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기묘한 불협화음의 B급 감성
2007-07-03
글 : 정재혁
유머의 힘으로, 형식의 힘으로

엉뚱하기보다는 기묘하다. 충돌하지만 폭발하지 않는다. <인 더 풀> <파빌리온 살라만더>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은 은밀하고 끈적거리며 어딘가 어긋나 있는 작품들. 무엇보다 불협화음의 포인트가 확실하다. 밖으로 내지르기보다 안으로 삭이는 인물들의 기묘한 이야기 3편을 모아보았다.

인 더 풀 イン·ザ·プ-ル

감독 미키 사토시 | 출연 오다기리 조, 마쓰오 스즈키, 이치카와 미와코, 다나베 세이이치 | 2005년 | 101분

하루 종일 지속되는 발기로 고생하는 남자(오다기리 조), 강박증에 시달려 가스 밸브를 수도 없이 확인하는 여자(이치가와 미카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수영장이 아니면 풀지 못하는 남자(다나베 세이치). <인 더 풀>의 이라부 종합병원에는 심적으로 문제가 있는 세명의 환자가 찾아온다. 현대인의 질병은 모두 마음의 병이라고 했던가. 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방식도 별스럽다. 괴짜의사로 불리는 이치로(마쓰오 스즈키)는 거친 언행과 요상한 복장으로 환자들을 대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처음엔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편안함을 느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인 셈이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와 TV드라마 <시효경찰>의 연출로 독특한 코미디 감각을 인정받고 있는 미키 사토시 감독의 작품인 <인 더 풀>은 <공중그네>를 쓴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공중그네>의 이라부 의사가 그대로 등장하며, 내용은 <공중그네>의 속편 성격이 강하다. 무엇보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재치있는 유머로 녹여내는 미키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 발기된 성기를 두고 “내가 화를 내지 않으니까 너가 화를 내는구나”라고 하는 대사나, 강박증을 해소하기 위해 방 안의 모든 물건을 없애는 에피소드는 단순히 웃고 넘길 수 없는 대목들이다. 미키 사토시 감독은 주인공들의 과거를 보여주며 그들의 상처를 드러낸다. 현대 일본사회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묻어나는 부분. 결국 그의 유머는 현실의 상황을 빗대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 영화에선 오다기리 조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발기된 성기를 가리느라 애를 쓰는 모습은 영화에 웃음을 주는 요소다. 간통으로 아내와 헤어진 무기력한 남성의 심정을 그는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보여준다. <헤저드> <빅리버>의 어설픈 고독보다 <인 더 풀>의 코믹함이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후세 에리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 ‘아즈키 판다짱’이라 외치던 스파이 아줌마, TV드라마 <시효경찰> 시리즈의 마타라~이. 뱅머리를 하고 콧구멍에 힘을 준 채 양옆으로 흘기는 코믹한 눈빛. 유난히도 미키 사토시 감독의 작품에 자주 출연하고 있는 후세 에리는 개그 콤비 비시바시스템 멤버 출신이다. 올해로 46살인 그녀는 한번 본 사람이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인상. <인 더 풀>에서는 히피 복장을 한 편집장으로 등장하며, 최근에는 영화 <태양의 노래>에서 주인공 코지의 엄마로도 출연했다.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オペレッタ狸御殿

감독 스즈키 세이준 | 출연 오다기리 조, 장쯔이, 야쿠시마루 히로코 | 2005년 | 111분

아들의 젊음과 미모를 시기하는 아버지와 공주로 변신한 너구리를 사랑하는 아들.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2005년작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은 인간과 동물의 굴레를 음악과 춤으로 풀어가는 영화다. 아버지의 사수로 살해될 위기에 처한 아메치요(오다기리 조)가 공주의 모습을 한 너구리(장쯔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스즈키 감독은 일본의 인기 시리즈 <너구리극장>에 오페레타 형식을 가미해 인간의 원초적인 이야기를 다양한 요소로 포장했다. 연극과 애니메이션, 엔카와 힙합 음악이 섞이고 다양한 원색의 세트가 말 그대로 무대로 등장한다. 영화의 리듬은 유쾌하지만 스즈키 감독이 가부키의 요소를 차용했던 전작 <아지랑이 좌>를 떠올리면 많이 아쉬운 작품. 오다기리 조와 장쯔이의 연기도 액자 속에 갇힌 이미지처럼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한다.

파빌리온 살라만더 パビリオン山椒魚

감독 도미나가 마사노리 | 출연 오다기리 조, 가시이 유우 | 2006년 | 98분

도롱뇽과 후지산 그리고 엄마. <파빌리온 살라만더>는 엄마를 찾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진짜와 가짜에 대한 표식으로 흩어놓는다. 국보 도롱뇽 킨지로를 관리하고 있는 니노미야 가문의 배다른 딸 아즈키(가시이 유우)는 엄마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 무렵 킨지로가 가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농향회의 회장 카가와는 엑스레이 기사 호이치(오다기리 조)에게 킨지로의 엑스레이 사진을 부탁한다. 킨지로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한편 아즈키는 킨지로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엄마를 향한 길을 잠시 미룬다.

<파빌리온 살라만더>에는 시종일관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후지산이 등장한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도미나가 마사노리 감독은 엄마를 향한 아즈키의 발걸음을 도룡뇽의 끈적거림으로, 후지산의 원경으로 지연시킨다.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반복되는 지연 속에 경계는 희미해진다. 엄마의 존재도 후지산의 윤곽처럼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실제로 밝혀지는 아즈키의 엄마는 그녀의 큰언니 아키노다. 후반부에 급작스레 떨어지는 극의 긴장감을 제외하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좋고, 아즈키를 연기한 가시이 유우의 연기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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