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마이클 강의 <웨스트 32번가>를 통해 코리안 아메리칸 영화의 간을 슬그머니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마이클 강의 <웨스트 32번가>는 한국 자본으로 동포감독을 이용해 미국을 공략해보겠다는 충무로적인 전략의 일환이었고, 서사와 미학적 경향에서도 (<올드보이>의 리메이크판을 연출할!) 저스틴 린의 <베터 럭 투모로우>처럼 전형적인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리안 아메리칸 감독들은 더이상 뉴욕과 LA의 뒷골목에서 총을 들고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아시아계 아이들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들은 줄리아 로버츠, 케빈 베이컨, 브렌단 프레이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데리고 중저예산의 데뷔작을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들거나 혹은 뉴욕 인디영화계의 지원을 받으며 노마드적인 예술적 자화상을 그려나간다. 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출품된 <정원의 반딧불들>의 데니스 리, 데뷔작 <내가 숨쉬는 공기>를 들고 한국을 찾은 이지호, 비보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플래닛 비보이>의 북미 개봉을 즐기고 있는 벤슨 리, <문유랑가보>로 지금 미국 인디영화의 최전선에 올라 있는 리 아이작 정 감독과 직접 혹은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뉴욕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고란 토팔로픽이 보내온 글은 코리안 아메리칸 영화의 개념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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