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그리고 창작은 시작되고 만들어간다
2010-09-02
글 : 김용언
사진 : 오계옥
김효정, 박성용 감독 vs 몬구, 한희정
왼쪽부터 한희정, 몬구, 김효정, 박성용

“너의 노래가 좋아”로 시작된 사랑은 “그 기타 리프 말고 다른 건 없어?”라는 다툼으로 끝난다. 홍대 신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몬구(‘몽구스’의 멤버, 그리고 솔로 프로젝트 ‘네온스’도 함께 진행 중)와 한희정(‘더더’와 ‘푸른 새벽’을 거쳐 솔로로 활동 중)이 출연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로 직접 노래를 들려주며, 자신들의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청춘의 한 시절을 연기한다. 김효정, 박성용 두 감독이 공동연출한 영화 <춤추는 동물원>의 소박한 사랑스러움은 두 뮤지션의 매력에 크게 기대고 있다.

김효정 2008년 홍대쪽에 살면서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다. 특히 아는 분 휴대폰 컬러링이 몽구스의 <나빗가루 립스틱>이었다. 전화를 잘 안 받는 분이라서 그해 여름에 그 컬러링, 굉장히 많이 들었다. (웃음) 가사 중에 “누나야 사실 나는 말야”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몬구씨가 주인공이 되어 연상의 뮤지션과 사귀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시 인디 신에서 활동 중이던 여성 싱어송라이터 중에선, 요조나 타루도 좋았지만 희정씨 음악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음악을 들으면서 스토리를 구상했다. 캐릭터를 만들 때에도, 연기가 처음인 뮤지션들이니 본인들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게 하려 애썼다.

박성용 두 뮤지션의 노래가 어떻게, 어떤 순서로 들어갈지를 먼저 정했다. 어느 정도 뮤지컬 형식의 영화를 생각했다.

몬구 내색은 안 했지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기분 좋았다. 내 얼굴이 좀 가치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웃음)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과제 중 하나가 배우였는데, 그 꿈을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공연장에선 떨리지 않는다. 더 자연스럽고, 내 힘으로 꾸려가는 무대이고, 내가 익숙한 옷을 입고 남들 앞에 서니까. 그런데 확실히 카메라 앞에선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한희정 음악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뿐 아니라, 영화에 들어가는 음악을 우리가 직접 만들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에 맞춰서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는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그 점 때문에 결정을 먼저 내렸다. 연기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했다. (웃음) 한달 넘게 몬구씨와 연기 레슨을 받았는데….

김효정 신촌 연습실에서.

박성용 그때 촬영한 테이프를 최근에 찾았다. (웃음)

한희정 그거 소각해야 한다! (웃음) 연기를 해보니 무대와 다른 점이, 공연은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쭉 간다. 세트 리스트에 따라, 또 관객과의 소통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간다. 하지만 연기는 촬영 세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 슛 들어가는 순간부터 바로 집중해야 한다. 몬구씨랑 뒤에서 재밌게 놀다가 ‘레디 액션’한 다음에 펑펑 우는 장면을 찍으려니…. 배우들은 어찌 보면 다 미친 사람들이구나, 정말 힘든 직업이구나 싶었다. 몬구씨랑 둘 다 음악을 열심히 하자고 결심했다.

몬구 음악이 제일 쉬웠다. 연기하다 보면 빨리 집에 가서 기타 치고 싶어졌다. (웃음) <춤추는 동물원>에 들어갈 음악을 만들 때는 참 재미있었다. 희정 누나 음악을 원래 좋아했지만, 내가 해온 음악과 스타일이 좀 다르니까 둘이 협업하는 게 잘 맞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한희정 예전에 더더와 푸른 새벽이라는 팀에서 활동하면서 이미 충분히 경험을 거쳤다. 설령 한팀의 멤버라 하더라도 성향이 완전히 일치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음악과 조율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상대방 감성을 완전히 파악할 순 없지만.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작업했다.

김효정 두 사람을 캐스팅하면서 이미 인물과 내용의 골격은 갖춰졌던 것 같다. 그 다음은 노래를 배열하면서 사건을 진행해 나갔다. 희정씨나 몬구씨의 노래는 대부분 이별에 대한 게 많아서 그에 맞춰 사건을 만들고 대사를 붙였다. 촬영할 땐 공연장면이 많이 힘들었다. 카메라가 한대밖에 없으니 각도를 달리하며 찍기 위해선 노래를 여러 번 립싱크할 수밖에 없었다. 희정씨는 립싱크를 잘하는 편인데, 몬구씨는 감정을 끌어올리려면 실제로 노래를 해야 하는 스타일이었다. 나중엔 목이 쉴 정도였다. (웃음) 그래도 뮤지션이니까, 공연장면에서 두 사람이 가장 예쁘고 멋있게 보이더라.

박성용 <원스>와 <춤추는 동물원>을 많이들 비교하는데, 형식에서 비교당할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괘념치 않았다. 분명히 <원스>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 <춤추는 동물원>에선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노래를 통해 뮤지션의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고, 일상에서의 모습과 무대에서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표현하고 싶었다.

김효정 뮤지션의 영혼은 배우들의 영혼보다 더 자유로운 것 같다. 무대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기도 하고, 워낙 백지 같은 느낌이라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반응이 되게 즉각적이다.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전문 배우가 연기했을 때의 플러스를 바랄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편견없이 흡수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의사소통하기에 오히려 편했다. 이번 작업하면서 뮤지션과 처음으로 사적인 대화를 나눈 건데, 그들의 생활방식이 너무 부러웠다.

한희정 한량, 한량. (웃음)

몬구 우리가 원래 하얀 백지였는데 촬영하면서 영혼에 검은 크레파스가 칠해졌달까…. (웃음)

한희정 <춤추는 동물원> 후반작업 당시 어떤 분이 내 음악을 가지고 단편을 만들 생각인데 음악을 사용해도 괜찮은지, 혹시 배우로 출연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그땐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 때라 음악만 해야지 싶었다. 그래서 음악을 쓰는 건 괜찮지만 출연은 힘들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 단편이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이다. 신세경씨가 거기서 내 노래를 부른다. 보고 나니 내가 거절하길 잘했구나, 신세경씨 정말 예쁘구나 싶었다. (웃음)

몬구 요즘 구상 중인 건, 내가 감독을 해야겠다는 거. (웃음) 스무살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내 청춘을 기념하는 단편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권투를 무척 좋아한다. 링 위에서 연습할 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시간, 그때의 증발할 것 같은 기분을 영상으로 남겨보고 싶다. 연기도 계속 해보고 싶고.

한희정 음악하는 사람들은 앞에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니까. 연기자와 어느 정도 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몬구 개인적으로 영화음악도 해보고 싶다. 얼마 전에 김효정, 박성용 감독님 후배분의 졸업작품 음악을 작업했는데, <흔적>이라는 스릴러다. 지금까지 해온 몽구스나 네온스 음악은 아기자기하고 신나는 스타일이지만, 스릴러가 주는 공포를 소리로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둠에 대한 감각을 신시사이저로 작업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이런 면이 나한테도 있구나 싶은 부분도 새로 깨달았다.

<대표작>

김효정
<토끼와 곰>(2005) <농어와 달>(2009) <춤추는 동물원>(2009)

박성용
<낯선 봄>(2005) <전력소년>(2009) <춤추는 동물원>(2009)

한희정
≪푸른 새벽≫(2003) ≪너의 다큐멘트≫(2008) ≪끈≫(2009)

몬구
≪Early Hits Of The Mongoose≫(2004) ≪Dancing Zoo≫(2005) ≪A-809≫(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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