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데쓰 프루프> “장르적 제한을 초월하려고 애썼다”
2007-09-06
글 : 김도훈
사진 : 오계옥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데쓰 프루프>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제작 하비 웨인스타인, 주연 커트 러셀
쿠엔틴 타란티노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기자시사에서 가장 열광적인 환호를 받은 작품은 <데쓰 프루프>였다. 경쟁부문에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몇몇 언론의 기우에도 불구하고 뻣뻣한 기자와 평론가에게 기립박수에 가까운 열광을 끌어낸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제 내내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미학을 힙겹게 따라가던 기자들 역시 오감을 때려눕히는 오락거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데쓰 프루프>의 제작진이 기자회견장에 들어가자마자 역시나 기자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는데, 그건 황금종려상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즐겁게 해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표시처럼 들렸다.

-무엇에서 영감을 받아서 영화를 만들게 된 건가.
=쿠엔틴 타란티노/ 처음에는 슬래셔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슬래셔 장르에서 좋아하지 않는 딱 한 가지 요소가 있다. 슬래셔 장르는 너무나도 규칙이 엄격해서 모두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껏 보지 못한 독특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슬래셔영화의 관습만을 이용해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거다. (<데쓰 프루프>에서처럼) 영화의 마지막에 여자주인공이 당당하게 일어서서 부기맨(악당)을 때려부술 정신적 용기를 되찾는다는 것. 그게 바로 모든 슬래셔영화의 마지막 챕터 아니겠나.

-‘데쓰 프루프’라는 제목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쿠엔틴 타란티노/ 한 10년 전쯤에 자동차를 한대 사려고 마음먹었다. 가장 안전한 자동차를 원했기 때문에 볼보를 사려고 했다. <펄프 픽션>에서처럼 자동차 사고로 죽고 싶지는 않았거든. (웃음) 그러자 친구가 말하더라. 이것 봐. 그냥 아무 차나 한대 사서 스턴트팀에 맡기면서 1만달러에서 1만5천달러 정도를 줘. 그럼 차를 완전한 ‘데쓰 프루프’(防殺: 죽음방지)로 만들어줄걸. 그걸 듣자마자 ‘데쓰 프루프’라는 단어에 확 끌렸다.

-미국 개봉판에서는 미싱 릴(Missing Reel)로 빼버린 랩댄스 장면을 다시 삽입한 이유는 뭔가.
=쿠엔틴 타란티노/ 결국 그 장면을 다시 살려내리라 예감하고 있었다. (웃음) 내가 인터내셔널 버전에 삽입한 장면은 모두 <그라인드 하우스>에서 삭제한 장면들이다. 나와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세 영화를 만들었다. 우리는 <데쓰 프루프>와 <플래닛 테러>를 만들었고, 그런 뒤에 <그라인드 하우스>를 만들었다. 두 영화는 독립적으로도 홀로 설 수 있는 작품들이었으나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합치더라도 하루 저녁 나들이용으로 통할 수 있는 영화여야만 했던 거다.

-커트 러셀 당신은 어떤 버전이 더 만족스러운가.
=커트 러셀/ 최소한 향후 5년간 <플래닛 테러>와 <데쓰 프루프> 같은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두 영화들은 모두 독립적인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예견컨대, 당신은 <그라인드 하우스>의 영화적 경험을 더 원하게 될 것이며 두 영화를 분리해서 보길 계속해서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좀더 완벽한 (영화 관람의) 효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짧은 버전이 더 좋다.

-두 영화를 북미 외에서는 분리해서 상영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뭔가.
=하비 웨인스타인/ <플래닛 테러>는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만든 로드리게즈 영화고 <데쓰 프루프>는 타란티노가 만든 순수한 타란티노 영화의 에센스다. 북미 개봉시에는 러닝타임을 아끼고 두 영화를 하나로 이어 붙이기 위해서 두 감독의 영화적인 에센스를 조금 제거해야만 했다. 그래서 북미 외에서는 독립적으로 상영하기로 결정한 거다.

-조이 벨 같은 배우는 실명으로 등장한다.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들어낸 것인가.
=쿠엔틴 타란티노/ 보통은 캐릭터들이 먼저였다. 일단 캐릭터를 만들고 나서 적합한 배우를 찾는 식이다. 배우를 캐스팅할 때마다 그들을 캐릭터에 맞춰 넣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방식을 조금 탈피해보고 싶었다. 조이 벨 캐릭터를 예로 들자면, 나는 그녀를 위해 캐릭터를 만든 게 아니라 그녀를 기반으로 캐릭터를 창조했다. <킬 빌>의 우마 서먼도 마찬가지다.

-드라이브 인 시어터나 그라인드 하우스 영화를 잘 모르는 관객도 영화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 꼭 열혈 그라인드 하우스 영화의 팬이어야만 한다면 이 영화는 대단히 제한적일 것이다. 만약 관객이 이런 종류의 영화들을 전혀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내 영화가 이전의 그라인드 하우스 영화들보다 낫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나는 장르적인 제한을 초월하려고 노력했다. 만약 당신이 그라인드 하우스 영화들을 보면서 성장하지 않았다면, 희망적으로, <데쓰 프루프>가 새로운 영화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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