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09 미드] 십대·성장물/ 꽃보다 십대라지요
2009-10-29
글 : 안현진 (LA 통신원)

<글리> Glee | FOX

신선도 7 (10점 만점) | 타깃 연령 12~17살 | 시청자 수 747만명

“<글리>는 엣지있고 진지하다.” 고등학교 합창단 이야기, 라는 줄거리 때문에 <하이스쿨 뮤지컬>과 비교당하는 <글리>에 대해 출연 중인 한 배우가 덧붙인 설명이다. 확실히 <글리>에는 꽃남 꽃녀도 없고, 달큰한 러브라인도 뒷전이다. 사실 드라마 <글리>의 합창단 ‘뉴디렉션’에 모인 학생들은 흑인, 게이, 아시안, 장애인, 왕따 등 재능은 있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변인들이다. 숨 죽이고 수그려야 하루가 무사할 아이들이 모였으니 매사 쉬울 리 없다. <글리>는 이 아이들이 고치에서 벗어나면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날 거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뮤지컬드라마다.

2009년 5월, <FOX>는 <글리>의 파일럿을 <아메리칸 아이돌>의 시즌 파이널 방송 직후 내보냈다. 그날 <글리>는 시청자 961만명과 만났고, 4개월 뒤 본격적인 시리즈로 출발을 알렸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후광을 이용할 만큼 <글리>는 상업적 성공에 민감하다. 편당 소요되는 제작비는 300만달러로 이는 프라임 타임 평균제작비의 1.5배이며, 안무와 노래 연습시간이 더해져 편당 제작기간도 10일이나 걸린다. 하지만 그 덕분일까? <글리>는 ‘시즌 취소’라는 장르의 징크스를 깨고 성공궤도에 진입했다. 영리한 <FOX>가 주요 관객층을 제대로 간파했기 때문이다. 삽입곡은 주중에 아이튠스에 공개됐고, 10대들은 <글리>의 멜로디를 기꺼이 구입해 아이포드에 소장했다.

<글리>가 이전의 뮤지컬 시리즈들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지점은 현실성에 있다. <글리>에서 뮤지컬 장면은 실제 공연이나 리허설 상황에서만 등장한다. 그렇기에 장면 중간에 노래가 끼어들어 흐름을 끊는 일이 드물다. 이런 제약에도 가사가 캐릭터의 심리상태와 잘 들어맞는 건, 전적으로 제작자 라이언 머피의 공이다. 머피는 삽입곡 선곡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그 결과 <카바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록 오브 에이지스> 등 다양한 뮤지컬 넘버부터 퀸, 비욘세, 리한나 등 아티스트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머피는 “누구나 자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는데, 그 포부가 평단까지 감동시키진 못했는지, 과장된 상황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사람들도 살인, 폭력, 불륜이 아니라 무언가 기분 좋은 것을 보고 싶을 것”이란 생각에서 출발한 <글리>가 마음 졸일 필요없는 즐거운 드라마라는 건 틀림없다. 글리(glee)의 본래 의미가 기쁨과 기분 전환이기도 하고.

<뱀파이어 다이어리> The Vampire Diaries | CW

신선도 3 (10점 만점) | 타깃 연령 12~25살 | 시청자 수 390만명

한 세기가 넘도록 뱀파이어로 살아온 스테판과 부모의 죽음을 겪은 불운한 소녀 엘레나가 사랑에 빠진다. 게다가 스테판은 인간 대신 작은 동물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다. 확실히 <CW>의 새 시리즈 <뱀파이어 다이어리>는 여러 면에서 <트와일라잇>과 비슷하다.

그러나 <뱀파이어 다이어리>는 엄연한 원작 소설을 가진 드라마다. 무대인 미스틱 폴즈의 풍광과 거친 입자의 화면, 그리고 스테판을 연기하는 배우의 생김새 때문에 더더욱 <트와일라잇>이 겹쳐 보이겠지만 속단은 금물. 엘레나와 스테판 그리고 뱀파이어인 스테판의 형 데이먼이 만드는 삼각관계는 유치해도, 뱀파이어 형제가 인간이었을 때 겪은 과거가 145년 전 미스틱 폴즈에서 일어난 비극과 연결되며 이야기는 한층 흥미로워진다. 피 냄새를 맡으면 눈 주위 혈관이 두드러지며 악마 같은 얼굴로 변하는 것이 <뱀파이어 다이어리>의 뱀파이어가 다른 드라마·영화의 뱀파이어들과 구체적으로 다른 점.

<멜로즈 플레이스> Melrose Place | CW

신선도 5 (10점 만점) | 타깃 연령 18~50살 | 시청자 수 174만명 (3회 평균)

원조 막장 드라마가 돌아왔다. <멜로즈 플레이스>는 <FOX>에서 1992년부터 7년간 방영했던 TV시리즈로, 멜로즈 플레이스 빌라에 모여 사는 20대 남녀들이 벌이는 사랑과 배신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 비밀과 배신의 암투는 1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스핀오프로 부활했다. 첫회는 오리지널의 캐릭터이자 멜로즈 플레이스의 주인인 시드니가 수영장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빌라의 입주자들 모두 동기가 있고 알리바이도 명확하지 않다.

2009년의 <멜로즈 플레이스>가 오리지널과 맥을 같이하는 점은 또 있다. 등장인물들 모두 수상하지만 또 유혹적이라는 점. 한 여자와 애인관계였던 부자가 있는가 하면, 살인 전과를 숨긴 섹시한 셰프, 재미만 있다면 여자도 마다않는 PR매니저, 학비를 벌기 위해 고급 콜걸이 되는 의대생 등 말초적인 재미로는 빠질 게 없는 드라마. 아침드라마가 길티 플레저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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