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마징가Z>다. 원작을 보면 마징가는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존재다. 어떤 의도로 마징가를 탄생시켰는지.
=어린 시절 데쓰카 오사무의 <아톰>이나 <철인28호>를 보며 자랐기 때문에 만화가가 되면 꼭 로봇만화를 만들고 싶었다. 만화가가 되고 나서는 지금까지 즐겼던 것과는 다른 색다른 로봇을 탄생시키기로 마음먹었고, 인간이 내부에 탑승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 것이다. 마징가는 뇌 부분에 인간이 들어가서 조종하는 것이므로 결국 인간이며, 인간이 거대한 힘을 가졌을 때 악마도 신으로도 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케타로보>에서는 주인공 한명이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당신 만화에는 그런 식으로 아웃사이더들이 탑승자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백귀제국이라거나 아틀란티스 등등 선과 악을 한마디로 이야기할 수 없는 집단이 종종 등장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에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들을 담은 이유는.
=사회라고 하는 것은 이미 어른들이 다 만들어놓은 세상이다. 그런 사회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캐릭터를 아웃로(outlaw 무법자,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로 설정했고, 어른이 만든 세계를 부수고 아이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계를 생각할 수 있도록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를 많이 넣었다. 악을 단순히 악으로 매도하고 싶진 않았다. 패자가 모조리 악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승자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 중에도 올바른 주장을 가진 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렴치 학원>이나 <바이올런스 잭> 같은 작품들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출간이 되지 않는다. 폭력과 섹스에 대한 극단적 묘사 때문이다. 1970년대 일본에서도 유해만화로 금지가 된 작품들인데, 왜 그런 만화를 그렸는가.
=<파렴치 학원>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았다. 특히 학부모들에게 많은 원성을 샀었는데, 학부모들이 초청된 TV쇼에 불려 가서는 엄청나게 비판당하는 일을 아주 많이 겪었다. 게다가 아주 많은 기자들이 취재하러 와서 아예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절대로 도망가지 않고 주어지는 벌을 다 받았다. (웃음)
-그거야 의도적으로 하신 작품이니까. (웃음) 그런데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가.
=처음에는 성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룰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가볍게 쓰다보니까 인기를 얻게 됐고 또 어린이들에게도 성원을 많이 받았다. 어른들은 비판했지만 아이들은 계속해서 그려달라고 했다. 어른들은 더한 짓도 많이 하면서 우리는 이 정도 만화도 못 보느냐며 아이들이 응원을 많이 했고, 덕분에 좀더 강력한 피치로 계속 써나갔다. (웃음)
-만화나 영화의 폭력과 섹스가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찬성하지 않는다. 만화와 영화 속 폭력과 섹스는 나쁘지 않다. 폭력과 섹스에 대한 감각이 전무한 상태로 자란 뒤, 어른이 돼서야 갑자기 그런 것들에 노출되면 오히려 쇼크가 크다. 조금씩 약을 먹어서 익숙해지면 독이 되지 않듯, 폭력과 섹스도 마찬가지다.
-작품들을 보면 학교나 정부 등 집단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사실 일본은 집단주의가 강한 나라다.
=정말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잘못이다. 일본의 집단주의는 잘못이다. 지금 일본의 평준화된 교육은 똑같은 사람만을 양산해낸다. 사람들마다 각기 생각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지 않나. 일방적인 교육은 개성있는 개인을 만들지 못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감독님의 철학이나 사상은 무정부주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을 부정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뒤엎는 묘사들이 자주 나온다. 감독님 자신의 철학과 사상은 뭔가.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웃음), 그런 요소를 넣음으로써 젊은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러리스트를 양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없는 요소를 만화에 집어넣음으로써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케타로보>는 최초의 변신합체 로봇이다.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마징가Z>와 <그레이트 마징가> 등등 마징가 시리즈를 여러 개 만들었다. 그러자 스폰서(완구회사)가 다른 로봇 시리즈도 만들어달라더라. 장난감을 좀더 팔려면 여러 종류가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장난감 하나를 산 애는 다른 두개를 사게 돼 있으니까. (웃음)
-미국과 한국에서 영화 <트랜스포머>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지난 2004년 개봉한 <데블맨> 실사영화는 별로였다. 다른 작품들은 실사영화로 만들 생각이 없는가.
=<데블맨>도 할리우드에서 실사로 만들려다가 엎어졌다. 기독교 영향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실사로 만들었더니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작품이 나와버렸다. <마징가> 같은 로봇만화들은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일이라 실사영화화는 엄두도 못냈었는데, 요즘은 CG도 발달했으니 한번 만들어봤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까지는 없다. 그외 현재 특촬물 TV시리즈를 촬영 중이다. 10월에 공개할 작품이지만 아직은, 비밀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