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평범하면서 비범한 천재 마크의 사연
2010-11-18
글 : 김성훈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와 <소셜 네트워크> 사이의 애증

“우리의 새 카이사르!” <베니티 페어> 10월호가 페이스북의 창립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를 ‘떠오르는 인물’ 1위로 선정하면서 바친 칭호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3인방(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에릭 슈미트),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드 머독을 밟고 차지한 전리품다웠다.

‘팔로 알토’(페이스북 본사가 위치한 곳) 제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집과 부모가 운영하는 치과사무실 컴퓨터가 메시지를 주고받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마크 저커버그의 천재적인 취미는 하버드대학에 진학해서도 계속됐다. 2학년이던 2003년 10월, 학교 기숙사를 해킹해 만든 여학생들의 외모를 비교하는 웹사이트 ‘페이스매시’를 통해 영악한 장난을 쳤다. 페이스매시는 학교 당국에 의해 하루 만에 폐쇄됐지만, 하룻밤 동안 무려 5천여명이나 불러모은 그의 명성은 하버드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이 사건으로 페이스북의 시발점이 되는, 동시에 이후 그를 골치 아프게 할 쌍둥이 형제 카메론 윙클보스, 타일러 윙클보스를 만나게 된다. 윙클보스 형제는 마크 저커버그에게 하버드대생간의 데이트 사이트인 ‘하버드 커넥션’을 만들자고 제의한다. 마크 저커버그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같더니, 결국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더페이스북’(theFacebook)을 만든다. 이 사이트는 하버드생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웹상에 올리고, ‘친구’끼리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자유로워야 한다, 단순해야 한다, 아름다워야 한다’는 기치 아래 설립된 더페이스북은 보름 만에 5천여명의 하버드생의 놀이터로 자리잡았고, 두달 만에 스탠퍼드, 예일, 컬럼비아 대학생까지 아우르면서 약 5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히트 사이트로 성장했다. 이후 합류한 ‘무료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패닝(극중 숀 파커)의 ‘the’를 빼자는 제안에 따라 현재의 형태가 된 ‘페이스북’은 전세계 5억명의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회사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건 윙클보스 형제에게 6500만달러를 주면서 지난한 법정논쟁을 종결했고, 초창기 멤버인 세이버린과 등을 돌리는 등 오늘의 영광을 위해 적지 않은 고통도 겪었다. 어쨌거나 “나는 세계를 좀더 열린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에 있는 ‘자기소개’ 글이 현실이 된 셈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모습은 거대한 제국을 이끄는 황제라기보다 26살의 평범한 미국 청년에 더 가까워 보인다. 누구나 알 만한 그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나와 있는 기본정보(너바나, 린킨 파크, U2 등의 음악을 좋아하고 드라마 <웨스트윙>, 영화 <트로이> 등을 사랑한다)를 예로 들기에는 너무 식상하다. 공식석상에 아디다스 삼선 슬리퍼를 신고, 터틀넥 티셔츠나 후드티를 입고 나타나는 기행(?)이나 그가 적녹색맹이라 페이스북 페이지 배경이 푸른색이라는 사실은 이제 너무 유명하다. 지난 11월2일 업데이트된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에는 자택에서 열린 할로윈 파티에서 현재 동거하고 있는 연인 프리실라 챈과 함께 꼬마들에게 초코바를 나눠주는 그의 사진이 올라있다. 어쩌면 페이스북의 자유로운 소통은 마크 저커버그가 추구하는 삶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세간의 열렬한 관심과 달리 너무나 평범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마크 저커버그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묘사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불쾌해한 것 같다. 지난 9월24일 마크 주커버그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화는 재미있었다. 특히 데이비드 핀처의 정확성에 감탄했다. 극중 마크가 입고 나온 셔츠나 액세서리는 실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면서 “그러나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내 삶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항상 일만 했다. 무엇보다 마크의 실연이 페이스매시를 만들게 했다는 내용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언론이나 방송,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마크 저커버그의 일상이 간혹 공개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에 대해 모르는 사실이 더 많다.

그래서 마크 저커버그를 좀더 알고 싶어 페이스북에서 친구 요청을 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는 묵묵부답이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F5(새로고침)만 반복적으로 누를 뿐이다. 적어도 그가 언론과 친숙하지 않고, 낯가림이 많은 건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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