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여기가 미래 한국영화의 중심지
2011-10-06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 미리 가보다
영화의 전당 외관.

“안전모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을 지탱하고 있는 대형 지붕 ‘빅루프’의 어마어마한 위용에 넋놓고 있던 중, 일일 가이드를 자청한(?)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 유혜원씨가 거듭 안전을 강조한다. 9월29일 개관식을 앞둔 국내 최초의 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상영관 내부에서는 스크린을 설치, 점검하고 있었고 아직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좌석은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 외부에서는 타일을 외벽에 붙이는 공사와 마감재를 바닥에 까는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옆에 있던 영화의 전당 홍보마케팅팀 정금용 팀장도 “공정률 몇 퍼센트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거의 다 끝났어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규모로만 보면 영화의 전당은 확실히 압도적이다. 부산에 내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제쪽이 미리 보내준 조감도를 보며 ‘크면 얼마나 크겠어?’라고 코웃음을 쳤던 차다. 부지가 3만2137.2㎡라고 하는데, 수치만으로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마침 영화의 전당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좋은 비교 대상이 있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백화점 말이다. 이 백화점이 왜소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믿으시겠는가. 영화의 전당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니 건물의 네면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쿱 힘멜 브라우 건축사가 “해체주의 양식으로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헷갈리지 않게 한면씩 차례대로 해체해보자.

야외상영장.

규모·디자인·LED 조명, 모든 면에서 ‘명물’

영화의 전당은 시네마운틴, 비프힐, 더블콘 등 총 3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9층 건물인 시네마운틴에는 공연과 영화 상영이 동시에 가능한 하늘연극장(841석)을 비롯해 중극장(413석), 시네마테크 부산(212석), 소극장(212석) 등 총 4개의 상영관이 있다. 특히 413석의 중극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유럽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규모와 시설이 뛰어나다”고 자신있게 소개할 정도다. 시네마운틴의 반대 방향에 있는 비프힐은 4층짜리 건물로,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시네마테크 부산 등이 입주하게 된다. 영화제 기간 동안 게스트 인터뷰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단, 애연가들에게 아쉬운 소식 하나. 비프힐을 비롯해 영화의 전당은 금연 건물이라는 것이다. 영화제 동안 건물 앞에서 수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오순도순 모여 담배를 피우는 진풍경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시네마운틴과 비프힐 사이에는 총 4천석 규모의 야외상영장이 있다. 수영만에서 개막식이 열리던 예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이곳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바다를 수놓는 불꽃놀이를 볼 수 없다는 게 다소 아쉽다. 야외극장에 설치된 스크린의 크기는 24m×13m이고, 스크린과 영사기 사이의 거리는 60m로 둘 다 국내 최대 규모다. 이 모든 상영관이 국내 최초로 7.1채널 사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네마운틴과 비프힐을 연결하는 야외 다리가 있다. 건물 안이 답답할 때 이 다리를 통해 반대 방향의 건물로 이동할 수 있다. 이곳에서 APEC 나루공원, 황령산, 배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데, 그 경관이 제법 뛰어나다. 커플 관객에게 데이트 명소로 추천하고 싶다. 이 다리 사이에 콘 아이스크림 모양의 더블콘이 있다. 지상 4층인 더블콘에는 레스토랑, 커피숍, 바 등 외식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이들 업체가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네마운틴과 비프힐을 잇는 다리(왼쪽). 하늘연극장 내부(오른쪽).

대형 지붕, 지진·강풍·폭설에도 끄떡없어

야외상영관 정반대쪽에는, 그러니까 APEC 나루공원을 마주하고 있는 방향에는 위에서 언급했던 빅루프가 있다. 빅루프는 61m×163m 크기로, 천장의 모든 면이 LED 조명을 통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상영된다. 레드, 그린, 블루 등 세 가지 색깔이 1조로 구성된 LED 전구는 모두 4만2600개가 부착된 것으로, 영화의 전당쪽은 이를 기네스북에 등록할 계획이라고 한다. LED 조명으로 밝히는 영화의 전당의 야경은 부산의 랜드마크의 하나로 선정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하나의 기둥으로 지탱된 이 지붕이 위험하지 않냐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규모 7.0의 지진과 순간최대풍속 초속 65m, 적설량 1m 이상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니까.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빅루프 아래는 1만여명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광장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영화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화의 전당 바로 옆에 그만한 면적의 공터가 있었다. 정금용 팀장은 “이곳은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영화 관련 기관들의 부지”라고 설명했다. 가까운 미래에 영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영진위, 부산영상위원회, 후반작업 업체인 AZ웍스가 모두 이 일대에 자리하게 된다. 이용관 위원장은 “모든 영화 관련 기구와 업체들이 영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모이게 된다. 커다란 산업 단지가 형성되는 셈이다”라면서 “한국영화산업과 아시아영화산업이 영화제라는 장을 통해 산업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영화의 전당은 국내 최초의 영화제 전용관인 동시에 한국영화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어쩌면 우리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형태와 목적의 상영관, 아니 영화제 전용관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