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이자민] 공주? 속은 졸리예요
2010-10-05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월드콘 와퍼’의 이자민

연기라기보다 몸짓에 가까웠다. 아이스크림을 높이 들어 함성을 지르며 “월드콘~”만 외치면 되는 거였다. 유일한 난관은 영하로 떨어질 만큼 유난히 추웠던 지난 봄 날씨뿐이었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이가 그렇게 시릴 수가 없었다. “한입 물자마자 뱉어내긴 했지만 20번 이상 반복할 정도로 노력”한 덕분에 사람들은 이자민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월드콘녀’라는 수식어만큼은 기억하게 됐다.

처음부터 배우가 되려던 건 아니었다. 원래 꿈은 “훌륭한 성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9년 동안 피아노를 배웠던 것도 그 때문이다. 어려워진 가정형편 때문에 음악은 접어야 했지만 발산하는 끼를 멈출 수는 없었다. 무작정 배우가 되고 싶어 전라도 광주에서 상경한 것도, 매니저가 프로필을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에 건네러 갈 때마다 함께 따라나서 “실물은 이렇습니다. 참고하세요(웃음)”라고 얼굴 도장을 찍는 것도 가슴 깊이 치밀어 올라온 적극성이 작용한 결과다. 172cm에 달하는 큰 키와 날씬한 몸매, 어울리지 않는 단단함과 집요함이 보이는 구석이다.

아직 데뷔작이 없는 ‘완전 신인’이지만 하고 싶은 건 많다. “많은 역할을 맡고 싶지만 그중에서 <원티드> <솔트>의 안젤리나 졸리처럼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 운동신경도 좋고 때리는 것도 좋아한다. (웃음)” 외모만 보면 공주과에 속할 것 같지만 이자민의 취미는 “동네 오락실에 가는 것”이다. 인기 대전 게임인 <철권>을 비롯해 총 쏘는 게임, 카레이싱 게임 등 주로 하는 게임만 해도 반나절이 금방 지나간다. 이자민은 “영화에서 졸리가 운전하고, 총 쏘고, 액션하는 것을 오락실에서 하는 셈”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한창 고민이 많을 시기라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지도 항상 생각한다. “안성기 선배님처럼 연기도 잘하고 올바른 사회활동도 하고 싶다.” 신인답지 않게 너무 평범한 멘트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이자민은 화통하게 덧붙였다. “그래도 이자민이라는 배우를 잘 모르겠다면 건대 입구에 있는 게임랜드로 와서 <철권> 대전신청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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