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충무로 미국 공략 [4] - 배우 존 조
2006-10-20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문석
<웨스트 32번가> 배우 존 조

“코리안 아메리칸이 한국 문화를 탐험한다는 데 끌렸다”

-현재 미국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배우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샌드라 오가 가장 떠오르고 있고, 김윤진도 그렇다. 내가 처음 LA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이 산업에 한국인들은 별로 없었지만, 지난 10년간 굉장히 많은 젊은 아시아계 배우들이 이 비즈니스로 뛰어들었다. 촉망받는 한국계 젊은 배우들을 보고 있는 건 즐겁다.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다. 미국 주류사회는 우리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저들은 누구야, 어디서 온 거야라고 물으면서.

-<웨스트 32번가>는 한국계 감독과 한국계 배우가 나올뿐더러 한국 기업이 투자, 제작하고 있다. 특별한 느낌은 없나.
그동안 아시아인들과 아시안 아메리칸 사이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아시아 영화산업도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산업과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번 협업에 흥분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지만 같은 얼굴을 갖고 있다. 같은 데서 왔다는 이야기 아닌가. 나는 우리가 서로를 도울 수 있기 바란다.

-이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프로듀서인 테디 지와 마이클 강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말 흥분했다. 사실 예전에 LA 한인타운의 어두운 세계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는 여러 번 받았지만, 별로 진실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굉장히 사실적이면서 정직하게 느껴졌고, 또 법정드라마로서도 잘 쓰여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코리안 아메리칸이 한국 문화를 탐험하는 이야기라서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코리안 아메리칸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과거에도 아시아계 배우들과 작업해본 적이 있었는데, 동지애 같은 것을 느꼈다. 사실 할리우드에서 작업하다보면 나 혼자만 아시안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배우가 모두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니, 이건 정말 특별했다. 그래서 흔치 않은 형제애 같은 감정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해롤드와 쿠마> 등 당신은 코미디언의 재능이 뛰어난 것 같다. <웨스트 32번가>의 드라마 연기는 어렵지 않았나.
예전부터 굉장히 많은 드라마를 했다. 코미디가 좀더 성공을 거둔 것뿐이다. 사실 내가 코미디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드라마에 접근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캐릭터를 진지하고 진실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한쪽은 대사가 웃기고 다른 쪽은 웃기지 않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후에도 한국 영화사의 미국 프로젝트나 한국영화에 참여할 의사가 있나.
당연하다. 내가 출연작을 고르는 과정은 단순하다. 흥미로운 이야기인가,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인가, 두 가지다. 그것만 충족한다면 출연한다. 물론 코리안 아메리칸 이야기나 한국인 이야기에도 특별히 관심이 있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에서도 작업을 해보고 싶다.

-아시아계로서 할리우드에서 자리잡는 게 어렵지 않았나.
할리우드에 아시안 배역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잖나.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상황은 나를 오히려 고무했다. 그 사실은 좀더 열심히 하게 만들고 자꾸 변화하게끔 한다. 만약 이 일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내가 이 일을 떠날 때쯤엔 내가 들어올 때보다 상황이 좋아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내가 새로운 영역인 코미디에 도전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의 집 거실의 작은 박스에 앉아서 그들을 웃게 한다면 그들은 당신을 친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롤드와 쿠마> 이후 메이저 스튜디오에서도 제의가 많을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사다리를 올라왔다. 물론 큰 영화에서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톰 크루즈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아시안이다. 그동안 나는 어떤 한편의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의 미래를 확고히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좋다.

-아시안 아메리칸이 주로 출연하는 영화가 주류 미국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보나.
그건 일종의 딜레마다. 우리는 그런 영화를 이전까지 보지 못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잠재력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건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에 많은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쏟은 적이 없다. 만약 샌드라 오나 모든 아시아계의 유명배우가 참여하고 웬만한 마케팅 비용을 쓴다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건 불공평한 부담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은 ‘첫 코리안 아메리칸의…’ 식으로 재단된다. 그러나 데이비드 듀코브니 영화가 실패했다고 해서 누구도 ‘이제 백인영화는 포기해야겠군’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해롤드와 쿠마> 속편을 찍는다고 들었다.
이 영화를 끝내고 이틀 뒤 <NBC> TV쇼 <싱글스 테이블>을 시작하게 된다. 아마 12월까지 찍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1월부터 <해롤드와 쿠마>의 속편을 찍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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