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무술감독 정두홍의 독한 영화인생 [4] - 감독 3인과 정두홍의 인연
2001-10-19
“참 강한 사람이다. 나는 반해버렸다”

장현수

<게임의 법칙>을 촬영할 때 엄청 싸웠다. 나이트클럽을 빌려 액션장면을 찍는데, 주인쪽은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었다. 약속한 오후 5시까지 끝내주지 못하면 자칫 봉변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빨리 촬영을 하려고 하는데, 정 감독이 자기가 원하는 액션장면을 꼭 찍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약속도 있고, 액션이 그 정도로 중요한 것도 아니며, 기간이 늘어나면 제작비도 늘어난다고 했더니 바락바락 대들더라. 그래서 1시간30분 동안 다퉜다. 결국 내가 졌다. 그 장면을 찍고 나가는데 어깨가 떡 벌어진 주인 양반들의 눈빛이 어찌나 무섭던지…. <본투킬>에서도 정 감독이 대역 연기를 했는데, 내가 OK를 냈는데도 한번만 더 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굉장히 길고 힘이 많이 가는 테이크였기 때문에 점점 힘이 달렸고 그러다 보니 계속 NG가 났다. 11번 만에 결국 끝내더라.

김성수

<런어웨이>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작품을 함께 작업해왔다. 웬만한 스탭들은 감독의 말이 마음에 안 들어도 대충 따르는 법인데, 정두홍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끝까지 자기 주장을 밀어붙인다. 그러다 보니 싸운 적도 많고, 삐친 적도 많다. <비트>를 통해 비로소 친해졌다. 그가 지하주차장에서 오토바이 액션을 하다 천장을 받았을 땐 ‘저 친구 죽었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위험한 장면도 많았고, 일정도 빡빡했으니까. 그 작업을 끝내고 정 감독이 그러더라.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든지 서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아, 나는 그때 정두홍에게 인정받았다는 게 솔직히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이젠 액션장면은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무사> 때는 아예 카메라 한대를 주고 알아서 찍으라고 했다.

강우석

이번에 <공공의 적>을 찍으며 정 감독과 처음 일해봤다. 어땠냐고? 얼마 전 쫑파티를 할 때, 내가 주인공이나 다른 스탭들 대신 계속 정두홍 감독을 옆에 끼고 있었다고만 하자. 정 감독은 무술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무술감독이었다. 드라마, 카메라, 연기 모두를 알고 있었다. 촬영 도중 내가 그에게 사무실처럼 액션이 일어나지 않을 법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현실에서 정말 저렇게 되겠다 싶은 장면 말이다. 그랬더니 거기 딱 맞는 액션을 그려오더라. 사실 유리창이 다 부서지는 등 그날 촬영은 위험했다. 무술팀의 누군가 다쳤는데도, 아프다는 소리가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지 작업을 더 빨리 진행했다. 그렇게 촬영을 끝난 뒤에야 “이제 병원 가” 한마디 툭 던지더라. 참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반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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