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감독은 <조금 더 가까이>로 첫 장편에 도전했다. 요조는 연기자로 또 음악으로 그의 작업에 힘을 보태준 이다. 영화 속 공연장면을 연출하면서 음악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감독. 기존의 음악과 달리 호소력있는 창법의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다른 면을 표현했다는 요조. 감독과 배우는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즐거움을 한 작품 안에서 완수하는 발견의 기쁨을 맛보았다.
김종관 촬영 끝나고 두달 만의 만남이다. 감독과 배우로, 또 우리 영화의 음악에도 공헌해준 일등공신이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
요조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연출한 감독이라니. 시나리오를 보내주어서 오히려 내가 기분이 좋았다. 특히 영화 속 내가 맡은 ‘혜영’이란 캐릭터가 뮤지션이라서 음악과 연기를 같이 할 수 있다는 점도 끌렸다.
김종관 다섯편의 옴니버스 사랑 이야기에서 혜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컸다. 연기뿐 아니라, <조금만 더 가까이>의 처음을 열어주는 프롤로그와 영화를 닫는 에필로그 음악을 불러줘야 했다. 연기는 오히려 걱정이 없었다. 정성일 감독님의 <카페 느와르>에서 연기한 경험도 있었고. 그런데 난 음악적인 부분이 걱정되더라. 익히 알려진 요조의 발랄하고 상큼한 음악과 우리 영화의 캐릭터가 맞을까 싶더라.
요조 충분히 인정한다. 사람들은 주로 나를 밝고 귀엽고 긍정적인 이미지로만 보니까. 그런데 이젠 감독님도 알겠지만, 실제의 난 굉장히 어두운 부분이 많은 사람이다. 천성적으로 나오는 목소리가 밝아서 어쩔 수 없이 밝은 음악을 한다고 할까. 나 스스로 다른 색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나도 힘들 때가 있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못한 부분이 있는데, 이번 작업이 그걸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영화는 쓸쓸한 사랑 이야기인데 그런 도전 때문에 정작 나는 의욕적으로 가사도 쓰고 멜로디도 만들면서 신나게 작업을 했다.
김종관 만나고 작업하면서 공감대들이 형성됐던 것 같다. 예전에 기회가 닿아 요조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고 하니까, 연애 하나가 끝나는 게 연극 한편이 끝난 것 같다라고 하더라. <조금만 더 가까이>의 정서가 이런 게 아닐까 싶더라. 비슷한 세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연애감정. 이런 것들을 서로 나누다 보니 음악적인 색깔도 잘 조율된 것 같다.
요조 정유미씨나 윤계상씨, 상대역인 윤희석씨 등 총 8명의 배우 중에 내가 제일 먼저 캐스팅됐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이 영화 전체의 진행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된 거다. 감독님이 캐스팅도 상의해주었고. 술 마시면서 연애 이야기를 나누면, 공통적으로 우리 참 ‘너더너덜하구나’ 싶었다.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는 표현인데, 사랑이 그렇다. 아름답고 행복한 것만이 아니라 지치고 상처받고, 그 상처가 무뎌질 만큼 또 상처받고. 너덜너덜해지는 거다.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니 음악 작업도 충돌없이 해나갈 수 있었다.
김종관 맞다. 요조를 캐스팅하면서 이 영화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총 1억원이라는 빠듯한 예산으로 이 영화를 만드는 건 내겐 일종의 도전이자 실험이었다. 그런데 제일 먼저 내 영화에 동의해주고, 내 편이 되어준 사람이 요조였다. 마음을 줬달까. 일이란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영화에 대해 많이 염려해주고 참여해준 게 고마웠다. 요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나 스탭들에게도 고맙다. 노 개런티로 응해주지 않았다면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을까 싶다.
요조 소속사는 개런티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웃음) 근데 난 이 작품에 대해서 실리적이거나 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보다 처지가 잘 이해되더라. 감독님이 ‘돈도 못 주면서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하면, 돈이 없으니 못 준다 싶은 이해가 바로 되더라.
김종관 처지가 비슷하단 생각은 나 역시 했다. 이번뿐만 아니라 영화를 연출하면서 내가 인디밴드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독립영화는 연출을 하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자유롭기는 하지만,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작업이라 오히려 덜 자유스러운 부분도 생긴다.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제대로 만난 거다.
요조 사실 연기라는 영역은 아직 내가 뭘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 무모할 수도 있지만 재밌는 세계였다. 정성일 감독님과 연기 경험이 있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했다. 그땐 대본에 나온 대로 정확하게 연기해야 하니까 연기는 이렇게 하나보다 했는데, 이번에는 현실적인 30대 여자를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했다. 뭔가 비장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김종관 좋은 배우는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혜영 역과 요조는 대사톤은 잘 맞는데 실제 요조와 다른 부분도 많았다. 그런데 그 부분을 잘 캐치하고 소화해내더라. 영리하고 끼가 있는 배우라는 걸 작업하면서 절감했다.
요조 내 연기 도전만큼이나 감독님에게도 이번 작업은 굉장히 새로운 도전 아니었나. 감독님의 첫 장편이자 첫 섹스신이 등장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웃음) 아마 그런 외설스러운 장면 연출은 안 해봐서 힘들었을 거다.
김종관 여러 모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혜영의 공연장면을 촬영하면서 음악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니 음악감독 에게 모두 일임하자 생각했던 부분이었는데, 공연장면의 연출이 다른 장면연출과 달리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 다른 형태가 되더라도 조만간 음악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요조 앞서 말했지만, 나도 이번 작업하면서 스스로 많이 변했다. 요조에겐 슬픈 느낌이나 노래들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하지 못한다는 선입견을 깬 기분이다. 밝은 것 말고도 다양한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다. 요즘 새 앨범 작업하면서 이런 모습을 드러내다보니 회사 식구들이 당황한다. ‘요조야, 왜 그러냐’ 하면서. (웃음)
김종관 모든 것에 겁이 없다기보단, 좋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겁이 없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요조 모르겠다. 아직은 어떤 게 옳은 건지 잘 모르겠다. 하나도 잘 못하면서 이것저것 기웃거린다는 비난도 받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렇게 자유롭게 도전하지 못한다면 그게 예술일까 싶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분야는 놀이터 같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다시 계산없이 도전하고 싶다.
<대표작>
[김종관 감독]
<폴라로이드 작동법> <눈부신 하루> <바람의 노래> <조금만 더 가까이> 등[요조]
<<Traveler>>(2008) <<Cooky>>(2009) <<Color of City>>(2009) <<Vono>>(2009)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