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에서 우리가 할 일을 알려달라!
2010-03-30
정리 : 장영엽 (편집장)
<예스맨 프로젝트> 연출 연기 맡은 시민운동집단 예스맨 서면 인터뷰
(왼쪽부터) 마이크 버나노, 앤디 버클바움.

대체 예스맨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생각에서 이렇게 사고를 치고 있는 걸까. 지금은 어떤 ‘사기’를 계획중일까. 궁금증과 조바심을 견디다 못해 예스맨에게 이메일로 서면 질문지를 보냈고 그들은 유머와 열정을 담은 답변을 보내왔다. 미처 해소 못한 궁금증은 예스맨 중 하나인 앤디 비클바움이 한국을 찾는 3월22일 이후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바로잡는 일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바로잡은 것은 무엇이었나.
=최근 우리의 목표는 미국 상공회의소였다. 이곳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로비들이 오간다. 기업인들은 하루에 로비를 위해 50만달러를 미국 정부에 지출한다. 세금을 적게 내거나 환경 제약을 덜 받는 등 기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미국 사람들이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그들의 가장 큰 캠페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의견이었는데, 이 아이디어에 대해 우리는 범죄를 계획했다. 예스맨과 동료들은 워싱턴에서 가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는 상공회의소가 입장을 바꿀 것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규제 완화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폭스뉴스>에 그대로 보도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상공회의소는 매우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상공회의소가 지구촌의 건강과 환경문제를 얼마나 악화시켰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이에 대한 우리의 영상이 보고 싶다면 www.babelgum.com/yesmen으로 들어오시라. 정말 재밌다.

-그렇게 많은 장난을 쳤는데, 고소한 기업은 없었나.
=놀랍게도 없었다. 아마 우리가 항상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기반을 유지하기 때문인 것 같다. 기업들은 사람들과 환경에 부인할 수 없는 나쁜 행동을 저질러왔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공격하기가 힘들었을 것이고 여론의 우호적인 보호로부터 우리를 떼어놓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비슷한 행동을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장난은 지난 몇년 동안 우리를 더욱 뻔뻔하고 과감하게 만들어주었다.

-예스맨은 수백명의 비밀 정예요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선발하나.
=대체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새 요원을 찾는다. 물론 때때로 그들은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기도 하지만. 영화에 나왔다시피 우리는 서바이버볼이라는 독특한 의상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 옷을 입어보고 싶어서 우리 단체에 들어오기도 한다.

-예스맨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면.
=우리는 옳은 것을 믿는다. 모든 사람은 그들 스스로에게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순간,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면 당신은 그 행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의 경우가 그렇다. 이른바 소비주의적 삶은 다른 어딘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죽일 것이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생활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고쳐야 할 의제는 누가, 어떻게 선정하나.
=보통 우리는 엑슨모빌처럼 가장 거대하고 가장 악랄한 기업에 제동을 건다. 혹은 정부와 개발업자에 의해 멀쩡한 집에서 쫓겨난 카트리나 주민들의 사례처럼 사회적으로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여기는 최악의 사례를 고른다. 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이 먼저 고민거리를 들고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도와주려 애쓴다. 그건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당신들의 행동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위트 넘치면서도 허를 찌르는 연설문이다. 연설문은 주로 누가 작성하나.
=보통은 여러 사람이 함께 작성한다. 하지만 연설문의 마무리는 대개 앤디가 한다. 특히 앤디가 연설자로 나설 경우에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연설문을 수정한다.

-언론은 항상 당신들의 좋은 조력자가 되어준다. 예스맨에게 언론이란 어떤 의미인가.
=미디어는 모든 것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다. 좋은 언론은 민주주의가 기능하기 위해 비평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머독 같은 사람이 왕으로 군림하는 지금의 상업적 국면에서 우리는 미디어를 그저 기회로 여긴다. 이런 경우 우리는 미디어를 기회로 삼아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오프닝신에서 앤디와 마이크가 양복을 입고 수영장으로 다이빙하는 장면이 유머러스했다. 이건 누가, 왜 제의한 건가.
=음… 우리는 많은 장난을 벌인 뒤 우리의 심리적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아서 하는 동안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걸 찾았다. 결국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이 재밌겠다고 즉흥적으로 생각했는데, 편집자 에이프릴 멀이 그걸 <예스맨 프로젝트>의 타이틀 시퀀스에 넣었더라. 우리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놀랐다.

-당신들은 시장경제를 불신하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혹시 시장경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도 있는가.
=시장 규제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곳은 규제하고, 사람들을 돕는 곳에는 인센티브를 적용해주고. 표면적으로는 아주 단순해 보이지 않나. 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는 미쳐 날뛰는 자유시장을 대체할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지속 가능함과 지구의 미래가 단기수익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머지않아 앤디가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에서 도전해볼 만한 프로젝트는 없을까.
=아직까진 없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우리가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지 말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떤 사안이 중요한지에 대한 실마리가 없다.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한국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도움이 필요하다! 제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달라. 그럼 우리가 여러분을 도와드리겠다.

-한국의 시민운동은 즐겁다기보다 엄숙하다. 재미있는 시민운동을 선도하는 단체로서 한국 시민운동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훌륭한 운동을 멈추지 말아라. 진지한 액티비즘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하지만 당신이 유머러스하게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면, 그것 역시 괜찮다.

-예스맨의 다음 타깃은 어디가 될까. 힌트를 준다면.
=일급 비밀이다. 그들의 정체는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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