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선동열 vs 최동원 세기의 대결
2011-06-16
글 : 신두영
사진 : 최성열
박희곤 감독의 <퍼펙트 게임>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집계한 야구 관중 수는 592만명이었다. 올해는 600만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야구 열풍은 영화로 이어졌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이미 올해 초 개봉했고 한때 잘나가던 야구 스타였던 투수가 2군까지 떨어지며 성숙한다는 내용의 휴먼드라마인 김상진 감독의 <투혼>과 허영만의 <제7구단>을 원작으로 고릴라가 프로야구단에 들어간다는 황당한 소재를 다룬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도 제작 중이다. 여기에 박희곤 감독의 <퍼펙트 게임>이 가세했다. <퍼펙트 게임>은 야구영화 중에서도 경기 자체에 충실한 영화다. 1987년 5월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있었던 전설적인 경기인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동원과 해태 타이거즈 투수 선동열의 연장 15회 2 대 2 무승부 완투 대결을 기본 뼈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원년 OB 베어스의 팬이었고 영화를 준비하면서 기아와 롯데를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됐다는 박희곤 감독은 고3 때 자율학습을 빼먹고 학교 앞 식당에서 우연히 이 경기를 TV로 지켜봤다. 박희곤 감독은 <인사동 스캔들>을 만들기 전부터 <퍼펙트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야구 관련 블로그나 카페가 없어서 신문기사를 찾았다. 간단한 자료 위주로 30~40쪽짜리 트리트먼트를 썼다. 쓰고 나니 인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버거운 상황이라 <퍼펙트 게임>을 머릿속에 혹처럼 달고 살았다.” 박희곤 감독이 <퍼펙트 게임>의 트리트먼트를 다시 만난 건 <인사동 스캔들>을 끝내고 다른 시나리오를 쓸 때였다. 새 노트북으로 파일을 옮기면서 우연히 <퍼펙트 게임>의 파일을 찾았다. “생각보다 과거에 자료를 많이 찾아놨더라. (웃음) 인물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다시 고민했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공식 같은 스릴러 구조가 있다. 거기에 붙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립각, 그들의 사연이 숨어 있고 각각의 사연이 별개인 줄 알았는데 결국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스릴러 구조를 따른다고 해서 <퍼펙트 게임>이 스릴러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내용은 전형적인 야구영화다. 최동원 역의 조승우와 선동렬 역의 양동근은 전 국가대표 출신의 야구 코치에게 3개월째 특훈을 받고 있다. 박희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조승우와 양동근이 어설픈 투구 폼을 보일 일은 없을 것 같다. “몰랐는데 조승우는 어릴 때 리틀 야구를 한 경험이 있었다. 첫 연습 때 코치조차 놀랄 만한 공을 던졌다. 양동근은 야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춤도 췄었고 운동을 많이 해서 각이 잘 나온다.”

두 야구 천재가 정점에 있던 순간을 담는 <퍼펙트 게임>을 관통하는 정서는 질투다. <퍼펙트 게임>은 루저가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스포츠영화의 전형을 따를 수 없다. “모든 걸 다 이뤘는데 딱 하나 모자란 사람들의 엄청난 질투욕, 그리고 그 하나를 상대방이 가지고 있다면? 이런 팽팽한 지점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박희곤 감독의 사무실 한쪽 벽에는 야구 사진이 가득했다. 어릴 때 리틀 야구를 했던 박희곤 감독은 최동원 선수와의 우연한 만남도 있었다. “우리 야구팀 코치가 최동원 선수의 고등학교 후배였다. 토요일이 되면 최동원 선수가 후배 밥 사주러 가끔 왔다. 어느 날 한번 던져보라고 하면서 직접 포수를 봐주셨다. 경상도 사투리로 ‘어, 뭐 잘 던지네’ 하면서 약간 까칠한 칭찬을 해주셨다.” 두 야구 영웅의 이야기를 단순한 영웅담이 아닌 ‘사람 영웅’의 이야기로 그릴 <퍼펙트 게임>은 곧 촬영을 시작한다. 군산, 부산, 광주 등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개봉은 야구가 없는 겨울이다.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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