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연기를 중심으로, 아주 먼 곳까지, 진호은
2025-03-07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항상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많은 분들이 지금의 내 나이가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때라고 말하지만 나는 30대, 40대가 되어서도 늘 청춘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각각의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을 놓치고 싶지 않다.” 진호은은 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유독 단호해졌다.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 해사한 인상의 중심에 이렇게나 단단한 배우로서의 심지가 깃들어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순간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양궁부 민재, <3인칭 복수>의 중경, <백일장 키드의 사랑>의 형도 등 진호은은 주로 교복 입은 앳된 학생으로서 시청자들과 마주했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청춘물을 하고 싶다”고 밝혀온 그의 바람과 맞닿은 궤적이기도 하다. 지난해 공개된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도 청춘물의 테두리 안에서 논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규호를 통해 진호은이 보여준 간절한 사랑의 언어는 남달랐다. 극 중 규호는 고영(남윤수)의 애인이었으나 결국 이별을 맞이한다. “캐릭터의 서사에 깊게 파고드는 편인데 규호에게는 유독 연민이 생겼다. 그 마음이 내가 규호를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이 정도로 큰 타이틀롤을 맡은 것도, 연기적으로 깊게 빠져든 작품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헤맸지만 전에 없이 인물에 크게 동화됐다.” 진호은은 “올바른 선택을 할 때마다 조금씩 운이 쌓이고, 언젠가 그 운이 삶을 빛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신념이 규호와 잘 맞닿은 덕에 스스로 자신의 강점으로 꼽은 눈을 통한 감정 연기도 한층 잘 소화해낼 수 있었다.

같은 청춘물을 하더라도 진호은은 “겹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전한다. 그리고 20대 중반에 이른 지금, 그는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차분히 준비 중이다. “실제로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경험해본 적 없는 가상의 세계에도 발을 들여보고 싶다. 이를테면 종말이 닥친 아포칼립스물 같은 것들 말이다. <심연의 하늘>이란 포스트 아포칼립스 웹툰을 좋아하는데 언젠가 이 작품이 영상화한다면 반드시 출연하고 싶다.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이 진창을 구르며 몸을 쓰는 액션 연기도 환영이다.” 그 밖에 음악, 영상 작업에도 도전하며 “백현진 선배님과 같은 엔터테이너”로도 활동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연기가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내가 가장 절실하게 임해온 것이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

언제나 현장이 가장 즐겁다는 진호은의 차기작은 드라마 <언프렌드>다. “고교 야구선수인 준수를 연기했다. 다소 마초적이면서도 와일드한 성정을 지닌 캐릭터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선 양궁을, <마에스트라>를 찍을 땐 오보에를 배웠고 <언프렌드>를 준비하면서는 야구를 배웠다. 손이 아플 정도로 열심히 했고 그동안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듯해 설렌다.” 곧 또 다른 차기작 준비에 들어간다는 진호은은 큰 목표를 바라기보다 “지금처럼 무탈하고 건강히 지내”고 싶다. “내가 바란다고 무조건적으로 이루어지진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잘 준비하다 보면 또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그 기회는 배우 진호은을 어디로 데려다놓을까. 그가 도달할 다음 도착지를 기대해본다.

filmography

드라마

2025 <언프렌드>(공개 예정) 2024 <대도시의 사랑법> 2023 <마에스트라> 2022 <백일장 키드의 사랑>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3인칭 복수> <별똥별> <지금 우리 학교는> 2020 <트웬티 트웬티> 2019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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