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시리즈 4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미리보기 [2]
2008-05-15
글 : 문석

50년대 펄프적인 감성을 담다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복고’다. <레이더스> 때부터 이 시리즈가 지향한 바는 영화의 배경인 1930년대의 영화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루카스와 스필버그는 앞선 3부작을 만들면서 리퍼블릭 픽처스에서 만들어낸 저렴하지만 다양한 특수효과가 들어간 어드벤처영화의 스타일을 참고했다. 이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를 배경으로 삼는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1950년대 스타일을 따른다. 스필버그는 “나는 이 영화가 B급영화(의 정서)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40년대와 50년대의 펄프(값싼 종이에 인쇄한 대중 장르소설)적인 감성과 리퍼블릭 영화사에서 만든 시리즈의 감성 말이다”라고 말한다. 조지 루카스 또한 이 영화가 50년대 B급영화인 <금지된 행성>(Forbidden Planet), <블롭>(The Blob), <괴물>(The Thing from Another World) 등의 정서를 담기 바랐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스타워즈>의 후반기 3부작을 통해 디지털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던 조지 루카스가 기획했고, <쥬라기 공원>에서 디지털 공룡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드는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가 “오로지 200개의 특수효과 숏을 담고 있다”고 밝혔는데, 최근의 추세로 보면 이는 순수 아날로그영화에 가까운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CG는 배우들이 매달려 있는 와이어를 지우거나 광대한 배경을 만들어내는 매트 페인팅 등에 쓰일 예정이다. 결국 현대영화에서 CG가 담당하고 있는 영역을 배우들의 육체와 아날로그 특수효과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촬영 당시 65살이었던 해리슨 포드는 직접 와이어를 매단 채 액션 연기를 펼쳐야 했다. “그는 스턴트맨들보다 지프차를 훨씬 잘 몰았다”고 레이 윈스턴이 칭찬했을 정도로 포드는 아날로그 액션에 열정을 바쳤다. 포드보다 44살 어린 샤이어 라버프가 직접 액션 연기를 해야 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아날로그 액션영화를 지향했던 스필버그, 루카스, 포드에게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본 얼티메이텀>이다. 포드는 “그 영화의 미덕 중 하나는 우리가 알고 이해하는 물리학에 의존한다는 점”이라고 말했고, 스필버그 또한 <본 얼티메이텀>을 언급하면서 “(<본 얼티메이텀>처럼) 빠른 편집을 어느정도 포기하는 대신 시나리오 안에서 속도감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스필버그가 촬영감독인 야누스 카민스키와 3부작을 함께 보면서 강조했던 바도 이제는 은퇴한 더글러스 슬로컴의 고전적인 촬영 스타일을 이어가자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진정한 가족의 재결합”이라는 스필버그의 말처럼,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스필버그, 루카스, 포드라는 3총사의 해후를 의미한다. 1편을 찍을 당시 모두 30대였던 3총사는 이제 60대가 됐다. 이 할리우드에서 힘세기로 소문난 ‘할아버지’들은 “아직도 30대의 마음으로”(스필버그) 이 영화에 임했다. 이 영화의 제작이 발표됐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됐던 것은 ‘해리슨 포드가 과연 액션 연기를 할 수 있을까’였다. <최후의 성전>에서 인디아나의 아버지로 출연했던 숀 코너리는 이 영화의 카메오 출연 제의를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나를 은퇴(<젠틀맨 리그> 이후 사실상 은퇴했다) 뒤 생활로부터 끄집어낸다면 그것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퇴 생활이란 끔찍하게 즐겁다. 다만 나이 든 아들(해리슨 포드)에게 조언 하나만 하겠다. 맞상대하는 괴물은 디지털 캐릭터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해라. (뛰어야 하는) 절벽은 낮게 만들어달라고 해라. 무술감독으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으니 채찍은 항상 곁에 둬라.” 물론 포드는 코너리의 조언을 따르지 않은 채 매일 3시간30분 동안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고, 생선과 야채 같은 고단백 식품을 섭취하며 다이어트를 해 훌륭하게 액션 연기를 소화할 수 있었지만 물리적인 나이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포드의 염색하지 않은 은회색 머리가 스크린에서 휘날리는 것을 보더라도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스필버그는 “그 정도 나이가 됐지만 그는 예전처럼 펀치도 날릴 수 있고 빨리 달릴 수도 있고 높이 올라갈 수도 있다. 촬영 막바지가 되면 약간 숨이 가빠지긴 하겠지. 나는 ‘그저 함께 즐기자, 나이를 숨기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제 인디아나는 오랜 세월의 주름 사이에 쌓인 지혜와 깨달음으로 여정에 오르게 된다는 말일 게다.

과연 인디아나는 5번째 모험을 떠날 수 있을까. 삼총사 사이에 어떤 약속이 오고갔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결정해줄 문제다. 과연 이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11억8천만달러를 벌어들인 앞선 3편의 시리즈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제작비 1억8천만달러와 마케팅 비용을 회수하려면 4억달러 이상을 벌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평론가들은 이 절대 오락에 가까운 영화에 손가락을 치켜들 것인가. 5월22일 전세계의 극장에서 판가름날 문제이긴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영화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쾌활함과 조지 루카스의 기발함, 해리슨 포드의 강인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연기를 알게 모르게 그리워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의 복귀를 19년 동안 기다렸던 팬들은 그저 스필버그가 “<뮌헨>에서 내가 집어넣은 쓰디쓴 허브를 씹었던 관객을 위해 준비한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신비주의 마케팅

시나리오에 핫라인 설치, 촬영장에 2.7m 높이 방어벽도 세워

설정과 이야기가 미리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영화 제작진들의 똑같은 생각이지만,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경우는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개봉을 한달도 남겨놓지 않은 현재까지도 이야기의 흐름은 물론이고 일부 캐릭터의 실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는 개봉 때까지 중요한 정보가 새나가지를 원치 않은 스필버그의 강력한 뜻 때문이었다. 심지어 샤이어 라버프 같은 주연급 배우조차 시나리오를 촬영 직전에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받은 시나리오조차 페이지마다 바코드가 박혀 있었고, 복사 방지용 워터마크가 찍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의 유출에 대비한 2차 장치가 있었으니, 그건 핫라인이었다. 라버프가 실수로 자동차에 시나리오를 놓고 내렸을 경우, 핫라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제작사의 ‘요원’들이 출동해 뒤처리를 해주는 식이었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스필버그가 고용한 저격수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농담을 했다. 만약 내가 시나리오 관련된 어떤 단서를 흘리게 되면 나는 끝이다, 이런 농담 말이다”라고 라버프는 말한다. 예일대학에서 오토바이 추격장면을 찍을 때는 더 심했다. 구경꾼이 몰려들어 휴대폰 카메라와 비디오로 촬영을 하자 제작진은 촬영장 주변에 아예 2.7m의 벽을 세워 영상 유출을 원천봉쇄했다.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제작진은 <신들의 도시> <세계의 파괴자> <세상의 네번째 모퉁이>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 <약속의 모험> 등 5개의 가짜 제목을 등록하기도 했다. 결국 이 영화의 광적인 팬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몇장의 사진을 확대해 뚫어지게 분석하거나 미리 출시된 레고 세트를 통해 이야기를 짐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철저한 방책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두번의 정보 유출사고를 겪었다. 그 첫 번째는 소련 군인으로 출연한 엑스트라 배우 타일러 넬슨이 2007년 9월 오클라호마주의 <에드먼드 선>이라는 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영화의 내용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는 모든 배우가 약속했던 비밀유지 서약을 위반했던 것. 결국 제작진은 넬슨을 몰아붙여 팬들이 기사를 퍼나르기 전 웹사이트에서 그 기사를 삭제하게 했다. 제작진과 넬슨의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더 심각한 사건은 유니버설스튜디오에 차려진 이 영화 제작사무실에서 스틸 사진과 제작비 관련 문서가 들어 있는 노트북 컴퓨터가 도난당했던 것이다. 로더릭 데이비스라는 이름의 범인은 이 안에 들어 있던 사진과 문서를 판매하려 했으나 경찰에게 덜미를 붙잡혀 2년4개월형을 언도받았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신비주의 마케팅은 개봉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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