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온다. 가죽 모자와 셔츠를 걸친 채 채찍을 휘두르며 위험하지만 짜릿하고, 무모하지만 유머러스하며, 다소 정치적이지만 다분히 자기만족적인 모험을 펼치던 ‘행동하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가 19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다. 1981년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를 시작으로 1984년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9년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이하 <최후의 성전>)으로 이어졌던 인디아나 존스의 호쾌한 모험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4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기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해리슨 포드의 재결합이라는 점, 놀랍고 흥미롭고 유쾌한 모험을 다시 접하게 된다는 기대감, 오랜 추억의 부활 등에 앞서 무엇보다 그것은 ‘인디아나 존스 영화’이기 때문이다.
배경은 3편으로부터 19년 뒤인 1957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철저한 비밀 유지 전략 속에 4편의 윤곽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최후의 성전>으로부터 19년 뒤인 1957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과 인디아나 존스 또한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점이다. 4편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인디아나 존스가 신비한 능력을 가진 크리스털 해골을 놓고 소련군 요원인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와 대결을 펼친다는 것이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 인디아나의 파트너는 머트(샤이어 라버프)다. 그는 <레이더스>에서 대단한 술실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여성 마리온 래번우드(캐런 앨런)의 아들이기도 하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머트가 인디아나와 마리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는데, 스필버그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영화에는 인디아나의 동료이자 라이벌인 맥(레이 윈스턴)과 조언자인 딘 스탠포스(짐 브로드벤트)도 등장한다. 또 다른 의문 속의 인물은 존 허트가 맡게 되는 역할이다. 현재까지 제작진은 그 캐릭터의 이름을 옥슬리 교수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가 <레이더스>의 도입부에서 성궤를 찾다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고학자이자 마리온의 아버지인 애브너 래번우드라는 소문이 번지고 있다. 다양한 매체에 따르면 이 영화에는 네바다의 미 공군기지, 강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애브너 래번우드의 귀환 등이 담길 것이며 탐욕, 유괴, 냉전, 반공산주의 열기, 고문, 절도, 2차대전 이후의 세대간 갈등 또한 보여질 예정이다. 또한 1편의 뱀, 2편의 벌레, 3편의 쥐를 잇는 무시무시한 ‘괴물’은 거대 개미가 될 전망. 60대가 된 인디아나 존스와 젊디 젊은 머트의 세대 차이에서 발생하는 웃음 또한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축이다. 프로듀서인 프랭크 마셜은 “시리즈 중에서는 성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최후의 성전>과 가장 비슷할 것이며, 1950년대 B급영화의 정서를 담을 것”이라고 전한다.
4편 시나리오 개발에만 장장 15년
인디아나 존스의 컴백은 돌발적인 것이 아니다. 이 시리즈의 4편이 이렇게 뒤늦게 도착한 것은, 이를테면 배우로서 갈수록 뒤처지고 있는 해리슨 포드의 노후자금 마련이나 스필버그가 오랜만에 갖게 된 어린이들의 쌈짓돈에 대한 관심 차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실 <인디아나 존스> 4편에 대한 구상은 3편인 <최후의 성전> 직후부터 시작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영화의 기획자이자 총제작자인 루카스와 연출자 스필버그는 1970년대에 파라마운트와 이 시리즈를 5편까지 만들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시리즈는 3편에서 멈춘 듯 보였다. 조지 루카스는 1989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중 누구도 더이상의 <인디아나 존스>를 만들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그는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를 만난다면 스필버그, 포드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3이란 좋은 숫자다”라면서 더이상의 시리즈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스필버그 또한 <최후의 성전>의 마지막 장면에서 석양을 향해 말을 타고 달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야기의 커튼을 내리게 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후의 성전>이 개봉된 얼마 뒤 해리슨 포드는 스필버그에 전화를 걸어 “하나 더 만들면 어떨까? 이 영화를 원하는 팬이 많은데 말이야”라고 말했고, 스필버그는 루카스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머지않아 루카스 또한 스필버그에게 “하나 더 만드는 게 재밌을 수 있겠네”라고 이야기했다.
<인디아나 존스> 4편의 개발은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TV시리즈 <영 인디아나 존스>의 제작을 총괄하던 조지 루카스는 ‘크리스털 해골’을 포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4편을 향한 도전은 의욕적으로 시작됐지만,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데 15년이나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장 먼저 시나리오 의뢰를 받은 이는 <다이하드> <도망자> 등을 쓴 젭 스튜어트였다. 수년에 걸쳐 그가 쓴 시나리오의 제목은 <인디아나 존스와 화성에서 온 비행접시 사나이>였다. 이 이야기는 1949년에 시작되는데, 인디아나 존스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서 해적과 상대하게 된다. 함께 전투를 치른 일레인 맥그리거라는 여성 고고학자에게 반한 인디아나는 프러포즈하지만, 그녀는 정부로부터 받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거절한다. 뉴멕시코 사막에 떨어진 외계의 원형물체를 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원형물체 외부에는 알 수 없는 글자가 써 있었고, 정부는 일레인에게 암호의 해독을 맡긴다. 인디아나는 그녀를 따라 나서고 그 물체를 빼앗으려는 러시아 세력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이 시나리오에는 괴이한 병정 개미가 출현하고 로켓썰매 대결, 비행접시와 미군의 대결, 핵폭발을 피해 인디아나 존스가 냉장고 안에 숨어드는 장면 등이 묘사된다고 한다. 이 시나리오에는 루카스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었다. 그는 앞선 3부작이 모두 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반면 이번에는 설정을 1950년대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50년대의 주요 사건인 로스웰 사건(1947년 미국 뉴멕시코에 추락한 비행접시와 외계인 해부를 둘러싼 논란), 냉전, 핵의 공포뿐 아니라 당대를 풍미한 B급 SF영화적인 요소를 넣고자 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인디아나 존스>의 다른 두 파트너를 설득하지 못했다. 해리슨 포드는 “나는 그런 종류의 스필버그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겠어”라고 똑 부러지게 거절했고, 스필버그는 “난 모르겠는데. 모르겠어. 모르겠다고”라는 뜨뜻미지근한 응답을 했다.
바통은 <최후의 성전>과 <이너스페이스> <리쎌 웨폰> 2, 3편을 쓴 제프리 봄에게 전달됐지만 실패를 겪은 뒤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의 M. 나이트 샤말란에게로 넘어갔다. 이미 2000년대가 됐지만 샤말란은 결국 초고도 만들지 못한 채 두손을 들었다. 훗날 그는 “루카스, 스필버그, 포드, 그리고 나까지 넷을 한 페이지 안에 집어넣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내게 맞는 일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구원투수는 <쇼생크 탈출> <미스트>의 프랭크 다라본트였다. 그는 <영 인디아나 존스>에 참여한 바 있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적임자였다. 그의 시나리오는 50년대까지 끝내 살아남은 나치 잔당이 인디아나를 쫓는다는 것을 큰 줄거리로 하여, 1편에 등장한 마리온의 복귀를 담고 있었다. 2004년 완성된 그의 시나리오에 대해 스필버그와 포드는 찬성했지만, 이번에는 루카스가 반대했다. 일설에 따르면 루카스는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인디아나의 동생에 대한 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동생 역할로 고려됐던 배우는 케빈 코스트너다)고 한다. 실망한 다라본트는 공개적으로 루카스의 결정이 “정신나간 짓”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2008년까지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엎어야 할 것”이라는 해리슨 포드의 불평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이제 시나리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터미널>을 썼던 제프 네이던슨에게 넘겨졌다. 그의 초고 작업 이후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를 매만진 작가는 <스파이더 맨> <우주전쟁> 등의 데이비드 코엡이었다. 그는 이전에 만들어진 시나리오 버전을 모두 검토한 뒤 각각의 요소에서 좋은 점을 뽑아냈고 자신의 의견 또한 첨부했다.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해보면 ‘크리스털 해골’이라는 요소는 젭 스튜어트의 버전에 들어 있었을 수 있다. 루카스에 따르면 <레이더스>의 성궤, <인디아나 존스>의 상크라 돌, <최후의 성전>의 성배 등 인디아나 존스가 뒤쫓는 유물은 일종의 맥거핀(히치콕의 <싸이코>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의 특정 지점까지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지만 사실은 영화의 주제와는 관계없는 어떤 사물이나 사건)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맥거핀을 찾는 일은 중요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초자연적인 미스터리를 담은 영화다. 영화 속 인물들은 초자연적인 대상을 쫓는다. 그 초자연적 대상은 사람들이 실제로 믿고 있는, 실재하는 신화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한다.” 크리스털 해골은 <영 인디아나 존스>의 한 에피소드에 등장했을 뿐 아니라 인디아나 존스를 소재로 한 맥스 매코이의 소설에도 등장하며 2001년에는 도쿄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인 ‘인디아나 존스 어드벤처: 크리스털 해골의 사원’에도 사용됐다. 현재까지 영화에서 크리스털 해골의 신비한 능력을 무엇으로 설정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앞선 영화들의 초자연적 대상처럼 이를 소유하면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전제가 등장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크리스털 해골은 무엇인가
13개의 크리스털 해골이 모이면 새시대가 열릴지니~
영국의 은행가 출신 모험가인 F. A. 미첼-헤지스는 1924년 잃어버린 아틀란티스 대륙을 찾기 위해 브리티시 온두라스(현재는 벨리즈)의 정글을 탐험했다. 마야 사원 유적을 발굴하던 중 미첼-헤지스의 수양딸 안나는 붕괴한 제단 아래서 반짝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그것은 커다란 수정에 아름답게 조각된 인간의 해골로, 조사 결과 근대적인 금속 도구를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날 밤 안나는 이 해골을 머리맡에 두고 자다가 수천년 전 마야인들에 관한 생생한 꿈을 꿨다. 그 꿈에 의하면 이 해골은 제사장이 죽음의 의식을 치르는 데 사용됐다. 미첼-헤지스는 이를 ‘종말의 해골’로 불렀다. 이후 수정에 정교하게 조각된 해골이 곳곳에서 발견됐는데, 어떤 이는 이것이 아틀란티스 문명의 산물이라고, 어떤 이는 외계인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크리스털 해골의 신비한 능력에 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상처를 치료한다, 과거와 미래의 상을 보여준다, 다른 이의 죽음을 가져온다는 것이 그들이다. 미국 원주민(인디언)들의 미신에 따르면 13개의 크리스털 해골이 모이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현존하는 크리스털 해골은 12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