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시, SM 로프마스터>
히로키 류이치/ 일본/ 2007년/ 금지구역
<바쿠시>는 특히 여성에게 불쾌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다큐멘터리다. ‘바쿠시’를 한자로 풀면 ‘縛師’, 즉 묶는 사람이란 뜻이다. 성적인 흥분을 얻기 위해 결박을 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전문가를 일본에서는 바쿠시라고 부른다. <바쿠시>는 바쿠시들이 하는 ‘긴바쿠’(결박)란 무엇인지, 묶이는 여성은 누구이고 왜 하는 것인지 등을 물어보는 다큐멘터리다. 여성영화로 분류될 수 있는 <바이브레이터>를 만들었던 히로키 류이치가 왜 여성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바쿠시’를 찍게 되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바쿠시들은 하나같이 그 행위가 ‘커뮤니케이션’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행위라고 말한다. 물론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SM이 또 하나의 사랑의 형태일 수도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히로키 류이치는 어떤 해석도 가하지 않고, 묶는 행위를 보여주면서 바쿠시와 여성들의 대답만을 들려준다. 그들이 왜 ‘긴바쿠’를 하고 있는지를.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묻자, 묶였던 여성들은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딱 맞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면서. 그것은 아직 우리의 일상 언어에는 속하지 않는 종류의 ‘희열’인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말 그대로 판타지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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