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빈
정두홍은 기능적인 액션과 드라마의 흐름을 타고 가는 액션 모두를 연구해왔기 때문에 좋은 무술감독이라 할 수 있다. 나도 예전에 태권도 도장을 직접 운영한 적 있으니 운동이라면 크게 빠지는 건 아닌데, 정 감독 액션의 특징은 빠르기와 정확성이다. 같은 난이도의 액션을 구사해도 속도감이 따라주지 않으면, 시각적으로 처리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는 몸을 쓰는 것이 매우 정확하다. 예를 들어 발차기를 해도 발과 몸의 각도나 위치를 잘 잡아 미적인 균형감을 만들어낸다. 또 이같은 액션을 스스로 소화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 감독은 더욱 발전적인 방향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액션이 한국영화의 흥행장르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정 감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지운
<반칙왕>의 주무대는 레슬링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액션을 펼치기 어려웠다. 그러나 마지막 대결에서 아수라장이 돼버리는 장면처럼, 화려한 액션보다는 한국적인 액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 장면에서 그는 아무런 사전 공지 없이 배우들을 엑스트라가 앉아 있는 객석으로 몰아내 실제 상황과 같은 혼란을 만들어내자는 아이디어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결국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실제와 같은 액션을 만들어내는 점이 그의 최고 장점 중 하나인 듯하다. 또 배우들이 고난도 레슬링 액션 연기를 직접 펼칠 수 있었던 데는 정두홍이라는 이름에서 주는 신뢰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그는 어떤 장면을 할 수 있다, 없다고 판단하는 분별력, 할 수 있다는 장면은 확실히 이루고 마는 약속이행능력, 맡은 장면을 훌륭하게 구성하는 연출능력, 이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류승완
<피도 눈물도 없이>를 찍으면서 그를 처음 만났다. 초반에는 서로 잘 맞지 않아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나는 콘티에서 계산된 액션대로 가기 원하고 화려한 동작을 좋아하는데 그는 현장의 즉흥성을 중요시하고, 배우에게 액션의 앞뒤 동작까지 요구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편집 때의 상황까지 계산한 것이었다. 정두홍 액션은 화려한 동작보다는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굉장히 충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우영광도 <무사>를 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액션연출의 차이가 동작과 감정의 차이라고 얘기하더라. 나는 그가 정소동이나 원화평이 그랬듯이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본격적으로 정두홍이라는 이름을 걸고 영화를 만들면 뭔가 달라도 다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