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우리 영화와 음악의 본질은 ‘위로’가 아닐까
2010-09-02
글 : 이화정
사진 : 오계옥
권우정 감독 vs 포크 뮤지션 시와
왼쪽부터 권우정, 시와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 예고편. 시와의 노래 ‘작은씨’는 웃음 뒤 가려진 여성 농민들의 쉽지 않은 삶과 정서를 대신 노래한다. 권우정 감독은 시와와 이번 작업을 함께하며 다음 영화의 음악을 함께 나눌 고민의 씨를 발견했다. 작은 영화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 포크 뮤지션 시와는 영화가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또 하나의 고마운 통로임을 강조한다.

시와 처음 뵙는다. 예고편에 음악을 쓰는 작업이었으니 막상 감독님과 만날 기회는 없었다.

권우정 난, 작년 <경계도시2> 관객 1만명 기념파티 때 뵌 적이 있다. 제대로 인사를 못했다.

시와 몰라뵈어 죄송하다.

권우정 아니다. 시와씨는 독립영화계에서 히로인으로 통하지 않나. 소외받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영화들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한다. 나야 당연히 알고 있었다.

시와 과찬이다. <경계도시2> 상영 때 시네마 달 대표님이 홍형숙 감독님과 영화도 보고 시네토크할 수 있겠냐고 제안하셨다. 대표님은 무척 어렵게 부탁하시는 눈치였는데, 난 이미 <경계도시>를 보고 그 영화에 관심이 있던 차였다. 2편 보여준다고 하시니 마냥 좋았다. (웃음) 무대 올라가서 노래만 하고 내려오는 것도 머쓱할 거 같아, 그럼 내가 씨네토크를 진행해도 되냐고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내가 대단히 정치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지지하고 싶은 작품이라면, 그런 시각은 마음껏 드러내고 싶었다.

권우정 맞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 작업은 모두 정치적이 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이런 음악도 있다고 알리는 게 우리 작업이다. 그게 다양함인 거고. 굳이 설득하려는 건 아니다. 지금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비교와 가치기준이 하나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게 인디의 정신인 것 같다.

시와 <땅의 여자>는 마포FM PD님 때문에 하게 됐다. 출연 섭외를 하셔서 갔더니, 본인이 이 영화 예고편 작업하는 중인데 내 노래 ‘작은씨’를 좀 쓰자고 하시더라.

권우정 예고편에 대해 논의하는데 모두 시와씨의 음악을 쓰고 싶다고 했다. 미처 연락도 하기 전에 PD가 먼저 제안을 했다. 예고편 음악 부탁하려고 게스트 섭외했다고 방송국에서 ‘사심 PD'로 찍혔다더라. (웃음) 우리 영화가 여성 농민들을 위로해준다는 의미에서, 작은씨가 튼튼하게 올라온다는 가사와 잘 맞더라. 시와씨 음악도 사람들을 위로하는 음악이니 말이다.

시와 영화가 여성 농민의 생활을 그린 다큐멘터리라는 점이 와 닿았다. 도시에서 사는 내 기준으로 보면 영화에 출연한 언니들은 나와 동떨어진 삶을 사는 분들이다. FTA나 WTO와 관련해 농민대회가 열린다는 건 알지만, 구체적으로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인물상을 그리지 못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그들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부분을 알려주는 영화라니 참 고마운 영화다 싶었다.

권우정 체 게바라를 사랑한 밴드를 좋아해 체 게바라를 좋아하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이다. 시와씨 음악을 접하고 좋아한 사람들을 통해서 관객이 <땅의 여자>를 알게 된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가 클 것 같다. <땅의 여자>가 이미 공동체 상영으로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정식 개봉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또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시와씨의 음악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런 수혜를 얻고도 시와씨에게 곡 사용료도 지불하지 않아서 참 민망하다. 혹여 이걸 보고서 인디 뮤지션의 음악은 무상이 관례라고 볼까봐 더 걱정된다. 선곡료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시와 내겐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게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누군가 내 노래를 들어줬으면 싶다.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고, 더 깊이 다가가려 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은 것이다.

권우정 사실 이번 예고편을 접하고, 앞으로 내 영화에 음악을 사용하는 데 대한 생각이 조금 넓어졌다. 시와씨의 노래가 영화를 좀더 명확하게 해준다 싶었고, 본편에서도 함께 작업하는 걸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수도 있었겠다 싶더라. 사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 보면 음악 사용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다큐멘터리라는 형식 자체가 이미 감독의 주관이 들어가지만, 음악을 적나라하게 사용하는 데는 그 이상의 또다른 용기가 필요하다. 극영화보다 그런 면에서 훨씬 조심스러워지는 거다.

시와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했던 김동령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앨리>의 오리지널 스코어에 참여했었다. 여성플라자 오프닝 파티에 노래를 불러달라고 해서 갔는데 마침 거기서 영화 편집본을 상영하더라. 기지촌 여성의 삶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내가 여성이다 보니 여성문제를 다룬 영화에 관심이 갔다. 서로 공연과 작품을 보고 코드가 맞게 된 거다. 내 음악이 나의 표현이라면, 영화음악은 다른 이의 요구나 의도에 맞추는 작업이다. 처음으로 연주곡을 작곡해보았고, 그때 만든 엔딩곡 ‘American Alley’는 정규앨범에도 수록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뮤지션이 많을 것 같다. 다른 뮤지션 역시 이런 제안에 열려 있을 것이다.

권우정 오리지널 스코어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아직 난 그 정도 용기는 없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선곡을 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영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해줄 수 있는 곡들을 사용하면서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알릴 수도 있고, 영화도 알릴 수 있다. 서로 맞물려서 윈윈하는 게 아닐까. 다음 영화는 농촌 할머니들 이야기를 해보려 하는데, 그땐 지금과 또다른 형태의 작업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농가일기>(2004), <땅의 여자>에 이은 농촌 3부작이다. 복수 3부작처럼, 난 농촌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3편까지는 만들어야지. (웃음)

시와 기존의 음악에 보컬만 빼고도 스코어가 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난 언제든 참여하고 싶다. 당분간은 공연하면서 지내겠지만, 영화 관련 작업으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부터 김태일 감독과 <오월애> 오리지널 스코어를 논의 중이고, 양정호 감독님의 <밀월도 가는 길> 삽입곡도 작업하기로 했다. 오늘 김성균 감독의 다큐멘터리 <기타이야기>에 공연 중 노동자분과 무대에서 대화한 장면을 촬영한 걸 써도 되느냐고 연락도 왔다. 출연도 하게 된 거다. (웃음)

권우정 어쨌든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 <경계도시2> 파티 때처럼 우리 영화 파티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그때도 뵙고 싶다.

시와 물론이다. 내게도 영광이다.

<대표작>

권우정 감독
<농가일기>(2004) <땅의 여자>(2009)

시와
<빵 컴필레이션3>(2007) <ep 시와>(2007) <시와 무지개>(2009) <소요>(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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