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방전설>을 만들었던 조범구 감독의 신작인 <퀵>은 오토바이에 실린 청춘의 이야기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20대의 방황과 좌절을 그리는 영화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퀵>은 밝은 캐릭터와 경쾌한 유머, 그리고 숨 막히는 추격전이 한데 뭉쳐질 영화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한때 폭주로 학원가를 주름잡았던 세명의 남녀다. 폭주대마왕이란 별명을 가졌던 기수, 그와 함께 폭주를 즐기던 명식,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오빠 달려!’를 외쳤던 춘심이. 이후 기수는 BMW 오토바이를 튜닝해서 몰고 다니는 퀵서비스 요원이 됐고, 명식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교통경찰이 됐으며, 춘심이는 오토바이에 몸을 싣지 않으면 스케줄을 채울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아이돌 가수 아로미가 됐다. 서울에서 가장 빠른 퀵서비스 요원인 기수는 어느 날, 배달한 물건이 등 뒤에서 폭파하는 사건을 목격한다. 하필 그때 뒤에는 아로미가 타고 있었고, 그녀에게 씌운 헬멧에는 또 다른 폭탄이 설치돼 있다. 기수의 휴대폰이 울린다. 건너편의 목소리는 다음 폭탄의 배달장소를 알려준다. 배달이 늦거나, 정해진 장소가 아니거나, 도망치려 할 때는 헬멧이 터질 상황이다.
명동 오토바이 추격신이 핵심
도시, 스피드, 청춘. 조범구 감독과 그와 함께 <양아치어조>와 <뚝방전설>의 시나리오를 썼던 박수진 작가가 처음 내걸었던 태그라인이다. 도심 속을 숨가쁘게 누비는 청춘의 모습을 상상한 그들은 젊은 퀵서비스 요원으로 결론을 내렸다. <택시> <다이하드> 등 할리우드의 도심질주 블록버스터를 참조하면서도 차별점을 만들고자 했던 선택이다. “외국에는 퀵서비스 같은 직종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문화인 만큼, 한국형 스피드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업종의 특성상 이야기의 무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다. 강남 테헤란로 부근과 한강대교, 올림픽도로 등 한눈에 서울이 드러나는 지역을 사방팔방으로 누빌 예정. 특히 명동 한복판에서 벌어질 추격전은 <퀵>의 핵심적인 비주얼이다. 일본 관광객부터 상인, 거리 공연가들을 빼곡히 채우고 기수의 오토바이와 그들을 쫓는 또 다른 오토바이 부대와 패트롤카 등이 질주하게 만들 것이다. 이 장면을 위해 서울시와 중구청, 명동상인연합회 등 7개의 기관에서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 일부 장면은 오픈세트에서 촬영할 계획이다.
“결말이 너무 사실적이라 씁쓸했던 <뚝방전설>”과 달리 <퀵>은 “모든 인물들이 승리하는 해피엔딩”의 오락영화다. 캐스팅이 확정된 배우들의 면면에서도 영화의 명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해운대>에서 조우한 바 있는 이민기와 강예원, 김인권이 각각 기수와 아로미, 명식을 맡았다. “도시의 이미지와 인물 모두 밝게 묘사할 거다. 목표로 삼는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다. 전작보다 거친 건 없고, 멋있고, 예쁘고, 귀엽게 만들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조범구 감독의 관심사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변두리의 청춘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드러낸다는 점은 전작들과 공유하는 부분이다. “여전히 난 자신의 꿈과 다른 삶을 살게 된 아이들에게 애정이 많다. 이번에는 어릴 때의 에너지를 그대로 간직한 이들이 그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면서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릴 것이다.” 조범구 감독은 그들의 모습이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화감독이 되려고 했던 건 아닌데 감독이 됐고, 단편 시절에는 정서적으로 느릿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매우 빠른 영화를 만들고 있다. <퀵>에서 구현할 조범구 감독의 목표는 자신의 긍정적인 성장이기도 할 것이다.
내게 영감을 주는 이미지
레이싱과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서울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속도감과 소동극의 재미를 드러내는 게 관건이다. 차들이 질주하면서 모여 빈민촌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폴리스 스토리>의 소동극처럼 아슬아슬한 쾌감을 드러내고 싶다. 성룡의 영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최근에 본 < 나잇 &데이>에서도 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