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살인의 추억>이 제작 동기가 됐다
2011-02-17
<고백> <악인> 프로듀서, 가와무라 겡키 서면 인터뷰
<고백>

Q. <고백>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A. 오늘날 일본 오락영화의 주류는 ‘웃기고, 울리고, 해피엔드’다. 하지만 나는 그런 흐름에 위화감이 있었다. 인생의 훌륭함만을 그리는 게 엔터테인먼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만난 소설이 <고백>이다. 끝도 없이 어둡고, 무겁고, 인간의 잔혹성을 그려 조금의 구출도 없이 끝난다. 이 세계의 불안감과 악의에 대해 사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소설을 읽고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걸로 이 이야기에 대한 나의 답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어두운 이야기에 도호 내부에서 반발은 없었나.
A. 꽤 많은 장애가 있었다. 특히 가장 최악의 순간에 영화가 끝난다는 점이 많은 반발을 샀다. 도호의 메이저 영화로서는 확실히 모험이었지만 관객에게는 ‘새로운 오락’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Q. <고백>의 흥행 비결은 뭐라 생각하나.
A. 관객의 첫 반응은 ‘어떻게 리액션해야 할지 곤란하다’였다. 상영 직후 극장 안을 둘러보니 조용하고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웃음) 극장을 나간 뒤 레스토랑에 들어가 친구와 영화의 감상을 주고받는 사람이 많았다. 또 이런 상황이 트위터상에서도 벌어지면서 경이적인 롱히트가 됐다. 즉 다소 열린 결말이 관객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게 하더라.

Q. <고백>의 성공으로 일본 영화계에 변화가 있나.
A. 영화계 전반에서 해피엔드의 오락영화가 아니어도 히트의 가능성이 있다는 게 증명돼 제작자들이 큰 용기를 얻었다. 다만 관객은 옮겨가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에 다음 트렌드는 또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고백> 이후 <악인>도 성공했는데, 도호 내부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A. 우선 다양한 장르를 적극적으로 만들자는 방향성이 더 강해졌다. 도호로서 관객에게 다양한 오락영화의 선택지를 제안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하다.

Q. <고백>의 성공으로 일본 관객이 변했다고 생각하나.
A. 변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잠재적으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관객이 변했다기보다는 새로운 영화란 제안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악인>

Q. 지금까지 대부분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일본영화에 소설, 원작은 어떤 존재라 생각하나.
A. 개인적으로 원작 소설이 있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좋아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나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리고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 이 영화들은 원작이 있었기에 감독들의 크리에이티브가 더해져 재밌는 영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소설과 영화는 아름다운 협업관계를 계속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 물론 오리지널 작품도 도전하고 싶지만 오리지널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관객의 입장에선 그저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이기 때문이다.

Q. 영화를 기획할 때 중요한 원칙이 있나.
A. 영화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가 보편적인가, 그리고 영화의 테마가 신선한가이다. 어느 시대에도 통용되는 보편적인 드라마를 현대의 관객에게 새로운 제안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31살이다. 나에게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음악, 아트는 모두 나란히 선 엔터테인먼트다. 그리고 이런 일본의 서브컬처 속에서 나는 자랐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 때 ‘영화다움’이란 문법이 아닌 얼마나 일본의 잡다한 컬처 감각을 영화에 담아 ‘새로운 영화의 정의’을 내릴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Q.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뭔가.
A. 3D CG애니메이션 <Friends: Naki on Monster Island>다. 일본의 감동적인 민화를 베이스로 한 소년과 몬스터의 교류와 헤어짐을 그린 작품이다. 가족영화인데 ‘웃기고 울리고 해피엔드’인 영화는 아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는 아픔이 동반된 가족영화다. 내가 3살 때 처음으로 보고 큰 영향을 받은 <E.T.> 같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Q. 한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A. <플란다스의 개>부터 <마더>까지 모든 작품을 봤고, 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살인의 추억>을 보고는 큰 영향을 받아, 그게 <고백> <악인>을 만드는 동기가 됐다. 봉준호 감독과는 꼭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빌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아시는 분 좀 방법을 가르쳐달라. (웃음)

Q. 2011년 일본 영화계를 전망해본다면.
A. 나는 아직 어린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일본 영화계 전반의 것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얼마나 신선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 도전적으로 새로운 제안을 하고 있는가를 계속 생각하며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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