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한순간에 수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영화는 겉모습에도 인물의 내면과 성격과 처지를 담을 수밖에 없다. 차가운 색조로 냉정한 성품을 드러내고 꼭 조인 코르셋으로 억압된 욕망을 표현한다. 영화 속의 누군가가 옷을 갈아입으면 그는 조금쯤 변한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의상은 단지 아름답기만 해선 안 된다. 단순한 장식물을 넘어 드라마와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면에 소개하는 다섯명의 의상감독들은 그런 점에서 돌멩이 한개를 던져 두 마리 새를 잡는 솜씨를 지닌 장인이라고 할 만하다. 실크와 면직물과 자수를 언어로 사용하는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영화들을 만나야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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