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8 애니 열전] 포스작렬! 야생의 무술고수들을 만나다
2008-05-27
글 : 박혜명

<쿵푸팬더> Kung Fu Panda

6월5일 개봉 예정

인간의 쿵후는 CG의 힘을 빌릴 수 있지만 동물의 쿵후는 CG로도 안 된다. 동물들이 직접 하는 수밖에. <쿵푸팬더>는 이를테면 쿵후 사육제다. 히어로는 판다. 엄청 많이 먹고, 먹는 것 외에는 별일을 하지 않는 동물. 실제 자연에서 판다는 하루 평균 대나무 줄기, 잎, 순을 20kg 정도 먹는다. 평균신장 1.5m, 체중 100kg의 몸집을 이끌고 이 막대한 양의 먹이를 찾아 매일 16시간씩 뒤뚱뒤뚱 숲을 다니고, 나머지 시간엔 잔다. 이런 동물이 쿵후를 한다? 심지어 평화의 계곡 마을의 대사부 우그웨이(랜달 덕 김)는 쿵후의 비법이 적힌 귀한 용문서의 전수자가 바로 국숫집 아들 포(잭 블랙)라고 지목한다. ‘무적의 5인방’과 이들의 사부인 시푸(더스틴 호프먼)는 쿵후 재주는커녕 한심한 기초 체력에다 별 진지함도 없는 포를 보며 절망한다. 설상가상으로 시푸의 애제자였던 타이렁(이안 맥셰인)은 용문서를 대신 차지하기 위해 어둠의 감옥을 탈출하고, 포는 그를 막아내야 할 판국이다.

공동감독 존 스티븐슨은 “장르 패러디가 아니라 무협물에 대한 진짜 존경심”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고 한다. <쿵푸팬더>는 그러니까 애니메이션이기 전에 신나는 무협액션물이다. 판다, 너구리, 호랑이, 원숭이, 심지어 사마귀, 뱀, 새까지도 <쿵푸팬더>에서는 쿵후를 한다. <강철의 연금술사> <바람의 검심> <블리치> 등 인기를 모은 일본산 판타지무협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쿵푸팬더>는 마치 성룡의 무협액션을 보듯 실사영화의 액션 리듬과 쿵후라는 특정 액션의 개성을 모두 살려 장르물을 보는 재미를 주고자 한 의도가 분명하다. 예고편에서도 살짝 공개된 것처럼 만두 한 조각을 두고 시푸와 포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술 대결이라든지 <인디아나 존스>의 그 유명한 계곡 흔들다리신을 연상시키는 배경에서 벌어지는 1 대 5의 아찔한 액션신, 옥기둥이 빼곡한 실내에서 벌어지는 결투장면 등 <쿵푸팬더>에 등장하는 굵직한 액션 시퀀스들은 액션 디자인뿐 아니라 카메라워크, 편집 등 구성과 재미 면에서 홍콩 무협물 마니아를 겨냥한 ‘떡밥’이다. 애초에 와이드스크린 상영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으니, <쿵푸팬더>의 액션 사이즈는 더욱 기대할 법하다.

예고편을 보고 기대감을 키운 관객이라면 <쿵푸팬더>가 <슈렉> 제작진의 코미디물이란 점도 무시 못할 듯. 특히 할리우드의 가장 삐딱한 악동 잭 블랙이 목소리 연기한 포는 그 둥실둥실대는 몸짓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신장 60cm의 너구리 시푸가 뿜어내는 사부 카리스마도 주목할 만하다. 슈렉만큼 게으르고, 슈렉보다 먹을 것에 더 환장하고, 슈렉보다는 덜 삐딱하지만 슈렉보다 훨씬 단순한 몸치 판다는 어떻게 쿵후 마스터가 될 수 있을까? 안젤리나 졸리, 더스틴 호프먼, 세스 로건, 루시 리우, 성룡 등 휘황찬란한 목소리 출연진을 자랑하는 <쿵푸팬더>는 애니메이터 출신의 마크 오스본과 미술부서 스탭 경력이 20년인 존 스티븐슨의 공동연출로 만들어졌다. 이중 마크 오스본은 단편애니메이션 <모어>(More, 1998)로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주목받았던 인물. 삭막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휴머니즘을 주제 삼은 이 작품은 대사없는 7분짜리 스톱모션클레이메이션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이야기하는 액션물 감독의 전작으로서, 일면 그럴듯하다.

[캐릭터 소개] ‘평화의 계곡’을 지키는 쿵후 마스터들


타이그레스 (안젤리나 졸리)

특기: 앞발을 이용한 빠른 정면 공격

“암컷이라고 절 우습게 보지 마세요. 용문서를 전수받아야 할 사람은 저였는데, 먹는 거나 밝히는 150kg짜리 판다 따위…. 저는 타이렁과 같이 자라서 그놈의 약점도 잘 안다고요. 게다가 전… 섹시하잖아요. (미소) 안젤리나 졸리씨가 제 목소리 연기할 때 녹음실 스탭들 뇌가 전부 흐물흐물 녹았단 얘기 아직 못 들으셨어요?”


몽키 (성룡)

특기: 꼬리를 이용한 상대방의 집중력 교란시키기

“저는 쿵후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냥 남을 웃기는 것도 좋아하고요, 깔깔, 포가 좀 웃기잖아요, 그 친구가 말아준 국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깔깔, 근데 제 목소리 연기를 홍콩 쿵후스타 성룡씨가 하신다고 깔깔…. 제가 성룡씨랑 그렇게 닮았어요?? 네?? 말도 안 돼, 깔깔깔깔…. 성룡씨 쌍꺼풀 그거 옛날에 수술한 거라던데 깔깔깔….”


바이퍼 (루시 리우)

특기: 작고 날렵한 몸집을 날려 적의 몸을 감은 뒤 뒤통수 후려치기

“유연한 공격 스타일도 저의 개성이지만, 저는 날씬하고 아름답고, 마음씨도 넓어요. 시푸 사부님을 비롯해서 다른 쿵후 마스터들이 모두 포를 무시할 때 포에게 진심으로 연민을 느낀 유일한 동료가 저예요. 안타까웠어요… 너무 뚱뚱해서….”


맨티스 (세스 로건)

특기: 작다

“사마귀도 쿵후하거든요? 몸집은 좀 작지만 그것도 나름 유리하거든요? 다리도 여섯개라 나름 응용 쿵후도 하거든요? 근데 세스 로건씨도 어렸을 때 가라테를 했담서요? 그리고 자기가 평소에 사마귀 연기를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고…. 그분이 그럼 저랑 좀 비슷하게 생겼나요? 제 이미지와 어울려야 할 텐데.”


시푸 (더스틴 호프먼)

특기: 엄청난 파워 및 전광석화와 같은 스피드

“나는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 아니 너구리입니다. 나는 정말… 다리 찢기도 안 되는 포가 용의 전사라니…! 우그웨이 대사부께서는 상대방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셨는데, 그렇게 믿었던 호랑이 새끼는 스승을 배신하고 떠나고, 몹쓸 녀석…. 제가 키가 0.6m밖에 안 되긴 해도 실력은 좀 짱이지 말입니다. 호랑이, 사마귀, 두루미, 뱀, 원숭이 전부 제가 훈련시켰습니다! 그렇지만 포… 아아, 너란 존재는 내게 너무나 크고도… 부담스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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