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1편에서 이미 확립된 픽사의 특징은 이후 시리즈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테크놀로지는 불과 몇년 사이에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여 금세 <토이 스토리> 1편이 다소 촌스러워 보일 정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 속도를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만큼은 다소 완화시키며 1편의 전통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왔다. 발전된 기술력은 우디의 광대뼈를 부드럽게 매만지거나, 그가 입은 체크 셔츠의 실보푸라기를 세심하게 그린다거나, 3편의 악당 캐릭터 랏초(보송보송한 털로 덮인 천 인형)의 털 재질이 햇빛에 어떻게 반사되며 어떤 그림자를 형성시키는지(랏초는 다양한 길이와 굵기가 여러 겹으로 형성된 347만3271개의 털로 덮여 있다!) 등에 알게 모르게 적용되었을 뿐이다. 1, 2편의 감독 존 래세터는 언제나 “우리가 제대로 만든다면 역설적으로 관객은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라고 공언했고, 2, 3편의 감독 리 언크리치 역시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의 애니메이터들은 훨씬 더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기법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라따뚜이>의 사람 캐릭터처럼 자연스럽고 세련된 표현법을 적용한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우디와 버즈의 분위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이후 시리즈에선 과거에 우리가 가졌던 어떤 한계와 부족함을 포용하고자 했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새로운 기술력과 과거의 가치를 결합시키는 지점을 찾는 작업이 이후 시리즈의 과제이자 도전, 그리고 성취의 지점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성공의 핵심은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아우르는 테마적인 측면에 집중된다. 다시 말해, 장난감들의 근심과 불안. “장난감들의 가장 큰 불행은 아이들이 더이상 놀아주지 않는 것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각 작품은 바로 그 점을 다룬다.”(존 래세터) 1편에선 꼬마 주인 앤디가 받은 선물인 우주인 인형 버즈가 터줏대감 우디의 위치를 위협했다. 2편에서는 장난감이 부서지거나 망가지면 아이는 그 장난감에 흥미를 잃는다는 설정을, 3편에서는 아이들이 성장하여 더이상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게 되는, 장난감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지점인 궁극적인 이별의 순간까지 다루게 된다.
시리즈의 감독들은 저마다 이 제각각의 설정을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하기 위해 장난감의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계속했다. 존 래세터는 2편에서 ‘자식들까지도 절대 소중한 컬렉션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외골수 장난감 컬렉터’인 자기 자신을 떠올리며 핵심적인 악당 알을 만들어냈다. 3편에서는 장성한 자식을 대학 기숙사에 처음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흘렸던 개인사를 떠올리며 기본 설정을 제안했다. 여기에 출근길에 자식들을 탁아소에 맡기곤 했던 감독 리 언크리치의 기억도 덧붙여진다. 그는 탁아소가 전반적으로 밝고 화사한 공간이긴 하지만 어떤 면에선 변함없이 ‘감옥’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토이 스토리3>에서 장난감들이 탁아소를 탈출하는 이야기를 핵심 스펙터클로 다루면서 ‘<프리즌 브레이크> 장르’까지 접목시켰다.
인간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장난감이 주인공인 세계에서, 장난감들이 버림받을까봐 노심초사하는 주요 사건들을 시리즈화한 <토이 스토리>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오언 글라이버먼이 지적했듯 어느새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감수성을 띠게 된다. 한때는 사랑받았으나 이제는 버림받고 고독해진, 그리하여 자기 자신의 존엄성과 생존을 위해 삶에 용감하게 맞서는 연약한 주인공들의 세계.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성공은 그렇게 압축할 수 있다. 컴퓨터그래픽 테크놀로지는 발전했지만 전통과 감수성 뒤로 겸손하게 모습을 낮추었고, 이야기와 테마는 점점 더 심화되며 ‘장난감 사가(saga)’의 완결성을 갖추게 됐다.
1편만큼 2편도, 그만큼 3편도 사랑스럽네
수많은 시리즈의 명멸 가운데 1편을 뛰어넘는 속편이 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그것을 이뤄냈다. 앞서 언급한 특징들이 3편에 걸쳐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보존되었기 때문이며, 주요 제작진이 자신들이 창조해낸 세계와 함께 나이먹으며 그 가치를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존 래세터는 <토이 스토리> 1, 2편의 감독이자 각본가였고, 피트 닥터는 <토이 스토리> 1, 2편의 각본을 맡았으며, 리 언크리치는 <토이 스토리> 1편의 편집자였고 2편의 공동감독이었으며 3편의 감독을 맡았다. 앤드루 스탠튼은 시리즈 전편의 각본에 참여했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뿐 아니라 주요 제작진 역시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며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육체와 영혼은 모두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할리우드의 ‘너드’들은 그렇게 살아남았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을 마치 미키 마우스나 도널드 덕, 토토로처럼 영원불멸의 존재로 만들어냈다. 창조자로서 바랄 수 있는 모든 행복을 다 누린 셈이다.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는
리 언크리치(감독) 3편의 빅 베이비에게 마음이 많이 쓰인다. 어느 정도 무시무시한 캐릭터지만 동시에 순진무구하고 비극적인 캐릭터기도 하다.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의 주인공 레니를 연상케 한다. 그렇게 양쪽을 오가는 인물, 재밌기도 하면서 좀 무섭고 궁극적으로는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가 좋다.
톰 행크스(우디 역) 만약 우디를 연기할 수 없다면… 솔직히 ‘슬링키 독’이 끌린다. ‘슬링키 독’은 몸을 늘릴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다른 장난감이 갈 수 없는 곳을 갈 수 있고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팀 앨런(버즈 역) ‘미스터 포테이토’를 꽤 좋아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고슴도치 캐릭터 ‘미스터 프리클팬츠’에도 매료당하고 있다. 진정 엄청난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는 켄도 상당히 흥미로운 캐릭터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버즈야말로 정말 내가 계속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