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참가자
프리티보이 강동원 마스터/ 회사원(이하 프티강(마))
프리티보이 강동원 운영자/ 회사원(이하 프티강(운))
하늘아래 준기세상 마스터/ 학생(이하 하준세(마))
하늘아래 준기세상 운영자/ 회사원(이하 하준세(운))
오빠를 위해, 닥치고 서포트!
다수의 목소리를 대표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포털싸이트 다음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팬카페 두 곳 ’프리티 보이 강동원’(cafe.daum.net/dongwon81)과 ’하늘 아래 준기 세상’(cafe.daum.net/myloverjunki)의 마스터 및 운영자들을 모으는 자리도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배우 강동원과 이준기의 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십만명의 대중이 집결한 공적 사회의 행정 책임자인 이들은, 자신들이 무리를 이끄는 강력한 리더가 아니라, 무리의 의견을 조합하고 조화시켜 하나의 대상에게로 전달하는 위치에 있음을 알렸다. 인터넷이 가능하게 한 민주적·다원적·역동적 팬문화의 허브, 팬카페에서는 어떤 활동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런 활동들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를 들어보았다. 여기서 마스터란 카페 총책임자를 뜻하며 운영자는 세부 업무들의 각 담당자를 말한다.
-각자 지금의 팬카페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프티강(마): 강동원을 좋아하다보니 하게 됐다. 원래 우리 카페엔 마스터가 따로 없었다. 2002년 말에 다음카페쪽에서 카페를 운영해보겠느냐는 메일을 보내왔다. 카페 활동을 오래 한 회원들 중에 활동이 많은 회원에게 메일을 보낸 거라고 하더라.
프티강(운): 카페 가입은 2003년 5월경에 했고 운영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003년 여름부터다. 운영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강동원 자체가 좋아서 자원했다.
하준세(마): 우리 카페는 <왕의 남자> 개봉 전엔 활성화가 안 돼 있었다. 활성화하려고 운영자를 모집했다. 초기 운영자들은 전부 지방 분들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면서 촬영현장을 다니거나 소속사쪽과 접촉이 용이한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서 운영진에 끼게 됐다. 그때가 2003년. 그러다 마스터가 개인 사정으로 바빠지면서 지난해 9월에 마스터 자리를 받았다.
하준세(운): 카페에 들어온 건 올해 1월이다. 7월 말에 운영진을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고, 투표를 거쳐서 뽑혔다. 후보 선출은 기존 운영진들이 했고 투표는 전 회원이 참여했다. 경쟁도 치열했고, 참여율도 높았다.
하준세(마): 지원자는 150명에서 200명 사이였고 그중 9명을 후보자로 뽑았으니까 경쟁률이 20 대 1 정도 된 셈이다. 후보자 선출은 그간의 활동 내역을 보고 평가했다. 투표 전에는 회원들과 후보자들 사이에 질답 기간이 있었다. 투표기간은 1주일이었다. 최다득표자가 500표 이상 얻었고 최저득표자도 200표 이상 받았다. 1인1투표제였으니까, 대략 3천명 정도가 참여했다.
프티강(운): 신규 운영진은 기존 운영진들의 회의로 결정했다. 자기소개서를 보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뽑았다.
-당시 회원들이 후보자들에게 던졌던 질문들은 주로 어떤 내용이었나.
하준세(마): 과거 운영진들의 실수에 관한 질문이었다. <왕의 남자> 개봉 전까지 카페 회원 수가 1만명이 채 안 됐었다. 우리끼리는 1만명만 넘어도 성공한 거라고 얘기했는데 한달 반 만에 34만명이 됐다. <왕의 남자>로 이목이 집중된 거다. 회원 수가 급증하면서 마스터와 운영진들의 운영상 실수가 많았다. 그 기간에 할 수 있었던 행사들도 방법을 몰라서 놓친 것이 많았다. 주로 그런 것들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들이었다. 회원들간의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 건지, 어떤 성격의 신규 게시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기존 운영진과 신규 운영진 사이의 마찰은 어떻게 해결할 건지 등등.
하준세(운): 우리 카페는 새벽에 활동량이 많다. 회원 중에 누군가가 새벽에 문제제기성 글을 올렸을 때 운영자들이 전부 다 자고 있으면 답변을 못하지 않나. 그런 것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하준세(마): 게시판지기를 뽑을 때 감안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미국에 살고 계신 분이면 시차 때문에 우리가 자는 시간에 깨어 있다. 그럼 그런 분을 뽑기도 하고. 혹은 밤새도록 활동하는 게 증명이 된 분들. (웃음) 새벽에 일이 터졌을 때 바로 해결이 가능한 게 중요하다.
-팬카페의 주요 행사들은 어떤 게 있나.
프티강(운): 팬미팅, 영화 개봉 뒤의 단관, 생파(생일파티).
하준세(운): 개봉시 시사회, 무대인사 따라잡기, 촬영 기간 중엔 현장에 간식 보내는 일도 있다.
하준세(마): 개봉 전에 영화사쪽에 부탁해서 시사회 티켓을 받고, 카페 내에서 이벤트를 통해 시사회 당첨자를 가린다. 개봉 뒤엔 단체 관람을 하는데, <플라이 대디>는 전국 각지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단관을 했다. 상영 시작 시간까지 정확하게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한 시간대에 보는 것이다. 카페에서 주관하는 건 이 정도이고, 회원들끼리 자체적으로 하는 일들도 많다.
하준세(운): <플라이 대디> 때 마음 맞는 회원 몇명이 모여서 파일꽂이나 명함집을 만들어서 서울 명동, 부산 서면 등 극장 앞에서 어깨띠 두르고 일반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비용은 본인들이 부담했다. 그런 일들을 먼저 생각해서 운영진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물품의 일부는 소속사로 보낸다.
하준세(마): 카페 내에 금전적으로 활동이 활발한 누님들이 많으셔서. (웃음) 어디 가서 준기 오빠 기 안 죽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신다.
프티강(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마지막 촬영날 출장 뷔페를 했다. 준비하는 데 2주 정도 걸렸다. 그전에도 크게는 아니지만 촬영장에 간식을 보냈다.
하준세(마): 우리도 <플라이 대디> 때 출장 뷔페를 했다. 120인분 정도에 450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왕의 남자> 때엔 많이 해보려고 했는데 회원 수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운영진 5명이 돈 100만원 모아서 과일을 돌렸다. 원래는 밥을 해가려고 했는데 촬영장이 너무 덥다고 밥 먹다 숨넘어갈지도 모른다고, 시원한 게 좋겠다고. <마이걸> 땐 드라마 촬영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화려한 휴가> 촬영 중엔 야식으로 치킨이랑 과일 도시락을 했고, <눈꽃>은 지금 준비 중이다.
프티강(마): 이런 걸 하려면 현장쪽과 서로 협의가 잘돼야 한다.
프티강(운): 최근에 제일 크게 했던 행사 중 하나가 생파다. 프티강에서 하는 생파로는 올해가 세 번째였는데, 사노모(‘동원을 사랑하는 노땅들의 모임’의 줄임말. 강동원의 출생연도인 81년생 이전 출생자들끼리의 모임이다)랑 연합으로, 운영자들끼리 협의해서 3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생파 참가자는 1300명 정도 됐고, 입장 티켓은 일본쪽에 200장, 나머지 1100장을 한국쪽에 배당했다. 일본 팬들의 경우 사이트에 공지하고 신청자를 선착순으로 받았는데 5분 만에 다 끝났고, 한국은 입금순으로 했는데 오전 중에 표 배분이 다 끝났다.
프티강(마): 장소는 광운대학교 대강당이었고, 경비 지출은 장소 섭외비, 무대 설치비, 회원들에게 나눠줄 기념품 제작비, 강동원씨 생일선물 등에 들어갔다. 회원 수는 많고 장소는 한정돼 있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행사는 미리 공지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하준세(운): 우리 카페는 아직 생파를 해본 적이 없다. 생일 때마다 촬영이 있었다. 지지난해, 지난해, 올해 모두 그랬다. 선물만 했다. 올해 1월에 팬미팅할 때 450명을 모집했는데 카페 회원 34만명 중에 450명만 초대하니까 경쟁률이 엄청 심했다. 당첨 안 돼 우는 분들도 있고, 장소가 왜 그렇게 협소하냐는 불만도 많았다.
-실제로 강동원씨나 이준기씨는 팬들과 만나는 걸 좋아하나.
프티강(운): 오빠는 팬들과 있을 때랑 그렇지 않을 때가 확실히 다르다. 팬들이랑 있으면 편하신지 말수가 평소보다 많아진다. 팬미팅할 때도 말을 끝내질 않고 계속했다. 시간 다 됐다고 그만하라고 했더니, 5분만, 5분만! 하시다가 무려 15분을 더 하셨다.
프티강(마): 팬들 앞에 있을 땐 강동원 씨 표정이 편안해 보이는 것 같다. 이분이 워낙 평소에 내성적이고 표현을 잘 안 하셔서 그렇지. (웃음)
하준세(마): 준기 오빠는 솔직한 편이다. 표현도 잘하고 팬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걸 좋아하시는 거 같다. 열혈네티즌이라는 소리도 듣고 한다.
하준세(운): <플라이 대디> 무대인사 때, 오빠가 맥스봉(소시지 종류)을 되게 좋아하셔서 팬들이 그걸 던졌다. 거리가 머니까. 근데 오빠가 무대 아래로 내려오셔서 그걸 다 줍더라.
-팬들에게 팬카페는 어떤 기능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나.
프티강(마): 일단 자료를 공유할 수 있고, 함께 모여서 같은 걸 보고 공감하고, 나중에 정모 통해 얼굴 보면서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하준세(마): 서포트 성격이 가장 강한 것 같다. 물론 처음엔 정보를 찾으러 많이들 오시고 나중엔 친목도모도 많이 하시지만 오빠에 대한 서포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다.
하준세(운): 이벤트 형식으로 준기씨에 대한 서포터를 자주한다. 간식이라든지, 선물이라든지. 그럴 때마다 많은 회원들의 도움이 있지만 누님들의 도움이 좀 큰 편이다.
하준세(마): 카페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닥서’라고 있다. ‘닥치고 서포트’하란 뜻이다. (웃음)
-팬카페 운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뭔가.
프티강(운): 소속사랑 팬들 사이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있다.
프티강(마):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너희가 소속사 편이냐, 하고 질타를 하기도 한다. 내가 하는 일의 공적인 성격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 운영자들은 때로 자신이 팬이라는 사실조차 감춰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게 이제는 습관이 됐다. 강동원씨를 봤다고 막 이름을 부르거나 다가가서 인사를 할 수는 없다.
프티강(운): 일반 팬들은 좋아하는 거 다 표현하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할 수 있지만 운영진은 불가능하다.
하준세(마): 일반 팬일 때는 애(愛)가 강했다면 일을 하게 되면 증(憎)이 생긴다. 애증의 관계가 된다. (웃음)
프티강(운): (고개 끄덕이며) 맞다.
하준세(운):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뭐 이런 생각.
프티강(마): 열번 잘하고 한번 잘못하면, 한번 잘못한 것밖에 안 남는다. 배우 보고 하는 거다. 다른 거 보고 하려면 못한다.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혹은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뭘까.
하준세(마):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단지 배우가 좋고, 서포트하는 게 좋은 거다. 운영자라고 해서 얻는 것도 없는데. 있다면 스트레스? (웃음) 팬질을 하면서 사람들은 정말 많이 만나는 것 같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배신도 당해보고. 어쨌든 팬이라는 게 오빠에게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니까 이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팬들이 잘못하면 오빠의 이미지가 나빠지기도 하고. 팬은 스타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인 것 같다. 가족만큼이나.
프티강(운): 힘들어도 계속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처음엔 그냥 좋아서 했다면 지금은 어떤 일을 하건 간에 결과물이 나와서인 것 같다. 그 결과를 갖고 다른 팬분들이 수고했다 말 한마디 해주면 그게 그냥 좋다. 그리고 왠지 팬질은 마약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젠가는 그만두겠지만 그렇더라도 좋아하는 마음은 계속 갈 것 같다. 뒤에서 서포트도 할 것 같고.
프티강(마):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동원 씨가 한결같으시니까.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던 것 같고,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그래서 이 일을 통해 내가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의 성향을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원래 자기랑 비슷한 성격의 배우를 찾아가거나.
하준세(마): 오빠가 ‘팬은 곧 배우’라는 말을 하신다. 하준세가 이준기고, 이준기가 곧 하준세다. 배우와 팬이 상호작용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게 아닐까 한다.
프티강(마): (동원씨는) 표현을 안 해주니까…. (웃음) 그렇지만 부럽지 않다. 지금의 강동원씨 모습이 좋아서 여기 있는 거니까.
프티강(운): 카페가 워낙 활발하니까 부러운 점도 있다. (웃음)
프티강(마): 서로 성향이 다를 뿐이야. 동원씨가 여기(하준세)처럼 하면 우리가 적응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