준비된 통에 씹지 않은 벌레들을 토해냈다. 그 와중에 나는 거미를 내 팔 위에 얹어봐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부드럽고 털이 복슬복슬한 느낌이다. 아임리가 벌레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은 한번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모니터로 그 장면 연기를 보니 훌륭하다. 벌레들, 연기가 좋구나.

4월21일/ 오늘의 출연진은 개구리

오늘의 색다른 출연진은 개구리다. 찻잔에서 뛰어오른 개구리는 우리를 한번 바라보고 훌쩍 점프해 사라진다. 첫 번째 촬영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개구리의 천재적인 연기에 며칠 전 벌레들의 훌륭한 연기가 빛바래는 느낌이었다. 오후 4시가 되니까 살고 싶은 의욕이 사라졌다. 아마도 열이 올라서 그런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새벽 5시에 일어났기 때문일지도.

4월27일/ 섹스 심벌과 개구리 사이

퍼스가 덤불에서 튀어나와 에반젤린을 잡는 장면을 촬영했다. 녹색 프록코트를 입은 퍼스는 거대한 개구리 같았다. 문득 그가 섹스 심벌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4월28일/ 바람 부는 170 계단의 압박

더들 도는 멋진 곳이다. 바람이 불고 춥지만, 아마도 우리는 괜찮을 것 같다. 아이들은 신이 나 어쩔 줄 몰랐다. 존스는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흥미를 돋우기 위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쩌면 아이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얘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더 흥분했다가는 날아가버릴 지경이었으니까. 촬영에 필요한 장비들은 헬리콥터가 날라주었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걸어야 했다. 절벽은 내려오는 데 170개의 계단을 밟아야 한다. 나는 거대한 검정 드레스를 입고 바람 부는 해변에 무사히 착지했다. 뚱뚱해 보이라고 입은 의상이 쿠션 구실을 해준 덕이다.

5월25일/ 쟁반 노래방 녹화야? 영화 촬영이야?

안젤라 랜스버리(왼쪽)와 에마 톰슨

파이 던지는 장면 리허설을 했다. 파이 던지는 장면 촬영에는 시간이 무한정 들었는데, 한번 잘못 찍으면 이미 묻은 파이를 모두 씻고 새로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트장은 정신병자들의 가든파티같이 되어갔다. 사방이 보라색이다. 나는 파이 던지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늘 마지막 장면이 안젤라 랜스버리 분이었는데, 그녀는 파이가 눈에 들어갈까 노심초사했다. 그런 걱정을 할 법도 한 것이, 배우 생활 60년 동안 그녀는 한번도 파이를 얼굴에 맞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하겠다고 자원했는데, 그래야 그녀가 내게 반격할 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내 제안에 랜스버리가 동의하자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나는 나무판에 대고 여러 번 연습했다. 조감독인 개럿이 마침내 “액션!”이라고 외쳤을 때, 내 머릿속에 크고 분명한 소리로 “난 할 수 없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팔을 들고 모든 책임을 파이에 떠넘긴 채 조심스럽게 파이를 던졌다. 파이는 그녀의 얼굴로 정확히 날아갔다. 파이도 완벽했고 랜스버리도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태어난 이래 이렇게 나 자신이 자랑스러운 적이 또 있을까 싶다.

글 에마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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