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이야기의 원형을 찾아서]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이여
2007-06-21

돌고 도는 게 돈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극장을 나오며 가끔씩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완전히 ***이야기네.” 그렇게 말할 때 우리는 그 영화에서 어떤 원형의 이야기를 보았다는 걸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돌고 도는 뿌리 깊은 이야기들이란 무엇이 있을까요? 그중에서 더 자주 돌아오는 것은 없을까요? 볼멘소리를 하거나 일축하기보다 거기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때로는 그 원형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나서야 더 재미있고 풍부하게 보게 되는 영화가 있지 않을까요?

그리스 신화에서 한국의 전래동화까지 많고 많은 원형의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그중에서 ‘사랑, 모험, 성공, 가족’과 관계되어 있는 네 가지 서양 이야기를 골라보았습니다.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 중 임의적으로 고른 것이므로, 읽은 다음 여러분께서 좋아하시는 다른 것으로 바꿔 작성해보셔도 상관없을 겁니다. 다만, 영화가 사랑하는 주인공들을 다룰 때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모험을 떠날 때라면 즉각 <오디세이>의 여정이 시작되곤 합니다. 주인공 특히 여주인공이 성공하는 영화를 볼 때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신데렐라>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리고 가족에 관련된 <오이디푸스>라는 신화에 대해서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하려는 것은 이 네 가지 사랑, 모험, 성공,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가 대표 사례를 꼽아보는 것입니다. 원형의 이야기를 되도록 충실하게 따르면서 만들어진 고전영화, 원형의 이야기에 창조적 해석을 가미하고 적극적으로 수정 변형하여 차용한 최고의 영화 혹은 원형 이야기에 턱없이 모자란 최악의 영화, 최근 한국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 원형 이야기들의 수용과 표현방식, 그리고 이야기마다 꾸준하게 등장하는 아이콘으로 나누어서 말입니다. 영화를 시각적인 매체라고 하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영화에서 중요합니다. 게다가 이야기란 항상 어떤 원형의 변주인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와 영화의 관계를 알아보는 건 그러니 즐거운 일이 아닐까요? 상관없어 보이지만 연관이 깊은 원형의 이야기를 찾아낼 때 흥미롭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