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8 애니 열전] 우정을 키우는 피아노 선율
2008-05-27
글 : 정재혁

<피아노의 숲> ピアノの森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

여기 피아노를 치는 두명의 남자 아이가 있다. 피아니스트 집안에서 태어나 4살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아마미아 슈헤이와 동네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마치 자기 것인 양 치는 이치노세 카이. 둘의 피아노는 둘이 태어나고 자란 방식만큼 달라 슈헤이가 악보의 음표를 연주한다면 카이는 숲의 공기를 연주한다. 살롱의 연주처럼 부드럽게 정제된 음과 야외 무대의 연주처럼 가공되지 않은 거친 음. 이시키 마코토의 동명 청춘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피아노의 숲>은 도쿄에서 전학온 도시소년 슈헤이가 시골에서 먹고 자란 숲의 소년 카이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도시와 자연, 재능과 노력의 대립으로 구분된 캐릭터가 우정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상대방의 장점으로 치유한다. 카이의 자유로운 피아노를 부러워하던 슈헤이는 자신의 피아노가 가진 소리에 좀더 애정을 갖고 숲속 피아노에 익숙해져 다른 피아노를 칠 때면 천둥소리밖에 못 내던 카이는 많은 사람과 만나며 성장해간다. 착한 스토리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케이의 피아노 연주는 러시아 출신 천재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연주로 채워졌다)의 연주가 어우러져 영화가 편안한 숲속 체험처럼 느껴진다.

연출을 맡은 고지마 마사유키 감독은 원작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사람이다. <애니 매트릭스>로 유명한 매드하우스 출신으로 <피아노의 숲>에 앞서 만든 이시키 마코토 원작의 <하나다소년사> TV시리즈(2002)와 우라사와 나오키 원작의 <마스터 키튼>(1998~99), <몬스터>(2004~2005) TV시리즈는 모두 원작이 가진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충실히 재현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피아노의 숲>도 마찬가지다. 고지마 감독은 일본 시골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하나다소년사>가 그랬던 것처럼 70년대 일본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두 소년의 우정과 성장을 그려낸다. 15편까지 출판된 원작 만화를 101분 안에 요약해 넣느라 사건의 전개가 다소 빠르다는 느낌은 있지만 카이와 슈헤이의 만남부터 카이의 첫 콩쿠르까지로 이야기를 한정해 무난한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소박한 2D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감동이 무엇인지를 아는 작품이랄까. 카이를 연기한 우에토 아야, 슈헤이를 연기한 가미키 류노스케, 카이의 엄마를 연기한 이케와키 지즈루의 목소리를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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