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충무로 미국 공략 [5] - 김진아 감독
2006-10-20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문석
<네버 포에버> 김진아 감독

“통속적 장르로 성모 마리아 신화를 깨고 싶었다”

-<네버 포에버>는 어느 정도 완성됐나.
7월 촬영을 시작해서 8월29일 끝마쳤고, 지금은 뉴욕영화의 후반작업을 거의 다 하는 포스트웍스라는 곳에서 편집 중이다.

-어떻게 시작된 영화인가.
원래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여자의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가’다. 그것을 언제나 화두로 생각하고 있자니까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들이 동시에 떠올랐다. 내가 항상 깨고 싶어하는 것이 성모 마리아 신화인데, 여자는 어머니와 창녀가 있다는 것 말이다. 둘 다 남자에게 뭔가(밥과 몸)를 준다는 점에서는 같은데, 굉장히 다른 종류의 존재로 여겨지잖나. 그런데 그게 사실은 같다는 것을 깨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다른 한축으로는 멜로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불가능한 것을 원한다는 게 인간의 비극인데, 그게 가장 쓰라린 감정으로 느껴지는 게 멜로인 것 같다. 그런 얘기를 매우 하고 싶었다.

-이야기는 어떻게 떠올렸나.
하버드대학 초청교수를 맡고 백인 도시인 보스턴에 살면서, 인종적인 자각 같은 게 생겼다. 특히 하버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백인 중심적이다. 우리 학과에 27명의 교수가 있는데 유색인종은 나뿐이다. 또 하버드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수업을 했을 때 <자유부인>이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같은 한국 고전영화를 다시 보면서 멜로가 정말 위대한 장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보수적인 결말로 끝나지만, 여성 관객을 위해 만든 영화들이라 전복적인 요소가 많았다. 그런 전복적인 요소의 결론이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굉장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모든 것이 섞이면서 어느 날 갑자기 탁 터진 게 <네버 포에버>의 줄거리였다. 거짓말이 아니라 하루 만에 구상이 끝났고, 3일 만에 신 넘버가 있는 트리트먼트를 썼다.

-정말 장르적 의미에서 멜로영화인가.
진짜 멜로영화다. 인종, 미국, 불임, 뉴욕처럼 곁가지 요소가 있지만 영화 자체를 보면 정통멜로다.

-갑자기 장르영화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그 집 앞>은 유학 끝낸 지도 얼마 안 됐고 한국에 그런 영화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게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만들고 나서는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 집 앞>은 정말 작가의 독백 같은 영화였고, 이렇게 스스로를 반추하는 영화는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멜로라는 장르에 더 끌린 것 같다. 가장 통속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베라 파미가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우리 캐스팅 디렉터가 굉장히 유능하다. (웃음) 내가 시나리오를 보냈을 때, 파미가는 휴가차 외국에 있었다. <인 트랜지트>라는 영화 촬영을 위해 러시아로 가기 전 뉴욕에 하루 들른 날 나를 만나러 왔다. 시나리오를 배에서 읽고 내리자마자 나를 만나러 온 거다. 시나리오를 굉장히 좋게 봤던 것 같고, 올해 상반기에만 4편을 찍는 등 바쁜 와중에도 출연을 결정했다.

-베라 파미가와 하정우의 호흡이 잘 맞았다고 들었다.
촬영하기 전 하정우와 파미가가 하루 정도는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자리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리허설이 아니라 서로를 익힌다는 정도로 감정없이 평이하게 대사를 읽으면서 시나리오 리딩을 하는데, 한신이 끝나자 파미가가 시나리오를 덮더니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가는데 파미가는 매우 흥분해서 ‘저렇게 에너지가 센 배우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하정우에 대해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쪽 공동제작사인 복스3(VOX3)와는 어떻게 접촉했나.
줄리아나 브루노라고 하버드 동료 교수가 있는데, 그녀의 남편이 복스3의 대표인 앤드루 피어버그다. 파티할 때 자연스럽게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는 함께 작업하자고 하더라.

-한국 영화사가 미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천차만별인 것 같다. 다른 영화는 몰라도 내 영화는 100% 미국 스탭과 100% 미국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어떨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이게 한인들의 삶을 다룬 게 아니니까 이곳 스탭들은 미국영화에 더 가깝게 생각하는 눈치다. 하여간 그런 프로젝트들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특급 작곡가인 마이클 니먼이 음악을 맡는다고 들었다.
2001년 한국에서 열린 마이클 니먼의 콘서트에 갔는데, 니먼의 초청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와 있었다. 그런데 김 감독님이 통역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니먼과 친해졌다. 프리 프로덕션 도중 음악감독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마이클 니먼을 안다고 하니까 모두들 코웃음을 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비싼 줄 알아’ 하더라. 열 받아서 이메일을 보냈더니 시나리오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하겠다고 했다. 돈문제를 물어봤더니 자기는 ‘시나리오가 좋으면 돈은 안 보고 일한다’고 하더라.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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