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백>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A. 오늘날 일본 오락영화의 주류는 ‘웃기고, 울리고, 해피엔드’다. 하지만 나는 그런 흐름에 위화감이 있었다. 인생의 훌륭함만을 그리는 게 엔터테인먼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만난 소설이 <고백>이다. 끝도 없이 어둡고, 무겁고, 인간의 잔혹성을 그려 조금의 구출도 없이 끝난다. 이 세계의 불안감과 악의에 대해 사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소설을 읽고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걸로 이 이야기에 대한 나의 답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어두운 이야기에 도호 내부에서 반발은 없었나.
A. 꽤 많은 장애가 있었다. 특히 가장 최악의 순간에 영화가 끝난다는 점이 많은 반발을 샀다. 도호의 메이저 영화로서는 확실히 모험이었지만 관객에게는 ‘새로운 오락’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Q. <고백>의 흥행 비결은 뭐라 생각하나.
A. 관객의 첫 반응은 ‘어떻게 리액션해야 할지 곤란하다’였다. 상영 직후 극장 안을 둘러보니 조용하고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웃음) 극장을 나간 뒤 레스토랑에 들어가 친구와 영화의 감상을 주고받는 사람이 많았다. 또 이런 상황이 트위터상에서도 벌어지면서 경이적인 롱히트가 됐다. 즉 다소 열린 결말이 관객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게 하더라.
Q. <고백>의 성공으로 일본 영화계에 변화가 있나.
A. 영화계 전반에서 해피엔드의 오락영화가 아니어도 히트의 가능성이 있다는 게 증명돼 제작자들이 큰 용기를 얻었다. 다만 관객은 옮겨가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에 다음 트렌드는 또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고백> 이후 <악인>도 성공했는데, 도호 내부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A. 우선 다양한 장르를 적극적으로 만들자는 방향성이 더 강해졌다. 도호로서 관객에게 다양한 오락영화의 선택지를 제안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하다.
Q. <고백>의 성공으로 일본 관객이 변했다고 생각하나.
A. 변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잠재적으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관객이 변했다기보다는 새로운 영화란 제안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지금까지 대부분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일본영화에 소설, 원작은 어떤 존재라 생각하나.
A. 개인적으로 원작 소설이 있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좋아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나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리고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 이 영화들은 원작이 있었기에 감독들의 크리에이티브가 더해져 재밌는 영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소설과 영화는 아름다운 협업관계를 계속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 물론 오리지널 작품도 도전하고 싶지만 오리지널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관객의 입장에선 그저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이기 때문이다.
Q. 영화를 기획할 때 중요한 원칙이 있나.
A. 영화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가 보편적인가, 그리고 영화의 테마가 신선한가이다. 어느 시대에도 통용되는 보편적인 드라마를 현대의 관객에게 새로운 제안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31살이다. 나에게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음악, 아트는 모두 나란히 선 엔터테인먼트다. 그리고 이런 일본의 서브컬처 속에서 나는 자랐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 때 ‘영화다움’이란 문법이 아닌 얼마나 일본의 잡다한 컬처 감각을 영화에 담아 ‘새로운 영화의 정의’을 내릴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Q.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뭔가.
A. 3D CG애니메이션 <Friends: Naki on Monster Island>다. 일본의 감동적인 민화를 베이스로 한 소년과 몬스터의 교류와 헤어짐을 그린 작품이다. 가족영화인데 ‘웃기고 울리고 해피엔드’인 영화는 아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는 아픔이 동반된 가족영화다. 내가 3살 때 처음으로 보고 큰 영향을 받은 <E.T.> 같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Q. 한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A. <플란다스의 개>부터 <마더>까지 모든 작품을 봤고, 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살인의 추억>을 보고는 큰 영향을 받아, 그게 <고백> <악인>을 만드는 동기가 됐다. 봉준호 감독과는 꼭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빌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아시는 분 좀 방법을 가르쳐달라. (웃음)
Q. 2011년 일본 영화계를 전망해본다면.
A. 나는 아직 어린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일본 영화계 전반의 것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얼마나 신선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 도전적으로 새로운 제안을 하고 있는가를 계속 생각하며 일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