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곡, 김선 /출연: 함은정, 황우슬혜, 메이다니, 진세연, 최아라 /제작: 두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CJ E&M 영화부문 /개봉: 6월9일
1. 시놉시스
‘핑크돌즈’라는 아이돌 걸그룹이 있다. 은주(함은정), 신지(메이다니), 제니(진세연), 아랑(최아라)으로 이뤄진 이 그룹에서 은주는 나이가 가장 많다.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 실력도 출중하지 않고 그렇다고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닌 핑크돌즈 멤버들은 나이 많은 맏언니 은주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하는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핑크돌즈의 새 연습실에서 비디오테이프 하나가 발견된다. ‘화이트’라는 글자만 적혀 있는 이 테이프 안에는 소재를 알 수 없는 뮤직비디오 한편이 담겨 있다. 마치 핑크돌즈를 유혹하기 위한 것인 양 그것이 거기 있고 핑크돌즈는 그 뮤직비디오에 담긴 춤과 노래를 카피하여 신곡을 발표한다. 핑크돌즈는 그 곡으로 갑자기 인기가 치솟게 되지만 동시에 그즈음부터 멤버들이 하나둘 영문 모를 사고를 당하고, 마침내 은주만이 홀로 남는다. 은주는 그녀의 멘토 순예(황우슬혜)의 도움을 받으며 화이트의 저주를 파헤친다.
2. 모티브
공동 연출자인 김곡, 김선 감독은 아이돌이 무서웠다. 정확히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담아내는 이미지가 무서웠다. 각종 뮤직비디오에서 혹은 도시의 커다란 전광판에서 그들은 늘 웃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고단할까 싶었다. 실제로는 존재하고도 남을 육체의 피로나 관계들은 일말도 드러내지 못한 채 저렇게 환하게 웃는 그들의 이미지에서 곡사는 “속이 텅 빈 마리오네트 인형이나 마네킹”을 보았다. 감독들은 영화를 준비하며 언젠가 아이돌 안무단의 연습실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데 엄하고 기계적인 그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이런 인상과 체험이 영화의 곳곳에 요소적으로 반영됐다. 예컨대 영화 속 안무는 “지옥불에 불타는, 어딘가에 갇힌 듯한, 목이 졸리는 것 같은 이미지”를 개념으로 삼았다.
3. 액터 앤드 액트리스
감독들은 배우들에게 극중 각자의 역할에 관하여 이렇게 설명하고 요청했다. “은주는 무조건 철든 맏언니 같아 보여야 한다. 신지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존심을 지키는 타입이다. 아랑은 공주병이 있으며 재기발랄하고 철이 없다. 제니는 아이돌계의 된장녀다. 그리고 순예는 아이돌의 고충을 들어주는 따뜻한 어른이다.” 배우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함은정은 끈기가 정말 대단하고 메이다니는 감정을 만지는 연습이 잘되어 있고 최아라는 발랄해 보이지만 깊고 묵직하며 진세연은 놀랄 정도로 성실하다”. 어려운 점? 젊거나 어리지만 바쁜 이 배우들의 시간을 맞추는 게 역시나 가장 곤욕스러웠다고. 배우와 역할에 관련한 한 가지 비화(?). 황우슬혜가 연기한 ‘순예’의 모델은 원래 임‘순례’ 감독이었다고. 사람 좋은 넉넉한 풍채와 인상의 언니. 하지만 살이 찌지 않는 황우슬혜의 체질 때문에 다소 변경되었다는 후문.
4. 비주얼
아이돌이 보는 귀신은 어느 때 어떤 형체로 나타나는 것일까. “아이돌은 반짝인다. 그렇게 반짝이다가 또 돌연 사라지기도 한다. 그걸 이 영화의 비주얼상 마스터 이미지로 삼았다.”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이하 <화이트>)에서는 그들이 무대조명을 받는 그 순간, 모니터 등에서 귀신이 등장하는 이유다. “일련의 공포영화라면 귀신은 이불 속에서 나오겠지만 이 영화의 귀신은 이불에서 나오면 이상하다. 그들은 공연장에서 나와야 한다.” 특히 감독들은 촬영시 “노출이 떨어진 룩을 신경써서 재현하려 했다”.
5. 모델
이 점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공동작업을 선호하는 감독들이다보니 서로 상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종종 영화마다 일정한 모델을 정해놓는다. 이번에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다 비껴났다. 다음과 같은 이유다. 연극 무대 위의 살인마영화로 참조할 만한 건 <아쿠아리스> 같은 미국영화였다. 하지만 그건 살인자고 더욱이 미국 슬래셔무비는 <화이트>의 속도감 내지는 귀신의 존재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탈락. 그렇다면 일본이나 타이의 공포영화는? 일본 공포영화는 너무 느리다. <화이트>는 춤추고 노래하는 영화다보니 속도가 다르다. 일본 탈락. 그렇다면 타이 공포영화는? 타이는 많은 부분이 어울려 보이지만 너무 산발적이다. 다시 탈락. 그런 식으로 제외하다보니 이번에는 오히려 미리 세워놓았던 모델들을 다 비껴났다. 다만 마지막까지 참고가 된 모델이 있다면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의 색감.
6. 감독의 한마디
“아이돌, 그들에게 있을 만한 ‘모서리’를 찾으려 했다. 그 모서리란 비주얼상의 모서리이기도 하고 관계의 모서리이기도 하다. 그들의 모습이 담기는 모니터가 비주얼상의 모서리라면 관계의 모서리는 스폰서, 군중 등에서 찾아보았다. 우리(곡사)의 필모그래피는 일관성이 있다. 다만 <화이트>의 아이돌은 그동안 곡사가 다뤄왔던 캐릭터들의 가장 대중적인 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