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묘>의 고등학생 무당 자혜로 그 얼굴과 연기력을 대중에게 각인한 김지안 배우의 실제 성정은 우리가 봤던 자혜의 모습과 다소 반대다. 평소 “평화롭고 차분한” 곳에 있기를 좋아한다는 김지안 배우는 단어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으며 말하고, 당돌하기보다는 쑥스러움 가득한 몸짓과 언어로 상대방을 지그시 관찰하는 편이다. <세자매>에서 문소리 배우의 아역 미연 역을 연기하며 보여준 내면의 깊은 아픔, <선산>에서 김현주 배우의 아역인 서하 역을 맡으며 드러낸 진중한 감정선은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어느덧 연기 구력 10년을 넘어선 김지안의 내재적인 관록을 입증한 바 있다.
한창 학업과 연기 활동을 병행 중인 김지안에게 학교는 연기의 배움터이기도 하다. 중학생 시절엔 “2년쯤 교내 상담소에서 활동하며 다른 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이야기하고 손 편지로 답”하면서 직접 겪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성장 배경이나 개인 사연을 추체험했다. “책을 읽거나 다른 매체로 보는 것보다 여러 감정에 훨씬 깊게 공감할 기회”였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김지안은 꾸준히 청소년 심리에 관심을 지니면서 항시 주위를 관찰 중이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재학하며 배우가 아닌 친구들을 “연구하고 내 소심한 성격과 달리 외향적인 친구들의 행동을 따라 하며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지금은 교내 토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소심해서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을 바꿔보려고 가입했는데 더 쑥스럽기만 한 것 같다”라며 <파묘>에서 억센 사투리로 긴 경문을 달달 외우던 자혜와 영 다른 부끄러움을 티냈다.

외면보다 내면에 집중하고, 기민한 관찰력으로 자신의 속내를 영글게 채워가는 김지안에게 <파묘> 촬영 당시의 기억은 여전히 강렬하다. “도깨비놀음 장면에서 다른 선배분들에 비해 연기가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을 몇번씩 해왔다며 “만약 다시 찍을 기회가 있다면 더 세게 치고 들어가는 강렬함을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미래의 연기를 위한 준비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인터뷰에서 “직접 쓴 소설이 영화화되면 주연을 맡고 싶다”라고 했던 그는 이번 방학에도 학교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며 여러 소설과 희곡, 선배 배우의 자서전을 읽었고 “언젠가 청소년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품고 있다.
연기에 대한 목표와 마음도 뚜렷하다. 최근 재밌게 감상한 <하나와 앨리스>나 <그 해 우리는>의 과거 이야기 같은 청춘물 장르에 꼭 도전하고 싶다는 김지안은 “이전엔 동물 사육사나 작가 등을 꿈꾸기도 했으나 어릴 적부터 오래 생각해온 결과, 연기를 빼놓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라며 “연기는 가장 익숙한 존재”임을 단단하게 강조했다. <돼지우리>나 <아이쇼핑> 등 차기작에서는 “지금껏 자주 보여드린 진중한 모습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릴 것” 같다며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토록 평화롭고 단단하며 부드러운 사람이지만, 매 작품 인간 김지안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 배우의 너른 미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filmography

영화
2024 <파묘> 2020 <세자매>
드라마
2025 <돼지우리>(공개 예정) <아이쇼핑>(공개 예정) 2024 <선산> <스위트홈> 시즌3 2023 <형사록2> <종이달> <스위트홈> 시즌2 2022 <우리는 오늘부터> <이브> 2021 <홈타운>