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충무로 미국 공략 [3] - 마이클 강 감독
2006-10-20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문석
<웨스트 32번가> 마이클 강 감독

“미국 관객에게 한국영화의 미학을 보여주고 싶다”

-이 영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애초의 이야기는 아시아 이민자의 범죄문제를 돕고 있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친구 에드먼드 리가 살인사건에 연루된 한 한국인 소년의 사건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몇년간 뉴욕 한인타운의 갱들을 만나면서 취재를 했다. 그리고 그는 내게 글을 보여줬고, 나는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나리오 작업은 몇년 전 끝냈고, 이를 테디 지에게 보냈다. 테디는 다시 이것을 CJ엔터테인먼트 미국법인의 테디 김에게 보냈다. 그리고 바로 얼마 뒤 우리는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나는 이게 모두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CJ엔터테인먼트와 작업하는 것이 유리한가.
이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한국 회사와 일하는 것이 좀더 편하기는 하다. 한국 문화와 관련된 많은 부분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할리우드 경향으로 봤을 때, 최소한 한명 이상의 캐릭터가 백인이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들은 십중팔구 존 조가 맡은 배역이 백인이기를 원할 거다. CJ와 일하면 그런 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CJ는 마케팅 차원에서도 미국과 한국의 실험적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데뷔작 <모텔>은 아주 귀엽고 정적인 영화다. 반면 <웨스트 32번가>는 누아르풍의 영화라 의외였다.
사람들의 기대를 완전 저버리고 다른 일을 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동시에 다른 종류의 시나리오를 쓰곤 한다. 이 영화도 <모텔>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구상했다. 똑같은 종류의 영화를 계속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계속 나 자신에게 도전하려 한다.

-<모텔>의 주인공 가족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이번에는 한국계인데 뭔가 특별한 감정이 들었나.
미국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은 어떤 존재인지 모든 스펙트럼에 걸쳐 보여주려 한다. 변호사에서부터 양아치, 룸살롱에서 일하는 숙희까지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국계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대학 다닐 때에는 한국인이나 코리안 아메리칸들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그러나 대학 졸업 뒤 내 정체성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고,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나의 여정은 존 조가 맡은 변호사 존 킴이라는 캐릭터에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다가 그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국계 스탭들이 많더라.
이 프로젝트를 들은 많은 이들이 자원했다. 내 생각에 많은 코리안 아메리칸들이 이 영화가 중요하다고 느낀 것 같다.

-존 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그는 <베터 럭 투모로>에서 가장 먼저 봤다. 나는 이 영화를 너무 어둡고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코미디와 드라마 연기를 동시에 해왔다는 점은 관객이 자연스레 그와 동일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준호와 김준성도 캐스팅했다.
나와 테디 지는 한국에서 여러 배우를 만났다. 정준호는 <두사부일체>와 <투사부일체>를 봤기 때문에 매우 잘 알고 있었고 출연해준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었다. 김준성은 우리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바로 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초 같은 외모를 갖고 있지만, 눈에는 슬픔 같은 것이 있다.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어땠나.
주말마다 파티를 열거나 함께 놀러다니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내게 정말 대단한 것이다. 우리는 정말 가족처럼 느껴진다.

-모든 배우가 한국계 또는 아시아계인데, 주류 미국시장에서는 아시안의 얼굴(asian face)이 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순진한 생각일 수 있지만, 나는 이야기만 훌륭하다면 어떤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 갱스터라는 장르는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나. 에이, 잘 모르겠다. 내가 백인들의 생각을 어떻게 알겠나. (웃음)

-짐 자무시 팬이라고 들었다. <모텔>이 자무시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영화라면 이번엔 누구의 영향이 강한가.
<웨스트 32번가>는 마틴 스코시즈나 시드니 루멧의 70년대 미국영화와 <올드보이> <친구> 같은 새로운 한국영화들의 혼합이다. 나는 이 영화가 미국영화와 한국영화 사이의 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를 한국 감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 영화를 통해 미국 관객에게 한국영화의 미학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영화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나.
한국영화에서 내가 본 중요한 점은 그것이 엄격한 장르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갱스터영화 같지만 코미디가 있고 로맨틱하기도 하다. 그런 요소가 두루 섞여 다른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두사부일체>도 코미디와 액션을 왔다갔다하지 않나. <웨스트 32번가>도 단순히 액션영화 갱스터 장르가 아니라 코미디와 슬픈 이야기가 들어 있는 복합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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