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 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4)
시작과 경로: 1935년 상하이 → 미얀마 → 인도
보물: 누루하치, 판콧궁의 신비의 돌(메인)
여자 파트너: 케이트 캡쇼
바닥에 깔린 건: 벌레
쫓아오는 건: 거대한 물보라
PG-13 등급의 탄생
스필버그에 따르면 <레이더스>에 다 담지 못한 개그, 스턴트, 세트가 포화상태였다. 그래서 <레이더스>에서 못다한 것들을 쏟아부을 또 한편의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비행기에서 떨어지면서 노란색 보트가 형체를 갖춰 착지하는 명장면과 롤러코스터처럼 탄광차를 타며 적과 싸우는 아이디어도 모두 <레이더스>에서 쓰고 싶었지만 못했던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루카스는 <스타워즈> 2편인 <제국의 역습>처럼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실제 이혼을 겪고 있던 시기라 그 자신 역시 날카롭고 어두운 정신 상태였다고. 시나리오를 맡긴 이들은 <아메리칸 그래피티>(1973)의 공동 각본가이자 원래부터 인도 문화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자주 다녔던 글로리아 카츠와 윌러드 휴익 부부였다. 새롭게 등장한 여자 파트너 윌리는 스필버그의 개 이름이고, 인디아나 존스를 도와주는 중국 꼬마 아이의 이름인 쇼티 라운드는 시나리오작가 부부가 데리고 있던 개 이름이다. 그러니까 <마궁의 사원>의 주인공 이름은 모두 개로부터 왔다. 또한 <마궁의 사원>에서는 세뇌를 당한 인디아나 존스가 웃통을 벗을 예정이었기에 촬영 전부터 해리슨 포드는 엄청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한편, <마궁의 사원>은 할리우드 역사상 처음으로 PG-13 등급을 받은 영화로 유명하다. 다소 잔인한 장면이 포함돼 있어 맨 처음 R등급을 받았지만 ‘R과 PG 사이에서 뭔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 스필버그가 미국영화협회장 잭 발렌티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중간인 PG-13 등급이 만들어졌다. <마궁의 사원>은 할리우드 역사상 거의 수십년 만에 등급 변화를 야기한 영화였던 것이다.
첫 번째 보물: 누루하치의 유골
인디아나 존스는 만주족 시조인 누루하치의 유골이 남겨져 있는 보물을 둘러싸고 상하이에서 라오 일당과 협상 중 죽음의 위기에 몰린다. 하지만 꼬마 택시운전사이자 오랜 친구인 중국인 소년 쇼트(조너선 케 콴)와 쇼걸인 윌리(케이트 캡쇼)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두 번째 보물: 신비의 샹카라 돌
비행기 추락으로 히말라야 산맥에 떨어진 그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그들을 구세주로 여기는 한 인도 마을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임무를 갖게 된다. 그래서 2편에서는 인디아나 존스가 교수로 일하는 뉴욕장면이 없다. 그들은 판콧궁에 있는 신비의 돌을 찾음과 동시에 밀교집단에 끌려간 어린이들을 구하고자 마궁을 찾아간다. 마궁의 지배자는 “유대의 신이 죽고 예수까지 잊혀지게 되면 칼리 마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 말한다. 배경은 전혀 다르고 독일군도 등장하지 않지만 유대인으로서 스필버그의 강박관념이 여전함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특히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은 거의 <쉰들러 리스트>(1993)를 예고하는 것 같다.
인디아나 걸: 그녀의 장기는 비명 지르기
원래 케이트 캡쇼는 예술영화 같은 진지한 연기를 꿈꾸던 배우였다. 전편의 마리온보다 더한 백치미를 과시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던 셈. 원래 캐런 앨런을 그대로 캐스팅하려 했지만 <007>처럼 매번 다른 여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싶었던 스필버그의 의도를 반영했다. 케이트 캡쇼가 받아든 시나리오에서 가장 많은 지문은 ‘비명을 지른다’였다. ‘<킹콩>의 페이 레이처럼 비명을 지르라’는 게 스필버그의 주문. 더구나 뱀, 벌레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는 그녀로서는 영화가 혹독한 시련이었다. 결국 초반부의 뱀장면 전체를 빼주고 숲속에서 어깨를 건드리는 뱀을 코끼리가 코로 괴롭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내동댕이치는 장면 정도만 넣어줬다. “뱀장면을 다 빼줘서 나랑 결혼해줬나?” 하는 게 스필버그의 얘기. 알려졌다시피 1989년 에이미 어빙과 이혼한 스필버그는 <마궁의 사원>을 끝낸 한참 뒤인 1991년 케이트 캡쇼와 결혼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동물: 악~ 이벌레들은 다 뭐야
<레이더스>에서 뱀으로 톡톡한 재미를 본 스필버그는 관객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뱀보다 더한 게 뭘까’ 계속 고민했고 결국 수백만 마리의 벌레를 준비했다. 이른바 ‘벌레 호텔’을 만들어 온갖 벌레들을 모으고 또 모았다. 역시나 지금은 다 CG로 만들겠지만 정말 한 마리도 빠짐없이 실제 벌레들이다. 뱀은 피했던 케이트 캡쇼지만 벌레만은 피해갈 수 없었다. 결국 진정제를 먹고 온몸에 벌레를 감는 연기를 소화했다.
로케이션: 현수교 폭파 장면 대륙 3곳에서 촬영
제작진은 처음부터 인도 현지 촬영을 염두에 두고, 자이푸르의 암베르궁에서 촬영하길 희망했지만 인도 당국으로부터 허가요청이 나지 않았다. 인도에 대한 묘사를 문제 삼아 시나리오를 바꾸라고 요구했던 것. ‘위대한 군주’라는 뜻의 ‘마하라자’라는 말을 쓰지도 못하게 됐다. 결국 인도 접경의 스리랑카에서 촬영을 했고 궁전의 모습은 매트 페인팅 기법으로 저 멀리 그려넣었다. 그래도 스필버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캔디라고 하는 그 스리랑카의 소읍은 데이비드 린이 <콰이강의 다리>를 찍은 곳이었기 때문. 스필버그는 그 영화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다. 역시 명장면 중 하나는 인디아나 존스가 현수교에서 그 다리를 자를까 말까 하며 적들과 아찔하게 대치하는 장면이다. 당시 캔디 부근에서 댐이 건설 중이었고 그 반대편에서 실제 현수교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 고소공포증이 있는 스필버그와 스테디캠 기사는 벌벌 떨었고 겁없는 해리슨 포드만이 현수교 위를 날아다녔다. 실제로 다리를 폭파시켰고 그때 떨어지는 사람들은 모두 인형이다. 떨어지며 팔과 다리를 요동치는 기계인간 14개를 급조해서 만들어 완성했다. 8대의 카메라가 돌아가며 그 장면을 완성했고 끊어진 다리가 벽에 부딪힌 뒤 기어올라가며 싸우는 장면은 역시 영국 엘스트리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그런데 바닥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을 주워 먹던 악어들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찍어온 장면들이다. 그러니까 이 신은 세 대륙에서 촬영한 장면들을 이어붙인 것이다.
체이스: 신나고 아찔한 롤러코스터식 액션
마궁의 사원에서 세 주인공이 탄광차에 몸을 실어 질주하며, 쫓아오는 적들의 탄광차와 싸우는 장면은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신나는 장면 중 하나다. ILM에서 탄광차 궤도 전체 모형을 만들었으며 구역마다 조명을 다르게 설정했다. 특히 윌리가 먼저 탄광차에 올라타고, 적과 싸우던 쇼트가 그 악당의 몸을 계단 삼아 탄광차에 또 오르고, 마지막으로 인디아나 존스가 채찍으로 서커스하듯 기차에 뚝 떨어져 내려앉은 뒤, 봅슬레이를 하듯 롤러코스터처럼 탈출하는 장면은 편집 리듬에서부터 아이디어까지 당시 스필버그식 유희의 진수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선로로 진행하면서 싸우고, 끊어진 선로를 날아 착지하는 말도 안 되는 장면까지, 그 뒤로 끝내 전편의 바위처럼 거대한 물 공격에 쫓기는 그들의 모습은 압권이다. 특히, 신발을 브레이크 삼아 탄광차를 멈춘 뒤 발이 뜨거워서 ‘워터!’를 외칠 때 물이 쏟아져 오는 장면은 바로 인디아나 존스식의 ‘쿨’한 유머의 전형이다.
깜짝 인물: 귀여운 중국 꼬마 쇼티
스필버그는 2편의 쇼트 역할을 위해 대대적인 오디션을 벌였는데, 조너선 케 콴은 오디션보려는 동생을 따라온 12살의 소년이었다. 귀엽고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인디아나 존스와 멋진 호흡을 과시했는데 당시 이 시리즈에 열광하던 어린 팬들에게는 우상과 다름없었다. 원래 성룡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액션연기까지 훌륭히 해냈다. 이후 리처드 도너의 <구니스>(1985)에서도 그 이미지를 이어갔다. 이후 정말 드물게 TV시리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잊혀졌다 해도 틀리지 않다. 2003년 제작된 <인디아나 존스> DVD 박스 세트의 스페셜 영상에서 그의 인터뷰를 볼 수 있다(사진 왼쪽). 누루하치를 두고 싸우는 라오는 바로 1999년 작고한 홍콩 배우 교굉이다. 호금전의 <협녀>(1969)에서 라스트 대결을 펼치며 여래신장을 쓰던 대사로, <용쟁호투>(1973)에서는 이소룡에게 무도가의 철학을 전하던 대사로, 그리고 허안화의 <여인사십>(1994)에서는 치매 걸린 시아버지로 출연했다. 그리고 라오의 오른팔인 카오로 출연한 릭 영은 <커럽터> <키스 오브 드래곤> <트랜스포터> 그리고 최근의 <아메리칸 갱스터>에 이르기까지 ‘삼합회 보스’ 하면 떠오르는 인물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가 기관총을 난사할 때 인디아나 존스가 거대한 쇠 쟁반을 방패 삼아 탈출하던 장면도 명장면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