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맨. 배스킨라빈스31의 ‘파핑파핑바나나’ 광고에서 천영래가 맡은 역할이다. 이렇다 할 대사도 없고, 제스처도 없다. 그저 풋사랑처럼 톡톡 튀는 바나나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소녀(고마쓰 나나)에게 사탕처럼 달콤한 남자가 되어주면 된다. 말하긴 쉽지만 15초 만에 사탕 같은 남자로 보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천영래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 있다.
천영래는 ‘공공의 꽃 6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홍익대학교 디자인영상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몰래카메라로 ‘민간인 꽃미남미녀’의 굴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 프로그램에서 ‘공공의 꽃’에 선정되며 그가 받은 점수는 무려 96점. 비주얼이 98점, 인간성이 93점이었다. 비현실적인 외모에 반듯하고 예술적 재능도 있어 보이는 청년을 연예계 관계자들이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방송이 나간 뒤 가수, 연기자, 모델 제의가 빗발쳤고 더이상 민간인일 수 없게 된 청년은 리바이스, SKY 지면 광고와 최범석, 김석원 디자이너의 패션쇼 모델을 거쳐 배스킨라빈스31의 새 얼굴이 됐다. 이쯤이면 소녀의 마음을 ‘파핑파핑’하게 만들 자격이 있지 않을까.
CF 촬영으로 “신인 연기자로서의 정식 인사”를 마친 ‘캔디맨’의 다음 목표는 좀더 긴 호흡으로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올해 4월 연극 <휴먼드림>에서 위장결혼을 시도하는 게이 역할로 몸풀기도 마쳤다. “진짜 게이 아니냐”는 주변의 반응에 성공이다 싶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는 천영래는 현재 장서희, 정석원이 주연을 맡은 멜로영화 <사물의 비밀>에 캐스팅된 상태다. 배역을 위해 악기와 연기 연습에 매진 중인 그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장대높이뛰기 선수 중에 무조건 연습만 한 게 아니라 생각으로 훈련해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사람이 있었대요. 혼자 있을 때마다 저도 생각을 단련하곤 해요.” 그 몰입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