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류승완의 <짝패> [4] - 액션 코멘터리 ②
2006-05-24
정리 : 문석

장면 #4/ 악의 무리, 경찰서로 들어와 증인을 제거하다

태수는 왕재 살해 현장에 있었던 양아치 한명을 붙들어 증인으로 확보한 뒤 경찰서 유치장에 가둬놓는다. 하지만 온성의 어두운 세력은 절대 무공을 가진 서 팀장을 경찰서로 보내 증인을 제거하려 한다. 그를 저지하려는 형사들과 서 팀장은 경찰서 안에서 처절한 사투를 펼친다.

류승완/ 이 장면 앞뒤의 액션신이 육체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쾌감에 초점을 맞춘다면, 여기서는 영화적인 액션을 구현하려고 했어요. 카메라 테크닉과 속도, 그리고 편집으로 끝장을 보려고요. 서극의 <순류역류>도 염두에 뒀었죠. 와이드 렌즈를 쓰고, 스테디캠으로 찍고, 인물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구도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숏도 잘게 분할해서 찍었어요. 그리고 엄청나게 화려한 액션으로 만들고 싶어서 일부러 서울액션스쿨을 대표하는 5명의 무술감독님들을 다 형사 역으로 등장시켰죠. 그런데….

정두홍/ 막상 찍으려니까 예비군 훈련장 같았다는 얘기하려는 거지?

류승완/ 아, 정 감독님이 합까지 다 짜놓으시고선 사우나 가셔서 그랬죠.

정두홍/ 다들 한가락씩 하는 무술감독들이니까 나도 좀 편하고 싶었지.

류승완/ 무술 지도 했던 정창현 감독은 거기 계셨던 감독님들보다 한참 후배잖아요. 정 감독이 “선배님께서 여기서 날아오시다가 서 팀장 발차기에 맞고서 측방으로 떨어져주세요”라고 하면, 누구는 “아, 내가 측방 떨어져본 지가 언젠데”라고 하고, 또 누구는 담뱃불 척 붙이면서 “거기서 꼭 측방으로 떨어져야 하나”라고 하시더라고요. 보조연기자 조합에서 나오신 분들인 줄 알았어요.

정두홍/ 걔들이 밖에 나가면 다 무술감독인데, 직접 스턴트해본 지는 오래됐지. 그리고 내가 보기엔 열심히들 하던데.

류승완/ 그게, 참. 정 감독님이 사우나 다녀오시자마자 분위기가 확 바뀐 거라니까요. 순식간에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마치 그전까지 열심히 연습했던 것처럼 몸도 막 날리고. 오합지졸이 졸지에 특공대가 되더라고요.

정두홍/ 결국 촬영은 잘했잖아.

류승완/ 재밌는 게 서열에 따라서 액션 난이도도 다르더라고요. 경력이 가장 짧은 박주천 감독은 유리에 꽂히고, 가장 연조있는 양길영 감독님은 비교적 가볍게 떨어지시고.

장면 #5/ 운당정에서 최후의 결전을 펼치다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필호가 있음을 알게 된 태수와 석환은 필호가 있는 대형 주점 운당정으로 향한다. 초입부터 그들을 막아서는 어마어마한 패거리에 맞서는 태수와 석환. 수많은 적들과 맞서며 주점 내부로 진입하지만, 엄청난 내공의 4인방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한다.

류승완/ 이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이기도 하고, 가장 처절한 액션신을 펼치겠다고 염두에 뒀던 터라 힘도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운당정은 모두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게 마당이고, 그 다음은 수상가옥, 그리고 다다미방, 마지막이 2층으로 이뤄진 객잔 비슷한 실내죠. 각각의 공간에 따라 액션의 스타일도 달리했는데, 마당에서는 목검으로 액션을 펼쳤습니다.

정두홍/ 무기를 고르다가 목검을 죽도처럼 다루는 액션을 펼치면 새롭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사실 그런 액션은 다른 영화에서는 보여지지 않은 거거든.

류승완/ 저는 무기를 다뤄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정 감독님은 펄펄 나시데요.

정두홍/ 나는 매일 그것만 찍으면 좋겠더라고. 일단 몸이 안 힘들고 팔만 움직이면 되니까.

류승완/ 두 번째 공간인 수상가옥에서는 태권도 액션이랄까, 이두용 감독님 스타일의 발차기 액션을 만들었죠. 우리 둘이 콤비 플레이로 싸우는 것도 여기가 시작이죠. 촬영을 양수리 세트장 꼭대기에 있는 운당에서 진행했는데, 거기에 물을 채워놓고 그 안에서 물을 튀기며 싸우려고 했죠. 그래서 방수처리까지 다 해놓았는데, 자꾸 샜잖아요.

정두홍/ 그리고 그때가 12월이라서 다 얼어붙어서 제작부들이 토치로 녹이고 했지만, 결국엔 안 됐잖아. 사실 여기선 내가 권투를 응용한 액션을 했는데 다 편집됐더만.

류승완/ 뒷부분은 정말 편집을 세게 했죠. 하여간 이번에는 정말 냉정하게 편집을 했어요. 무엇보다 제 얼굴이 자꾸 나오니까 보기 싫어서 팍팍 자르게 되더라고요.

정두홍/ 그 다음인 다다미방에서는 사시미칼 액션을 했잖아. 애초에는 장검을 쓰려고 했는데, 예산이 적어서 세트를 작게 짓는 바람에 도저히 못 휘두르겠더라고. 그때 떠오른 게 회칼이야. 근데 나는 아직도 그 장면에서 칼에서 나오는 사운드를 죽인 게 아쉬워.

류승완/ 제대로 된 사운드로 보는데 여자들이 다 고개를 숙이고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정두홍/ 나는 더 살벌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류승완/ 감독님이 영화를 만들면 아마 18세 관람가가 아니라 27세 관람가나 35세 관람가가 나올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 공간인 운당정 내부는 공간구조와 어우러지는 액션을 만들려고 했어요. 예고편을 보신 분들이 <킬 빌> 비슷하다고 하는데, 사실 이미 예전 쇼브러더스 영화에 많이 나왔던 스타일이죠. 이 세트는 원색으로 꾸몄는데, 애초부터 저는 이 영화가 원색의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두홍/ 그 장면에서는 공포의 4인방에게 멋진 액션을 주자는 것이 컨셉이었잖아. 류 감독은 4인방을 맡은 애들이 잘했다고 하지만, 내 마음엔 안 차더라고.

류승완/ 그때는 촬영도 막바지라 우리도 너무 힘들었잖아요. 서로 몸이 닿는 것도 싫어할 정도로.

정두홍/ 그런데 왜 날보고 2층에서 직접 뛰어내리라고 한 거야? 대역 써달라니까 들은 척도 않고.

류승완/ 아니, 대역을 쓰려면 정 감독님을 왜 주연으로 씁니까.

정두홍/ 하여간 춥고 힘드니까 맨 정신으로 안 되겠기에 협찬받은 양주를 커피에 타서 마시면서 연기했는데, 그때부터 끊었던 술과 담배를 다시 하게 됐잖아.

류승완/ 하도 힘드니까 등장인물들이 한명씩 죽을 때마다 진심으로 기뻐했잖아요. 그게 촬영이 끝나간다는 얘기니깐.

정두홍/ 그래도 지나고 나니까 참 재밌었던 것 같아, 그지?

류승완/ 에잇, 무슨. 닭살스럽게.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뭔가를 계속 만들어가다 보니까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어요.

정두홍/ 나도 그렇네. 대사 달달 외고, 몸 바쳐서 액션을 한 게 얼마만이지 몰라.

류승완/ 우리에게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요?

정두홍/ 이렇게 센 액션연기? 당연히 또 할 수 있겠지. 아, 나는 환갑잔치 때 스턴트 시범하는 게 소원인 사람이라고 말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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