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음표는 신재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장부호다. 그는 감독에게 질문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과 아이디어를 맞추는 일도, 주변 친구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도 즐긴다. 타고난 자신감인가 싶지만 “내 연기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니까 무모할 정도로 묻는다”라는 답변에서 겸손이 읽힌다. “일하는 자신에게 특히 엄격한 편”이라 스스로에겐 화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찔려서 상처 입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성장한다고 믿는 쪽이다. <검은 수녀들>의 애동은 더 많은 물음표를 품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그동안 <무빙>의 방기수,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박창훈,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의 이진근 등 주로 “악역으로 알려지면서 생긴 어떤 인식을 지우는 데 혈안에 돼 있던 차에 만난 선인 역할”이라 잘해내고 싶었다. 말마따나 애동은 부마자인 소년 희준(문우진)을 구하겠다는 수녀들의 질주 중간에 투입되는 조력자였다. 그렇지만 “말을 더듬고 대사량도 극히 적다 보니 조금이라도 나빠 보이면 극에 맞지 않은 긴장감을 줄” 위험이 있다는 걸 간파한 신재휘는 “정말 순수하게 아이를 살리고자 하는 인물로 보일 방법이 무엇일지” 권혁재 감독과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연하 애인 정모담은 애동에 앞서 신재휘에게 착한 역할의 시동을 걸게 한 캐릭터였다. “아이디어 뱅크”인 상대 배우 박진주와 호흡하면서 열띤 대화의 시간이 열렸다. “질세라 재미난 구상을 치열하게 준비해 가고 밤마다 화상통화”까지 불사한 현장은 그를 한층 폭넓고 풍부한 연기자로 거듭나게 했다.

10대 시절 신재휘가 질문을 던진 사람들은 TV 스타였다. “모두가 알아보고 극 중에서 악당을 무찌르기도 하는 저 사람들은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이 컸다. 이왕이면 저렇게 멋진 직업을 갖고 싶다”라는 열망이 그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입학하게 하고 진지한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한때 뮤지컬에 빠질 만큼 좋아한 춤과 노래는 차분해 보이는 그의 숨겨진 장기다. 신재휘는 20대 중반 들어 쌍꺼풀이 생겼다. 새로운 얼굴과 친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진중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은근히 귀여워 보이는 인상은 이제 그의 큰 강점이 됐다. “변한 얼굴도 나니까. 나만의 색깔이라고 여기며 어떻게 하면 이 두눈을 연기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요즘 신재휘는 해외 소설 속 인물들에게 말을 건다. “섬세한 즐거움”은 그가 소설을 읽는 이유다. “작가마다 인물을 묘사하는 방식이 다른데 그 차이를 발견하는 게 재밌다”라는 대답에서 무엇이든 공부하듯 접근하는 그의 성격이 엿보인다. 신재휘의 최근 베스트 소설은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이다. “인물의 심리가 중요한 이야기다. 읽다 보면 저절로 시나리오가 떠올라서 영화화를 기대하고 있다. 200쪽으로 짧은데 술술 읽혀 추천한다.” 여타 픽션 속 인물처럼 늘 자신과 갈등하는 신재휘는 “모두가 아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건지, 아무도 몰라줘도 걸출한 예술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마음에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란 이름을 붙였다. 수줍음을 무릅쓰고 창작자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건네는 출사표가 믿음직스럽기만 하다. “나 나름의 유쾌함과 발랄함이 있다. 잘 웃고, 코미디도 자신 있다. 그런 역할을 필요로 하는 감독님들이 신재휘라는 배우를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filmography

영화
2025 <검은 수녀들> 2023 <셔틀, 최강의 셔틀> 2022 <정직한 후보2> <불도저에 탄 소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2021 <맛있는 영화> 2020 <애비규환>
드라마
2023 <사랑한다고 말해줘> <무빙> <방과 후 전쟁활동> 2022 <몸값>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 <소년심판> <지금 우리 학교는> 2020 <여신강림> <낮과 밤> <모범형사> <아무도 모른다> 2019 <미스터 기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