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를 시작한 이래 오예주는 자신에게 놀라고 있다. 평상시 꽤 차분한 성격에 낼 수 있는 에너지 레벨이 늘 중간급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극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된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24-발바닥이 뜨거워서>에서 그가 맡은 하늘은 혼자 돌봐온 아픈 언니에게 그간 쌓인 감정을 터뜨려야 하는 주인공이었다. 언니의 열리지 않는 방문 앞에서 참다못해 울부짖을 때 엄청난 쾌감을 느꼈다. “살면서 그렇게까지 소리 질러본 적이 없었고 그게 가능할 거라고도 생각 못했다. 묵혔던 것들이 다 쓸려 나간다는 느낌이 이런 건가 싶었다.” <사랑은 외다무다리에서>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성인까지를 처음으로 연이어 연기했다. 10대 윤지원과 사회 초년생 윤지원에 극명한 차이를 두어야겠다고 자신도 모르게 직감했다.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직장 내의 배신과 부모의 죽음까지 한꺼번에 겪은 인물의 삶은 그 전과 후로 나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캐릭터의 아픔을 먼저 들여다볼 줄 아는 예민한 배우의 탄생을 알리는 대답이었다. <강남 비-사이드>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유일한 암흑 세계다. 강예서가 마약과 폭력의 불구덩이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오예주도 시름시름했지만 “복수라는 극도의 감정과 취약한 심신 상태를 역할을 통해 경험하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것도 연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슈룹>의 세자빈 윤청하가 각별한 이유는 <갯마을 차차차> <지금부터, 쇼타임!> 등에서 줄곧 아역을 해왔던 그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성인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연모하는 이에게 먼저 마음을 고백하고 여성에게 불리한 법도에 의문을 품는 조선 여인을 만났을 때 퍼뜩 한 색깔이 떠올랐다. “정말 순수, 맑음 그 자체이고 통통 튀는 청하는 반짝이는 주황색과 같았다.” 이처럼 인물에 어울리는 색깔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는 오예주의 미술적 접근법은 앞으로 그의 오색찬란한 연기를 기대하게 한다.

오예주는 ‘연기하지 않는 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내향적 소녀는 중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된 뒤 광고모델로 처음 TV에 얼굴을 비쳤고 연기학원에 다니며 아역배우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여전히 “하루 1만보를 걷고, 못생겨도 맛은 좋은 빵을 만드는 베이킹 시간을 가지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마무리 일기를 쓰는” 절대 고독의 시간을 버팀목으로 삼고 있다. 활동하면서 “그저 밋밋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스타일링에 따라 이미지가 굉장한 달라지는 얼굴”이라는 걸 안 뒤부터는 이 강점을 살려 “캐릭터에 녹일 방법을 연구 중”이다. 자신이 맡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은 오예주는 올해는 그들처럼 울타리를 벗어나는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것저것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는 성격이라 뭐든 뛰어넘는 걸 잘 못한다. 그렇지만 연기를 통해 알을 깨는 법을 배운 만큼 이제는 어려워하는 일에 맞서볼 계획이다.” 지금 오예주가 꿈꾸는 장르에는 “액션과 로맨틱코미디”가 포함됐다. 아직 <댓글부대>뿐인 그의 영화 필모그래피에 <도둑들> 같은 하이스트 무비는 어떨까? 큰 키와 더 시원한 미소를 가진 그가 예니콜(<도둑들>) 같은 캐릭터를 만난다면 자신도 대중도 놀라게 하며 높이 비상할 것이다.
filmography

영화
2024 <댓글부대>
드라마
2024 <KBS 드라마 스페셜 2024-발바닥이 뜨거워서>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강남 비-사이드> <손해보기 싫어서> 2023 <혼례대첩> 2022 <슈룹> <지금부터, 쇼타임!> <갯마을 차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