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죽음의 현장엔 늘 고양이가 있었다
2011-06-02
글 : 장영엽 (편집장)
변승욱 감독의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개의 눈>

감독: 변승욱 /출연: 박민영, 김동욱, 김예론 /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배급: N.E.W /개봉: 7월 말~8월 초

1. 시놉시스

애완동물 미용사로 일하는 소연(박민영)은 어린 시절의 어떤 충격으로 인해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다. 그녀는 비단이라 불리는 터키시 앙고라 고양이의 미용을 맡게 되는데, 그 고양이의 주인이 의문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머지않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고양이를 입양한 소연의 친구 보희(신다은) 또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소연은 보희의 전 남자친구였던 경찰 준석(김동욱)과 함께 죽음의 전말을 추적한다.

2. 모티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완동물, 혹은 서늘하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지닌 영물. <고양이:죽음을 보는 두개의 눈>(이하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양이의 양면적인 이미지로부터 출발한 영화다. 인간과 빠르고 깊게 교감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섣불리 제 마음을 내어주지 않으며 신비감을 유지한다. 변승욱 감독은 이러한 고양이 특유의 개성이 공포영화의 정서와 어울리는 면이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고양이>를 연출하게 됐다. 이쯤에서 애묘가들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고양이를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고양이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만 증폭시키는 것 아닌가? 변승욱 감독의 대답은 이렇다. “오히려 애묘가들이 좋아할 영화다. <고양이>는 공포영화인 동시에 생명의 문제도 다루는 작품이다. 인간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고양이를 키우지만 때때로 이기적인 마음에 고양이를 쉽게 버리기도 한다. 영화의 후반부,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의 정서적 울림이 있을 것이다.

3. 액터 앤드 액트리스

<고양이>는 <성균관 스캔들>에서 남장 여자 연기를 선보이며 주목받은 박민영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변승욱 감독은 소연 캐릭터가 “평범한 20대의 모습이면서도 자신이 숨겨왔던 내면의 상처나 어둠을 서서히 드러내는” 인물이길 바랐고, 이에 따라 “쾌활함과 감수성을 함께 지녔다고 생각하는” 박민영을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그녀가 <거침없이 하이킥!> <성균관 스캔들> 등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건 사실이지만, TV와 영화 출연은 다른 문제다. 첫 영화에 덜컥 주연을 맡았다는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감독의 말에 따르면 <고양이>는 ‘영화배우’ 박민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고양이를 CG로 처리해 혼자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꽤 많았다. 배우가 자신의 상상력에 의지해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민영씨가 혼자서도 그런 장면을 잘 이끌어가더라.” <아저씨>를 통해 유망주로 떠오른 김새론의 여동생 김예론도 주목할 만하다. 김예론은 소연의 환영 속에서 미스터리한 소녀로 등장한다. 연기 경험이 처음이라 현장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연기에 대한 본능적인 자질”을 지닌 소녀라고.

4. 비주얼

공포의 핵심은 역시 ‘고양이’의 모습이다. 고양이는 영화 전반에 등장하며 등장인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잔혹하게 위해를 가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고양이가 지닌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를 극대화해 공포감을 조성하려 한다. 문제는 고양이가 개처럼 사람의 노력으로 조련할 수 없는 동물이라는 점이었다. 고양이의 표정과 몸짓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CG의 도움이 필수였다. “고양이들이 경계할 때 털을 바짝 세우고, 몸을 활처럼 구부린다. 위협적인 대상을 만났을 때는 하악질을 하고. 그걸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실사에 CG 리터칭 기법을 더해 섬뜩한 느낌을 살리려 했다.” 출연하는 고양이종을 터키시 앙고라와 친칠라로 정한 이유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CG작업 중 하나라는 ‘털’ 구현 작업을 좀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다. 고양이의 주연급인 비단이를 위해서는 총 다섯 마리의 터키시 앙고라 고양이가 동원됐다.

5. 모델

죽음의 위협을 받는 주인공이 사건의 전말을 추적한다. 미스터리 추적극의 형식을 띤 호러영화라는 점에서 <고양이>는 <링>과 <셔터>의 계보에 있다. 그러나 변승욱 감독은 “정서만큼은 두 영화와 전혀 다른 작품”이라며 두 선배 영화와 거리를 둔다. 그는 고양이를 공포의 소재로 삼았던 영화가 드물었기에, 특별히 장르적으로 참고하거나 비교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고양이를 매개로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실사와 CG를 결합해 야수를 그려낸 영화들을 주의 깊게 관람했다고. <렛미인>의 고양이, <투모로우>의 늑대 등이 연구대상이었다.

6. 감독의 한마디

“이야기의 무서움과 죽음의 원인을 추적하는 재미,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여운이 <고양이>의 관전 포인트다. <고양이>가 관객이 충분히 교감하고 즐길 만한 공포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체를 접하기 전에 편견을 조심할 것. 이 영화가 고양이를 위협적으로 잔혹하게만 그릴 거라는 편견은, 영화 관람 뒤 분명히 사라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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