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자른다고? 개봉하지 말지 뭐
2011-10-10
글 : 김도훈
사진 : 하상우
<사랑스런 남자> 테디 소리앗마쟈 감독

<사랑스런 남자>는 사랑스럽게 논쟁적인 인도네시아 영화다. 주인공 무슬림 소녀 차하야는 만난 적 없는 아빠를 만나러 자카르타로 간다. 그런데 아빠는 길에서 남자들에게 몸을 파는 트랜스젠더다.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이토록 뒤틀린 부녀관계는 분명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테디 소리앗마쟈 감독은 디지털 카메라를 거친 핸드헬드의 리듬에 실은 채 부녀의 하룻밤 여정을 뒤따르고, 결국 영화는 기묘하게 서정적인 끝을 맞이한다. 기묘한 건 영화의 소재만은 아니다. <사랑스런 남자>는 서구적인 퀴어 시네마와 부녀관계의 드라마 속에 인도네시아적 정취를 양념으로 끼얹은 듯한 모던 시네마다. 대체 이런 정서는 어떻게 튀어나온 것일까? 위 질문의 대답은 감독 테디 소리앗마쟈를 만나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그는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전 세계를 돌고 돌아 모국 인도네시아로 귀향한 남자다. “아버지가 대사관에서 일한 관계로 영국과 뉴욕에서도 오래 살았다. 마침내 자카르타로 돌아왔을 때 내가 느꼈던 기분은 주인공 자하야가 처음으로 자카르타에 당도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를 무대로 젊은 날을 보낸 감독의 문화적인 취향 덕분인지 <사랑스런 남자>는 종종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기도 하다. “사실 영화를 찍을 때도 그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소피아 코폴라는 도쿄를 관광객의 시선이 아니라 아주 개인적인 방식으로 캡처하지 않았나. 나 역시 그러고 싶었다.”

불행히도 <사랑스런 남자>는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무슬림 정권이 민감하게 받아들일법한 소재 때문이다. 그러나 소리앗마쟈는 “애초에 인도네시아 배급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많은 부분이 검열당할 게 틀림없다. 단 한 장면이라도 검열당한다면 나는 개봉할 생각이 없다.” 누가 아는가. 테리 소리앗마쟈의 이런 대범함이 인도네시아 영화의 새로운 물결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