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46>은 사랑의 상실에 관한 장엄한 뮤직비디오다. 남자와 여자는 음악에 맞추어 종종 느리게 움직이고, 육감적인 음악은 직관에 따라 행동하는 남자 캐릭터와 어울린다. 믹 존스가 직접 불러주는 클래시의 노래가 끼어든 가운데 로키의 긴 행렬이 끝나고 콜드플레이의 <위험 신호>가 나올 즈음 영화는 끝난다. 기억이 지워진 남자가 가정으로 돌아간 뒤, 추방당해 사막에 홀로 남은 여자는 눈물을 머금는다. 그리고 “사실, 네가 그리워”라고 부르던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여자도 같이 되뇐다. “네가 그립다”는 한마디. <코드 46>의 정서는 그런 것이다. 왜 같은 콜드플레이의 <과학자>가 아니라 <위험 신호>일까. 마이클 윈터보텀은 시간을 되돌리려는 헛된 노력보다 타자에 의해 헤어지게 된 현실을 마주하길 원한다(남자의 가족은 반대로 “삶은 단지 꿈이다”라는 동요를 함께 노래한다). 윈터보텀이 찾아간 가까운 미래의 세계는 신분에 따라 안과 밖으로 나뉘어져 있다. 유전적 요인이 인간의 운명을 규정하는 그곳에서 사랑을 위해 일탈을 택한 두 주인공은 전형적인 윈터보텀의 인물들이다. <코드 46>의 나른하면서도 무시무시한 미래사회와 인간의 자유의지를 향한 동경은 <가타카>의 그것과 왠지 닮은 게 사실이지만, 그 주제는 <가타카>의 ‘제노이즘’이나 여타 SF영화의 세계관보다는 평소 윈터보텀이 즐겨 다루던, 인간관계를 방해하는 장벽과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몸부림이다.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영화를 되짚는 ‘<코드 46> 들여다보기’(사진, 17분), 4개의 삭제장면(3분) 등이 부록으로 제공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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