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웰컴 투 도깨비나라
2011-06-16
글 : 주성철
사진 : 백종헌
장규성 감독의 <도깨비>

“한때는 ‘시네마서비스의 김기덕’이라 불렸는데 어쩌다 올림픽 감독이 됐나 몰라. (웃음)” 장규성 감독이 <이장과 군수>(2007) 이후 4년 만에 다섯 번째 영화 <도깨비>를 들고 찾아온다. <재밌는 영화>(2002)로 데뷔한 이래 <선생 김봉두>(2003), <여선생 vs 여제자>(2004) 등 부지런히 영화를 만들며 ‘장규성표 코미디’라는 인장까지 남겨온 그였기에 그 ‘귀환’이 더없이 반갑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 없이 쉬는 것처럼 보였어도 3년 동안 <도깨비>에만 매달려 있었다”고 말한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도깨비>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도깨비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어느 마을에 한 주인공이 흘러 들어간다. 그는 그런 존재는 전혀 믿지 않는 사람일뿐더러 가족의 소중함 따위는 모르는 매정한 사람이다. 그러다 실제 도깨비불을 목격하면서 서서히 마을 분위기에 젖어들게 되는데, 그 마을의 폐교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살고 있는 꼬마 귀신들이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렇게 마을을 둘러싼 판타지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의 존재에 대해 점차 긍정하게 된다. 그러다 맞닥뜨리게 된 또 다른 악의 축. 이제 주인공은 도깨비와 힘을 합쳐 그 악을 몰아내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대략적인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 <도깨비>는 전형적인 가족판타지영화다. 물론 장규성 감독 특유의 코믹 터치가 전체를 감싸고 있음은 당연하다. “어렸을 때 <E.T.>나 <구니스>를 신나게 보던 느낌, 그보다 나이가 들어서는 <나 홀로 집에>나 <박물관이 살아있다!> 같은 영화를 볼 때 느꼈던 판타지의 쾌감을 주고 싶다”며 “내가 내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족판타지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포착된 소재가 바로 도깨비였다. 뿔 달린 모습에다 내기를 해서 사람들의 소원도 들어주는 등 많은 한국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친근한 존재지만 사실 전문적으로 알려진 자료나 연구서적은 없다. 어쩌면 그런 비어 있는 부분이 그에게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소재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낯선 소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 그는 판타지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면서도 현실감과 즐거움이 잘 살아 있는 그 경계의 톤 앤드 매너를 고민하고 있다.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지니처럼 오두방정을 떨고 실수도 연발하는 모습은 귀여울 거다. 민담에 도깨비와 씨름하는 얘기도 있는데, 이제는 도깨비와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할 수도 있지 않겠나. 그리고 <장강7호>의 외계생명체처럼 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작고 귀여운 호깨비 캐릭터도 생각 중이다. 중요한 건 낯설지 않으면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 중간 지점을 잘 타는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물론 악의 축과의 대결이 펼쳐지는 액션신의 특수효과도 중요한 상업적 포인트다.

장규성 감독은 최근 자신과 여러 편의 영화를 함께한 차승원과 염정아가 각각 <최고의 사랑>과 <로열 패밀리>라는 드라마로 인기몰이를 하는 걸 보면서 몸이 근질근질했단다. 특히 차승원에 대해서는 “나와 <이장과 군수>를 하고 난 다음 한동안 코미디를 안 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반갑게 돌아왔더라”라며 “어쩜 평상시 모습과 저리 똑같은지 모르겠다”며 웃는다. 그러면서 이제 옛 동료들에게 자신의 새 영화도 멋지게 내놓을 욕심이 샘솟고 있다. 8월경 크랭크인이 목표인 <도깨비>는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재미와 감동, 그리고 액션 등 ‘가족판타지영화의 종합선물세트’를 꿈꾸며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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