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무술감독 정두홍의 독한 영화인생 [3] - 정두홍이 아끼는 장면들
2001-10-19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난다”

<테러리스트> 개농장, 철도창고장면

기존 액션의 톤을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 그 이전까지 한국영화에서는 물고 뜯는 식의 실제적인 싸움만을 묘사했다면, 여기에서는 개인의 역량이 극한으로 발휘되는 테크닉적인 액션을 많이 사용했다. 당연히 힘도 많이 들어갔다. 직접 스턴트를 했는데, 젊은 시절이었음에도 체력적으로 만만치 않았다. 스턴트를 이어주는 최민수 선배의 연기와 눈빛도 이 장면을 살려줬다.

<태양은 없다> 권투장면

초당 120프레임에 달하는 고속촬영을 하면 액션 연기가 세밀하게 보여 거짓 액션은 잘 통하지 않게 된다. 때문에 실제 펀치를 날려야만 했다. 정우성이 상대 선수의 주먹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에선 내가 직접 때렸다. 실제와 같이 펀치를 날렸더니 정우성이 정말 나가떨어지더라. 그런데 우성이가 나중에 권투선수에게서 정말 실감나는 장면이었다고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반칙왕> 레슬링장면

너무 어려웠다. 레슬링에 관해 잘 알지 못했다. 예컨대 목감고 돌리기, 이런 기술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 프로 레슬러들의 자문을 받고 미국 WWF의 레슬링장면들을 면밀히 검토했다. 특히 WWF 중계를 녹화해 슬로모션으로 보며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어 나갔다. 무엇보다 상당부분의 액션 연기를 온몸으로 소화한 송강호의 공이 크다.

<무사> 사풍계곡장면

이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려 한다. 유별나게 고생을 했을 뿐 아니라, 그 당시의 감정이 아직도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 신을 찍기 전, 몇 안 되는 고려 무사가 잘 단련된 원기병을 상대로 싸워 승리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결국 죽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합을 많이 주지 않고, 고려 병사 한명당 원병 서너명 정도를 맡겨 전투를 벌이도록 했다. 그리곤 OK 사인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촬영을 했다. 결국 모두 지쳐 헉헉대기 시작했고 거의 숨이 끊어질 정도의 상태에서 결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천천히 OK를 외쳤다.

<쉬리> 이방희의 훈련장면

여자가 액션을 하면 어색한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하면 너무 약해 보이고 대역을 쓰면 티가 나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맞아 죽는 모습까지 나오는 이 장면을 위해, 기를 집어넣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박은숙에게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기보다는 우락부락한 남자라도 부르르 떨게 만드는 강렬한 눈빛을 요구했다. 실제로 그녀의 눈빛은 무시무시했고, 김성복 촬영감독의 핸드헬드 카메라가 어우러져 마음에 드는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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