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09 미드] 코미디/ 비루한 일상에 하이킥
2009-10-29
글 : 최하나

<모던 패밀리> Modern Family | ABC

신선도 10 (10점 만점) | 타깃 연령 30∼40대 | 시청자 수 1037만명 (3회 평균)

틀에 박힌 가족시트콤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이번 시즌의 가장 주목받는 코미디, <모던 패밀리>는 가장 진화한 버전의 가족드라마로 손색이 없다. 주인공은 세 가족인데, 각자가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에는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모양새다. 우선 전형적인 여피로 보이는 필과 클레어의 가족. 식사하러 내려오라는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문자를 보내면 되지 왜 소리를 지르냐는 심드렁한 반응이고, 스스로를 ‘쿨’한 아빠로 생각하는 필은 부모 역할보다는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에 바쁘다. 그 다음은 황혼의 백인 남자인 제이와 딸뻘의 라틴 미녀인 아내 글로리아. 부부가 부녀로 착각당하는 것은 일상이요, 글로리아가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지나치게 감수성이 섬세한 아들 매니 또한 이 남다른 부부의 일상에 골치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미첼과 카메론은 막 베트남에서 아이를 입양한 게이 커플. 변호사 미첼이 경제적인 부양인이라면, 카메론은 가사를 책임지는 주부 격이다.

<모던 패밀리>는 개별 캐릭터가 에피소드 전체를 끌고 가기 충분할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를 담은데다가, 크고 작은 갈등 구조 하나하나가 예측을 할 수 없이 신선하다. 특히나 세 가족이 한데 얽히면서 벌어지는 화학작용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독특한 유머를 선사하는데, 도무지 동떨어져 보이던 이들의 연결 고리가 드러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관객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하다. <오피스>와 같은 모큐멘터리 스타일로 촬영됐으며, 중간중간에 캐릭터들의 인터뷰가 삽입되는 형식. 컬트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불협화음의 가족코미디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Arrested Development)의 후계자라고 부를 법도 하지만, <모던 패밀리>는 그보다는 다소 말랑한, 위트가 넘쳐도 독설은 없는 드라마다. 겉모습이 변화할지라도, 결국 가족은 불완전한 서로를 포용하고 위로하는 둥지라는 것. <모던 패밀리>는 영리하지만 따뜻한 심장을 가진 코미디다.

<커뮤니티> Community | NBC

신선도 7.5 (10점 만점) | 타깃 연령 20대 | 시청자 수 600만명 (4회 평균)

잔머리와 말발로 성공대로를 걷던 변호사 제프는 ‘이메일’로 얻은 대학 학위가 자격 미달로 들통이 나면서 변호사 자격증을 정지당한다. 손쉽게 학위를 따기 위한 방책으로 커뮤니티 칼리지(미국의 전문대학)에 등록한 제프는 첫눈에 반한 여학생 브리타의 환심을 사려고 가짜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데,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학생들이 그룹에 합류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 현실감각을 살짝 상실한 황혼의 사업가, 흑인 이혼녀, 아스퍼거 신드롬 환자, 부상으로 낙마한 쿼터백 등 아웃사이더들이 연대한다는 줄거리의 <커뮤니티>는 영화 <브랙퍼스트 클럽>의 성년 버전이라도 불러도 좋을 법 하다(실제로 파일럿은 얼마 전 타계한 존 휴스 감독에게 헌정됐다).

<보어 투 데스> Bored to Death | HBO

신선도 9 (10점 만점) | 타깃 연령 20-30대 | 시청자 수 프리미엄 케이블이라 해당없음

비루해 보이는 남자의 인생이 전환을 맞이하는 방법은 아마도 두 가지 정도다. 감춰진 능력을 깨닫고 슈퍼히어로가 되거나, 아니면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발견하거나. 지나친 음주와 대마초 과용을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결별을 선언당한 브루클린의 소설가 조너선에게 주어진 선택은 후자다.

먼지에 쌓여있던 <안녕, 내사랑> 페이퍼백을 우연히 찾아 읽은 뒤 영감을 받은 조너선은 자칭 사립 탐정이 되지만, 현실은 필립 말로우의 품새와는 거리가 멀다. 위스키를 삼키지 못해 뿜어내고, 범인과 대마초를 나눠 피우다가 체포당하는 것 정도가 그의 활약상. 제이슨 슈워츠먼이 연기하는 조너선은 자아도취에 유아적이지만, 바로 캐릭터의 기이한 순수함이 극의 미묘한 코미디 라인을 탄탄하게 이끈다. <보어 투 데스>는 원작 단편소설의 작가이자 각본가·제작자로 참여한 조너선 에임스가 자신의 활동무대인 브루클린에 바치는 연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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