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김강우] 냉정과 열정 사이
2010-09-20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김철 역의 김강우

김강우에게 <무적자>는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작업이었다. 주연배우가 전부 남자인 까닭에 카메라 뒤에서는 그 어떤 현장보다 동료 배우들과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었다. 반면 슛 들어가면 그 누구보다 외로운 남자가 되어야 했다. 그가 연기한 김철은 삶의 주요 순간마다 홀로 넘어서는 남자다. 북에서 어머니를 여읜 뒤 혈혈단신으로 탈북했고, 이후 형사가 되어 아무 연고도 없는 남한사회에서 처절하게 살아남으려고 한다. ‘이 모든 게 다 친형 김혁(주진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형이 자신과 어머니를 남겨두고 탈북하지 않았더라면, 범죄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더라면, 출소 뒤 옛 동료였던 영춘(송승헌)과 태민(조한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철은 형을 멀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강우의 눈에 들어온 건 겉으로 드러나는 김철의 강한 면모였다. “이 사람이 어쩌다가 마음의 벽을 닫고 거세게 행동하는 것일까. 늘 혼자였기 때문이다. 사실 내면은 여리지만 생존을 위해 강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동시에 형에 대한 원망이 강한 만큼 애타게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송해성 감독이 김강우에게 요구한 김철의 모습이기도 했다. “감독님이 요구한 건 하나였다. 관객이 김철의 감정선을 공감하면서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철이 슬플 때 관객도 슬퍼야 하고, 분노할 때 함께 분노해야 하고, 아플 때 역시 같이 아파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단순히 강한 캐릭터가 아니라 계속 김철에게 연민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게 중요했다.” 어쩌면 김철이 경찰이 된 것도 단순히 형을 범죄자라 생각하고 감시하기 위함이 아닌지도 모른다. 탈북자라는 남한사회에서 가장 밑바닥 신분에서 정보 접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찰이 되는 것이다. “범죄자인 형을 체포하기 위해서 경찰이 됐다는 김철의 말은 더이상 상처받지 않으려는 좋은 핑곗거리다. 그러나 김철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는 혈육에 대한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존재하고 있다.”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 김강우는 김철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을 하는 것과 직접 (연기를) 해보이는 건 다르다. 두 형제가 국가기관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김혁의 입에서 “철아, 형이야”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김철이 분노를 터트려야 한다. “이런 장면은 지극히 연극적이다. 흔히 무대에서 취조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처음에는 김철의 동선이 정해져 있었는데, 동선대로 움직이면 전형적인 장면밖에 안되겠더라.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한 결과 본능대로 행동해서 찍었다.” 그러니까 어느 하나의 원칙을 고집하기보다 신의 상황과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매번 다른 연기 방식을 찾아갔다.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오감을 열어놓는 태도는 김강우의 연기에 대한 생각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느끼는 감정에 따라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잖나. 연기도 마찬가지다. 그저 신, 감독, 이야기에 따라 적절한 말과 행동을 하면 된다. 그것을 찾는 게 어려울 뿐이다.” <식객>(2007), <마린보이>(2008)처럼 이야기 구조가 꽉 짜인 장르영화에 출연하다가도 어느새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2009)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더니 다시 <무적자>에 출연한 그의 최근 행보가 더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 차기작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무적자>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임은 분명하다.

스타일리스트 남주희 실장, 헤어 이순철 원장, 메이크업 서옥 의상협찬 DG컬렉션, 앤드뮐미스터, Z 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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