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디즈니+ / 16부작 / 연출 진창규 / 출연 박형식, 허준호, 이해영, 홍화연 / 공개 2월2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동일 장르는 20년 전이 더 잘 만들었음을
국내 재계 4위 대산그룹 비서실의 서동주(박형식)는 회장(우현)의 신임을 받는 해결사다. 그는 국회의원과의 사전 거래로 대산의 부실 에너지 사업에 대한 국정감사를 무력화하는 등 그룹 내 핵심 인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동주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그를 견제하는 시선도 늘어난다. 아들이 없는 가문에서 계열사 사장직을 맡은 사위 허일도(이해영)는 동주가 자신의 입지를 위협한다고 느끼고, 검사 출신으로 그룹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산의 싱크 탱크 염장선(허준호) 또한 동주의 존재가 자신의 기업 구상과 충돌할 것을 직감한다. 생사를 가를 칼날이 코앞까지 다가온 가운데, 동주가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그간 자신이 관리해온 수백억원대 정치 비자금이라는 패를 내보이는 것이다.
기업·경영 스릴러를 표방한 <보물섬>은 2000년대 인기 드라마 <올인>(2003), <에덴의 동쪽>(2008) 등 남성 중심 권력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출신 성분이 평범한 젊은 남성이 재벌가의 권력 다툼에 깊숙이 개입하며, 사랑과 야망을 동력 삼아 끝내 왕좌를 노린다는 상상력이 2025년에 다시 전개되는 셈이다. 방영 초반부터 각기 다른 욕망을 품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며 드라마의 장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에어시티>(2007)와 <돈꽃>(2017)을 집필한 이명희 작가의 오랜 업력을 방증하듯 인상 깊은 대사가 곳곳에 배치되지만, 정작 주인공은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를 여러 번 마주하며 흔들린다. ‘보물섬’이라는 문학적 기호를 드라마의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연출의 시도가 포착되면서도 2000년대 명작들의 아류에 머무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남지우 객원기자
<찌질의 역사>

왓챠, 웨이브 / 8부작 / 연출 김성훈 / 출연 조병규, 려운, 정재광, 정용주 / 공개 2월26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봄 내음과 은행 냄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캠퍼스의 낭만
친구의 옥탑방을 아지트 삼아 평범한 새내기 생활을 보내는 민기(조병규). 미모의 여학생 설하(방민아)가 그에게 말을 걸어오며 잔잔했던 일상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적극적인 설하의 태도에 친구들은 물론 과 전체의 관심이 그들에게 쏠린다. 하지만 설하에게 설렘을 느낀 남자는 민기만이 아니다. 교내 라디오 진행자부터 밴드부 보컬까지, 누가 봐도 멋진 선배들에게 위기감을 느낀 민기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작전에 돌입한다. 징글징글할 정도로 찌질한 ‘설하 연대기’의 시작이다. 지난 2월26일 공개된 <찌질의 역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원작 웹툰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선보인다. 때가 낀 회색 키보드, 구권 지폐 등 화면을 촘촘하게 메운 소품 하나하나가 2000년대 풍경을 출중하게 재현한다. 같은 시대를 보내지 않았더라도 주인공의 미숙하고 간질간질한 사연을 보고 있으면 잊고 지내던 캠퍼스의 추억이 봄날 꽃잎처럼 활짝 피어오를 것이다. /김현승 객원기자
<제로 데이>

넷플릭스 / 6부작 / 연출 레슬리 링카 글래터 / 출연 로버트 드니로, 제시 플레먼스, 리지 캐플런 / 공개 2월2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자유, 질서, 음모, 테러. 온갖 미국스러운 것들의 중심에 선 로버트 드니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조지(로버트 드니로). 재임 당시 양당의 지지를 고루 받으며 인기를 누렸지만 보장된 재선을 포기할 만큼 권력에 목매지 않는다. 회고록 준비가 한창이던 어느 날, 전국 수송망이 해킹당해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사가 벌어진다. 백악관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조지에게 특별 조사 위원장 자리를 제안하고,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력이 탐탁지 않았던 그는 오직 국민을 위해 다시 한번 공직에 발을 들이기로 결심한다. 로버트 드니로의 첫 시리즈 출연작인 <제로 데이>는 전례 없는 사이버테러 사건에 맞닥뜨린 전직 대통령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로버트 드니로 특유의 무게감은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어른’ 역할에서 강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더불어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기억장애. 정신착란 증세를 겪으며 안팎으로 고전하는 역할 또한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김현승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