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엉뚱한 쾌감의 B급 감성
2007-07-03
글 : 정재혁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어!

야구경기에 폭탄이 등장하고, 신성한 성당에서 발차기가 오간다. 일상을 거칠게 도발하는 영화 <웃는 대천사 미카엘>과 <키사라즈 캐츠아이> 시리즈는 현실에서 맛보지 못할 쾌감을 선사할 작품들. 이번 영화제 상영작 12편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도, 믿음도 거칠게 해야 성이 차는 인물들의 이야기 3편을 모아봤다.

<h3><키사라즈 캐츠아이 일본 시리즈> 木更津キャッツアイ 日本シリ-ズ <키사라즈 캐츠아이 월드 시리즈> 木更津キャッツアイ ワ-ルドシリ-ズ

감독 가네코 후미노리 | 출연 오카다 준이치, 사쿠라이 쇼, 사토 류타, 쓰카모토 사토시, 오카다 요시노리, 윤손하 | 2003년, 2006년 | 131분

삶이 끝나면 다음엔 무엇이 올까. 야구부를 졸업하면 유니폼은 어떻게 될까. 드라마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의 콤비 가네코 후미노리와 구도 간쿠로가 다시 뭉친 시리즈 <키사라즈 캐츠아이>는 끝난 야구경기, 다한 삶의 뒤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2002년 <TBS> 드라마로 시작해 2003년과 2006년 두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부제는 일본 시리즈, 월드 시리즈로 붙었지만 이야기는 정확히 드라마의 6개월과 42개월 뒤를 그린다.

<키사라즈 캐츠아이 일본 시리즈>
<키사라즈 캐츠아이 월드 시리즈>

드라마의 붓상(오카다 준이치)은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곧 죽는다는 것이 의사의 진단. 고교 시절 야구부의 추억을 버리지 못하고 졸업 뒤에도 ‘키사라즈 캐츠’란 팀에서 야구를 계속하고 있다. 유일한 대학생 밤비(사쿠라이 쇼), 취미로 미행을 일삼는 웃치(오카다 요시노리), ‘야구광의 시’라는 술집의 마스터(사토 류타), 고교 시절 에이스 투수를 동생으로 둔 아니(쓰카모토 다카시)가 그의 동료들. 이들의 일상은 일어나서, 밥먹고, 맥주 마시며, 야구를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연히 도둑질을 하는 황당한 사건도 자주 발생한다. 드라마는 이들이 ‘키사라즈 캐츠아이’란 이름의 도적단으로 벌이는 사건을 야구경기의 형식을 빌려 9회로 묶는다.

6개월 뒤, 죽는다던 붓상은 죽지 않았다. 일본 시리즈의 시작은 붓상에게 또 한번의 6개월 선고를 내리며 시작한다. 얼마 남지 않은 붓상의 삶을 걱정했던 동료들은 맥이 빠진다. 오히려 더 팔팔해진 붓상. 영화에서 그는 딱 한번 아프다. 동료들은 여전히 맥주를 마시며 몰려다니고, 키사라즈 지역의 일상은 언제나 뒤죽박죽이다. 밤비는 미스터 키사라즈에 뽑혀 전통춤 ‘얏사이못사이’를 추고 있고, 형무소에서 출소한 네코다(아베 사다오)는 한류 붐을 타고 한국 레스토랑을 오픈한다. 그 가게엔 육회(윤손하)란 이름의 한국 여자가 종업원으로 온다. 키사라즈 캐츠는 후지미 록 페스티벌(후지가 아니다)에 출연한다. 모든 일들이 야구경기처럼 그냥 벌어진다.

월드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죽었던 붓상이 환청으로 되살아나고, ‘키사라즈 캐츠’를 떠나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4명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그것도 영어로. “If you build it, he will come.” 세운다? 무엇을? <키사라즈 캐츠아이> 시리즈는 무언가를 졸업함과 함께 사라지는 관계를 아쉬워한다. 야구든 인생이든. 그리고 그걸 다시 세우자고 한다. 1회초에서 끝난 사건은 2회말에서 다시 시작된다. 끝난 줄 알았던 삶과 야구경기가 높은 점프를 통해 활기찬 2부를 선사받는 셈이다. 엉뚱한 상상과 어이없는 비약이 영화의 에너지가 된다. 처음 10분이 낯설더라도 참고 보면 충분히 몰입하게 되는 영화. 자니스의 영화프로덕션 제이스톰이 제작에 참여했다.

구도 간쿠로

영화 <고> <핑퐁> <69 식스티나인>과 드라마 <맨하탄 러브 스토리>. 국내에선 각본가로 유명한 구도 간구로지만 최근에는 영화 <한밤중의 야지 키타>의 연출을 비롯해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철콘 근크리트>의 목소리 출연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테츠야 역할이 그것. 테츠야는 마츠코의 두 번째 남편으로 다자이 오사무를 꿈꾸는 작가 캐릭터다. 폭력적인데다 열차에 치어 죽는 캐릭터가 싫었던지 <철콘 근크리트>에서 그는 주인공 시로를 돕는 착한 목소리의 사와다를 연기했다. 올해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대제의 검>에도 조연으로 크레딧을 올렸다.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 笑う大天使

감독 오다 이세이 | 출연 우에노 주리, 세키 메구미, 이세야 유스케 | 2006년 | 92분

<스윙걸즈>의 명랑소녀 우에노 주리를 생각하면 안 된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우에노도 아니다.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은 우에노 주리의 소녀 이미지를 배반하는 영화다. 부자들만 다니는 ‘성 미카엘 학교’를 배경으로 소녀들의 황당한 액션이 펼쳐진다.

후미오(우에노 주리)는 오빠 카즈오미(이세야 유스케)의 도움으로 ‘성 미카엘 학교’로 전학온다. ‘성 미카엘 학교’는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체육을 할 정도로 규칙이 엄격한 곳.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여학생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후미오는 친구 두명과 함께 사건을 추적하고 학교 배후에 돈을 노린 납치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정적인 전반부와 달리 후반으로 가면서 액션물로 변한다. 서민 음식인 치킨라면을 먹다 초능력을 갖게 된 세명의 학생이 납치범에 대항해 싸우는 장면이 대부분. CF시각효과 출신 오다 이세이 감독은 인조적인 느낌이 강한 이미지 위에 액션을 그린다. 태양이 지는 바다 위에서의 액션장면은 의도적으로 인물과 배경을 분리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의도가 잘 표현되진 않았지만 오다 감독의 스타일로 볼 수도 있는 부분. 하지만 빈 구멍을 채우지 못한 이야기는 아쉽다. 액션 도중 후미오가 내뱉는 대사는 실소를 금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허니와 클로버>의 이세야 유스케만이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제대로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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