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오수경의 TVIEW] 라이딩 인생
2025-03-07
글 : 오수경 (자유기고가)

드라마에도 ‘운빨’이 있다면 이런 걸까? ENA 드라마 <라이딩 인생>이 지난 2월 <추적 60분>에 방영되어 화제를 모은 ‘7세 고시’편과 코미디언 이수지가 ‘대치맘’의 일상을 풍자적으로 재현한 영상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Jamie맘 이소담씨의 별난 하루’가 가진 화제성을 타고 초반부터 시청자의 주목을 받으며 질주했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현관에 쌓인 택배 박스를 정리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고 피곤한 워킹맘 이정은(전혜진)은 첫회부터 달릴 일이 많다. 대치동 명성초등학교(명성초) 입학시험에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서점으로 달리고, 회사에 늦지 않게 달린다. 퇴근 후에는 시아버지 제사에 가느라 또 달린다. 여유로운 점심 식사도 그에게는 사치다. 아이 학원 라이딩을 하기 위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달려야 하고, 학원에 늦지 않기 위해 아이를 안고 가파른 계단도 달려서 올라간다. 그러던 어느 날 ‘베이비시터’가 무단결근을 하고 다급해진 정은은 친정 엄마 윤지아(조민수)에게 아이 라이딩을 부탁한다. 그렇게 할머니-엄마-딸의 ‘애’태우는 연대가 시작된다. 드라마는 ‘달리는’ 엄마 정은을 통해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한 한국 교육의 현실을 보여준다. 아이를 ‘라이딩’하고, 학업 스케줄을 ‘매니징’하고, ‘케어’하는 것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다. 전업주부든 워킹 맘이든 예외가 없다. 그러니 정은은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다. 엄마가 못 달리면 할머니라도 달려야 한다. 아빠는 무엇을 할까? 천진하고 자상한 얼굴로 돈을 번다. 돈‘만’ 번다. 그렇게 가부장 사회에서 교육과 돌봄은 오롯이 ‘여성들의 일’이 되어버린 현실을 드라마는 명백하게 보여준다. 유쾌하고 따뜻한 가족극이지만 어쩌다 사회고발극이 되어버린 드라마.

check point

드라마의 표면적 주인공은 ‘엄마’ 정은이지만 실제적 주인공은 ‘할머니’ 지아다. 지아는 대학병원 아동 미술치료사이자 대치동 성적 톱인 ‘토미’의 할아버지이자 한국대 영문과 교수인 이영욱(정진영)과 로맨스를 이어갈 예정이다. 일도 하고 사랑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등장이라. 고령화 시대를 반영한 설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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